16세기 초 루터의 종교개혁은 가짜뉴스의 시대를 열었고 그에 이은 16, 17세기는 검열의 시대였다.






































종교개혁 관련 팜플릿이 홍수처럼 쏟아져 온갖 종교 해석이5G급 속도로 확산되자 로마 교황청은 모든 인쇄 출판물에 사전검열을 의무화하는 초강경 대책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1529년 신성로마제국의 슈파이어 제국 의회는 사전 검열 포고령을 내린다.
1559년부터 가톨릭 교회는 로마 교황청의 원칙과 충돌하는 주장을 담은 책의 출판과 유통 자체를 금하기 시작했다. 1570년이 되자 대도시에 해당하는 제국 도시, 봉건 제후가 사는 지역 그리고대학 도시에서만 인쇄를 허용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든 인쇄행위를 금지시켰다 - P55

관보 외에 신문 발행이 금지됐던 18세기 유럽에서 유일하게국제 정치 뉴스를 객관적으로 보도한 <레이던 가제트>의1786년 8월 29일자 신문 첫 페이지. 일주일에 두 번 발행된이 신문의 공식 명칭은 다양한 곳에서 온 특별한 뉴스(Nouvelles Extraordinaires de Divers Endroit)〉지만레이던 가제트‘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렸다.
- P60

레이던 가제트>는 광고도 거의 없고 특정 국가의 정부나 정치적 이해 집단의 보조금도 받지 않았다. 구독료가 상당히 고가였는데도 해외 뉴스 수집망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매출을 올렸다. 덕분에 사건들을 편파적이지 않고 냉정한 시각에서 보도할 수 있었다. 국가 통제에서 어느 정도 자율권을 획득했다는이야기다. 시장 기반 위에서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초국적 뉴스모델이 17세기에 이미 등장했던 것이다 48.
- P61

이 시기에 네덜란드 신문들만이 객관성의 가치를 지닌 국제정치 뉴스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유럽국가들이 검열과 허가제로 신규 진입자들을 막아준 덕분이었다.
무임승차 인센티브가 쉽게 발동되는 뉴스 상품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신규 진입자들이 네덜란드 신문 기사들을 마구잡이로 베껴쓰는 일이 제한된 것이다. 덕분에 17세기까지 레이던 가제트> 같은 초국적 신문이 번창할 수 있었다. 고품질 뉴스 상품과 그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의 안정적 지속은 진입장벽으로 기업 숫자가제한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방증한 초기 사례다.
- P64

기사가 쉽게 복제되고 유통이 보편화되자 아이러니하게도 뉴스 산업의 극단적 파편화가 진행됐다. 전국이 와이파이로 연결된 초고속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 뉴스 파편화를 겪고 있는 우리처럼 말이다. 모든 진입장벽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사상을 교환한 결과는 대놓고 정파성을 내세우는 신문들로 이어졌다. 서로의 기사를 베끼는 관행은 뉴스 시장을 키우는 데는 확실히 기여했지만 개별 신문사에게는 재정적 지옥을 안겼다. 시간과 돈을 들여 차별화된 뉴스를 내봤자 쉽게 베껴서 유통되니 보상이 거의 없었다.
반면 무거운 세금으로 신문의 진입장벽을 만든 영국 런던에서는 신문이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미국 신문이 산업을 형성하고비즈니스로서 번창한 것 역시 신문 비즈니스가 거대 자본화가 된1800년대 후반부터였다. 비싼 윤전기를 도입하고 전문화된 대형조직을 꾸려 싼값에 품질 높은 기사를 제공하는 페니 프레스의사업 모델이 성공한 이후, 미국의 신문 사업에도 재정적 진입장벽이 세워진 것이다.
- P98

과점 시장에서 돈 벌 걱정이 줄어든 뉴스 기업들은 ‘팩트 중심의 객관성‘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중산층 독자층에게 어필했다.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독립적 보도로 과점 체제를 정당화시켰다. 과점된 시장 안에서는 차별화보다 공통의 보도 관행에 충실하게 기사를 쓰는 것이 객관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도움이 됐다. 또 팩트 중심의 기사를 쓰는 능력을 가진 대규모 기자군을 훈련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잠재적 신규 진입자와 차별화시켜주는 뉴스 산업의 관행이기도 했다. 언론 시장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규 진입자의 위협에서 어느 정도 보호됐으므로 언론사들이 팩트 기반의 객관성 중심 관행을 다 같이 유지하는 기재로작동하기도 했다.
- P143

