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존 케네디,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티토, 서독의 콘라트 아데나워, 이스라엘의 다비드 벤구리온, 영국의 클레멘트 애틀리,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등 당시 전 세계지도자들은 참혹하고 파괴적인 전쟁을 경험했고, 어떤 이는 양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다. 이들은 순진한 평화주의자가 아니었다. 세계 안정, 국제 질서, 전쟁 억제 등 국제사회의 실용적인 목적이 각국의 이익과 일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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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임의 시대에서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그 시대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격동의 현대사에서 예외적인 기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을 억제했다. 두 세력은 한동안 침묵했으며, 이 책의 독자들 대부분은 바로 이 시기에 태어났을 것이다. 이제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태어난 세대와 달리, 198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핵심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중 30퍼센트만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조부모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노르망디 해안에서 목숨을 바쳤지만, 이들은 민주주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임의 시대와 관련해서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독자들도 이미 아는 내용이다. 바로 책임의 시대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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