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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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삐걱거리는 결혼 생활처럼, 진짜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숙고를 두려움과 의심과 비난이 압도해버린다. 그 감정 자체가 문제가 되어 경청과 노력과 협력을 가로막는다.
사람들이 타인을,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할 때 이 감정은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든, 사회 · 경제적 지배 계급이든 이들을 운 좋 - P29

은 사람들‘로 인식해 유독한 시기심이나 보복 행위로 쉽게 전가된다.
"두려워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라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우리가 두려움에 굴복할 때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루스벨트의 말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그의 시대에는 나치즘과 기아 등 실제로 두려워할 대상이 많아 두려움이란 감정을 인정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악에 대한 두려움은 합리적이기에 그 정도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하고 겸손한 오바마의 발언은 분명 옳다. 두려움에 굴복하는 것, 즉 그 흐름에 휩쓸리는 것, 회의적 사고를 거부하는 것은분명 위험한 일이다. 두려움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에 대해 더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감정들이 어디서 왔고,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한발 물러난 숙고를 통해서만 자신을 이해할 수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 P30

돌린다. 세일럼 마녀재판은 처음엔 사춘기 여성들의 집단 광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녀를 비난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대륙에서 식민지 문제, 경제적 불안, 혹독한 기후, 혼란한 정치 상황등으로 힘들어하던 젊은 성인 남성들이었다. 모든 문제를 나이 많고인기 없는 여성들, 비난하기 쉬운 마녀들의 탓으로 돌리고 그들의 축음으로 일시적 만족을 얻기란 얼마나 쉬웠겠는가. - P118

전래 동화 역시 이 구조를 따른다. 음식을 찾아 숲을 헤매는 헨젤과 그레텔‘의 문제는 부모가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없는 상황과 굶주림이다. 하지만 동화는 이 현실적인 문제를 숲에 살면서 아이들을 생강 쿠키로 만드는 비현실적인 마녀의 탓으로 돌린다. ‘빨간 모자‘는 혼자 먼 거리를 걸어 할머니를 찾아간다. 이야기의본질은 노화와 돌봄 부족이다. 할머니는 도움이 필요하고 가족은 멀리 산다. 하지만 할머니 집으로 쳐들어온 늑대를 탓하며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한 난제에서 관심을 돌린다. 두 전래 동화 모두 악당은 죽고 문제는 해결된다. 우리는 정돈된 세상을 갈망하기 때문에 간단하고 헛된 해결책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복잡한 진실을 파고드는 일은어렵고 개인의 기쁨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에서 희망을 품고 사는 것보다 마녀를 불태우는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 P118

이 진보적 운동에서 중요한 점은 킹이 그랬던 것처럼 행위와 행위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타인의 인간성을 포용하면서 그들이 저질렀을지 모르는 잘못된 행동만을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동료 시민들의 말과 행동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친구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과 비난, 보복을 통해서는 타인에게서 어떤 선함도 찾을수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은 소셜 미디어 세상에서는 건설적이지 않은비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가 너무 쉽다. 이런 식이라면 맹수에게도움을 청했다가 결국 그 발톱에 당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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