콘텐츠와 플랫폼이 분리되면 뉴스 콘텐츠사업자의 지속 가능한 고품질 콘텐츠 생산 능력은 훼손된다. 하물며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 뉴스 매체들의 유통 채널을 무력화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인프라로까지 부상했다. 뉴스 산업에서 제작과 유통이 분리되면 왜 고품질 콘텐츠의 생산 능력이 훼손되는지에 대해서는 이후의 문화 산업 불변의 경제학을 통해 더 자세히알아본다.
- P168

반면 주커는 이런 영화 산업의 판도를 품질 높은 영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성했다. 제작비를 많이 들여 극적 구성과 스타배우의 출연이라는 볼거리로 영화적 재미를 높였다. 하지만 높은제작비의 고품질 영화를 계속 만들어내려면 영화 유통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제작 부문으로 회수돼야 했다. 멜리에스처럼 제작에만 집중했다가는 유통 과정에서의 수익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재인 문화 산업에서 콘텐츠와 유통망의 유기적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프랑스는 여기에 실패했고, 미국은 승기를 잡았다.
- P175

비용이 덜 들고 대중적인 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을 통째로 구독하는 독자가 보조해준 덕분에 비싸고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민주주의 감시견 역할의 탐사 보도가 지면에 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은 이 번들링을 해체함으로써 독자들 간 보조금 지급의 통로를 차단해버렸다. 철저히 흥미 위주의 기사들만시장의 선택을 받고 중요하지만 소수의 관심을 끄는 고비용 기사는 수익 기반을 잃어버린 셈이다.
- P182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015년
‘탤런트 네트워크 Talent Network‘를 론칭했다. 2500명의 프리랜서 기자, 에디터, 사진가, 번역가들이 등록된 온라인 시스템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이 여기에 등록하면 두 명의 전담 에디터가 심사한 뒤 피드백을 준다. 이들이 먼저 기획 기사를 제안해 채택되면 실리기도 하고 워싱턴 포스트) 뉴스룸에서 필요한 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워싱턴 포스트에디터들은 뉴스룸 기자들이 당장 취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특정한 전문 분야의 글이 필요하면 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장소나 주제 분야별로 등록된 전문가를 검색할 수 있다. - P258

1950년대 TV의 지배 이후 할리우드는 30년 이상 암흑기를 보내다가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이자 수익 모델로 부활했다. 그 과정에서 대대적인 조직 변화가 있었다. 작가, 배우, 제작 기술자들을모두 내부에 고용해 중앙집권적인 위계 구조로 운영되던 방식을해체하고 생태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최적으로 연결하는 조합 능력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영화 작품마다 헤쳐 모여 식으로 팀을 꾸리는 프로젝트 기반 네트워크 조직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할리우드 주요 영화사들은 194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점차적으로 네트워크 조직으로 바뀌었다.
- P261

산업 내에서 분업화된 재능이 두텁게 모여 있는 시장에 인재들이 지리적으로 모여 있으면서 사교를 통해 최신 트렌드와 기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파급 효과가 집적 효과의 핵심이다. - P263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방식의 집단 작성이 일간지 산업에 부분 접목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원래 1800년대까지의 뉴스는 현장에서 정확한 이벤트의 상황을 전달하는 기자 - P264

reporter와 안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라이터 writer로 나뉘어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도 특파원들로부터 각국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모아 전문적 분석 능력을 갖춘 본사 인력들이 기사로 공동작성한다.  - P265

문화 산업의 마지막 비즈니스 모델 기반인 저작권은 뉴스를 다른 문화 산업과 구별 짓는 가장 강력한 지점이다. 문화 산업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핵심인 이유용한 법적 제도가 뉴스에만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뉴스의 상업성에 치명적인 난점이다. 뉴스 산업은 보도 기사에 대해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 수차례 소송을 거치며 오랫동안 노력해왔지만 허사였다.
- P200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뒤 영미식 저널리즘 모델을받아들인 언론사들이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저작권 문제는 잊혀갔다. 미국 신문의 광고 수입 비중은 1950년 70퍼센트에서2000년에는 82퍼센트까지 치솟았고 2005년 정점을 찍으며 풍요 183를 누렸기 때문이다. 연간 20퍼센트 전후의 수익률에 익숙해지면서 돈벌이 걱정은 멀어졌고 뉴스룸 독립성의 관행은 더욱 강해졌다 184. 하지만 곧 불어닥친 인터넷의 충격으로 저작권을 기반으로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뼈아픈지 다시 실감하게 됐다. 앞서 봤듯이 뉴스를 제외한 나머지 문화 콘텐츠산업은 저작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멀티윈도 수익 모델을 변조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에도 타격은 언론보다 훨씬 덜하다.
- P201

내가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각 분야별로 그날의 세상을 조각조각 이어서 구성하는 것도 품이 많이 든다. 게다가 인플루언서는 품질 면에서나 공급의 주기 면에서 변동성이심하다. 전문가의 경우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부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려면 돈과 에너지가많이 드는데, 개인이 겸업 형태로 뉴스 분석이나 해설을 오래 하다 보면 자칫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개인의 제한된 인식틀에 갇혀 잘못 해석한 정보를 내보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진영논리에 갇혀 팩트를 왜곡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 P289

많은 자본을 들여 취재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뉴스 콘텐츠츠제공을 전문 비즈니스로 하는 언론사는 오보를 최소화해야 하는비즈니스적 인센티브가 내재돼 있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수정하는 제도가 있어 가짜뉴스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루아침에 언론사를 차렸다가 바로 폐업할 수도 없다. 그만큼 진입과 퇴출비용이 크다.
하지만 1인 미디어의 진출입이 언제라도 자유롭고 진입과 퇴출비용이 별로 없으며 오로지 클릭으로 존폐가 결정되는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팩트 체크는 뒷일로 밀리기 십상이다. 이런 사이트에만 의존해뉴스를 편집하는 경우 팩트 체크까지 개인의 몫이 돼버려 검색비용이 배가될 수 있다. 독자의 검색 비용 증가라는 면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 P289

팬덤이라는 형태로 진입장벽을 쌓은 몇몇 인플루언서들만이 지속적인생존이 가능하다. 그걸 유지하는 사람은 이미 프로페셔널한 뉴스기업가다.
- P290

뉴스가 갖는 산업의 본질은 그날의 세상사에 대한 신뢰할 만한해설을 제공하는 게이트 키핑에 있다. 내가 네이버에서 분야별 가장 많이 읽은 뉴스 목록을 훑어보는 것으로 오늘의 세상을 본다면 네이버 뉴스 페이지의 알고리즘이 게이트키퍼다. 개별 기사를제공한 뉴스 콘텐츠 공급자가 게이트키퍼는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에 시사 문제에 대한 글을 써서 팬덤을 모으는인플루언서와 뉴스 사업자의 본질적 차이는 여기에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특정 영역에서만 신뢰할 만한 해설자 역할을 한다. 반면뉴스 기업의 종합적 게이트키핑 역할은 다양하고 질 높은 뉴스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출 때만가능한 일이다.
- P292

영미식 저널리즘은 보편화된 대중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담론을 형성하는 학식 있는 시민으로서 합리적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 모델을 상정해왔다. - P293

이해관계가 파편화된 대중이 더 이상 다수결 투표라는 대의제에 기대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직접 나선다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첫째, 디지털 미디어를 수단으로 둘째,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며 셋째, 열성熱性적 감성을 기반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꼭 투표나 법 같은 공식 제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보이콧 등을 통해 시장의 힘,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의 규범, 심지어 코딩 기술까지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방법은 뭐든지 찾는다.
- P293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저널리즘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들의 사업목표는 저널리즘 구현이 아니다. 다양한 그룹의 유저 간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이며, 뉴스 콘텐츠는 유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 P296

역사적으로 뉴스의 경합 시장에서는 신뢰 저널리즘이 작동하지 않았다. 진출입 비용, 매몰비용, 전문성 등 세 가지가 작동하지않는 경합 시장에서는 뉴스 콘텐츠의 차별화를 이루기도, 진입장벽을 구축하기도 힘들다. 전통 매체들은 경합 시장이 돼버린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 유통에서 수익화도 품질 투자도 어려운 악순환에 빠졌다. 이런 시장에서 소비자는 브랜드보다 가격에 민감해진다. 어느새 뉴스는 공짜로 보는 콘텐츠로 각인되고 있다. 특히 지금의 디지털 플랫폼처럼 단시간에 주목을 끌고 빨리 확산되는 콘텐츠를 선호하도록 짜인 알고리즘에서 히트앤런 경쟁은 더욱 촉진된다. 이 모든 조건이 가짜뉴스의 번성을 부추긴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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