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세상을 향한 꿈 맹자 나의 고전 읽기 19
김태완 지음, 윤기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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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고전은 오래된 책에 불과했어요.

고전을 생각하면 먼지로 뒤덮여진 책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답니다.

그래선지 오랫 동안 고전을 멀리했어요.

게다가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있고, 많이 듣기도 해선지 잘 알고 있다는 주제넘은 착각마저

들었답니다.

 

이번에 만난 청소년 도서 '맹자'는 그런 저의 오만을 단번에 부수는 책이었어요.

책을 읽으며 제가 맹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표현은 이런 때 쓰는 건가요?

얼굴이 후끈거렸답니다.

 

이 책은 저자 김태완의 사유로 읽어낸 '맹자'에 대한 책이에요.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맹자'는 다양하게 해석된다네요.

김태완이 읽은 '맹자'는 백성이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일생을 바친 사상가랍니다.

뿐만 아니라 백성의 비참한 삶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분투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지요.

 

맹자는 신분제 사회 속에서 백성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좋은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보았어요.

지금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민주주의 사회라 칭하고 자유가 증대된 것 또한 분명하지만 위정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시대 상황이 달라지는 것을 봅니다.

그렇다면 당시는 오죽했을까요?

 

공자가 그랬듯이 맹자도 천하를 다니며 자신의 사상을 받아들여줄 군주를 찾았습니다.

군주들은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했겠지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맹자같은 사상가가 곁에 있다면 당면한 문제만 아니라

나아가 천하를 통일하는 발판까지 되지 않을까요?

 

군주들은 그런 욕심으로 맹자를 만났답니다.

맹자의 사유는 분명히 탁월하고도 위대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당대에 반영되기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주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맹자는 이상론을 이야기 했어요.

배고픈 사람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말한 격이지요.

당연히 군주는 실망스런 얼굴을 했을 겁니다.

지금 나라가 먹히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이 무슨 뜬구름 잡는 말이랍니까?

 

그러나 당대의 문제는 당대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그들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귀에 맬 수는 없는 법이지요.

급할 수록 돌아가라 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욕심만 추구했지, 백성들에게 유익한 방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백성에게 좋은 것이 자신을 좋게 할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답니다.

 

비록 당장은 먼 얘기 같고 실효성도 없어 보였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최고의 치세책이자

부흥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깨닫고 받아들이는 군주가 아무도 없었어요.

천하를 다니며 자신의 사상을 펼치고자 했고, 그리하여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지만, 세상 속에서 그가 설 자리는 한 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맹자의 사유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보편성이라는 이름의 가치였지요.

맹자는 외로웠을 거예요.

군자를 논했지만 자신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인간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의 고뇌는 마치 무효했던 것처럼 보였고 그를 아프게도 했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 고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시간을 넘어서 우리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와의 만남을 자녀들에게 선물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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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교과서 한국사 5 : 일제 강점기부터 대한민국 - 사건과 연표로 보는 만화 교과서 한국사 시리즈 5
한바리 글, 김정한 그림, 박신애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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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들이 있지만 어린이들의 사랑을 만화만큼 많이 받는 책도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런 만화를 넣어 재미도 주면서 학습 효과도 높이는 책을 학습만화라 한답니다.

 

아직도 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학습만화의 놀라운 힘을 보여준

이원복 교수의 책을 떠올린다면 만화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좀 어렵거나 많은 내용들이 실려 있을 때 만화는 효과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우리 역사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꽤 많은 학생들이 역사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역사란 것이 옛날 이야기처럼 편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에 따라선 외우기도 해야 하고, 양도 방대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힘이 듭니다.

 

                    

 

'사건과 연표로 보는 만화, 교과서 한국사5'편은 그런 학생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대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보통 꼼꼼하게 공부하지

않고서는 그 많은 일들을 다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빼았겼던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역사적 현장은 보는 것도 사실 적잖은 부담이 된답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우리의 역사는 아니지요.

아픈 것도, 치욕적인 것도 다 우리가 안고 가야할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며 이 시대를 살아야 할 오늘날 우리의 교훈으로

삼는다면 역사의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건과 연표로 보는 만화, 교과서 한국사5'편은 5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는 과정부터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상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적인 고찰과 더불어 우리 안에서 있었던 일련의 변화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봅니다.

근대 100년의 격변이 한 권의 책 안에 오롯이 그려져 있네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보면서 눈 앞의 일만 볼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볼 줄 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자녀들이 느낄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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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자신만만 글쓰기 왕 (스프링) 자신만만 시리즈 14
루이 스토웰 지음, 케이트 러벌 그림, 박수현 옮김 / 아이즐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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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말과 글은 다릅니다.

말은 사람을 앞에 두고 하기 때문에 문장 성분이 빠져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들어갈 말이 다 들어가도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구요.

또한 정리되지 않은 채 글을 쓰면 쓰지 않은 것보다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글은 부담스럽습니다.

 

작년에 기회가 되어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의 글쓰기 지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첫 날, 이제 1학년인 어린 아이가 자신은 글을 못쓴다며 글쓰기가 싫다는 말을 제게 했어요.

그 학생 뿐만이 아니었어요.

몇 몇 아이들도 글쓰기가 싫다는 말을 하더군요.

 

벌써부터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아니 더 길게 보면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인데 어떻게

어린 친구들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됐을까요?

어린 친구들의 고민이 제 고민이 되더군요.

 

글쓰기는 어른인 우리에게도 썩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저도 글쓰기를 좋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예전에 글쓰기로 밥법이를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는지 몰라요.

아주 글이라면 넌더리가 났었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글쓰기가 재미있어요.

기대가 됩니다.

제게서 어떤 글이 나올지요.

그런 제 경험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만 한다면 글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져봤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지도에 관한 지침들을 알려줄 뿐이지,

막상 아이들이 글을 쓸 때 어떻게 쓰라는 구체적인 지침은 많질 않더군요.

제 경험과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그동안 열심히 찾았던 책이 보이더군요.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 책대로만 하면 글쓰기에 관해 어떤 두려움도 사라질 것 같았어요.

게다가 안내하는대로만 따라간다면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자신의 책이

만들어지기도 하거든요.

 

이 책을 보며 저 또한 글감만 줄 뿐 구체적인 스킬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반성을 했답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 선생님은 아이들이 떠올리기 힘든 여러 소재와 글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더군요.

이렇게도 쓸 수 있고 저렇게도 쓸 수 있도록 길을 넓혀 놓았으니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소재로

이야기를 충분히 전개해 나갈 수 있겠어요.

 

             

 

혹 처음부터 쓰기 어려워하거나 제대로 안 후 쓰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다면

뒷 부분을 먼저 보게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목을 다는 법부터 시작해, 이야기의 시작인 발단과 전개, 결말을 어떻게 이끄는지 자세하게 나와있답니다.

 

특히 캐릭터를 잡는 구체적 방법과 장소와 배경을 설정하는 법, 언어를 구사하는 법등

어른들의 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방법들이 나와있답니다.

게다가 시점을 비롯해 다양한 형식과 문장을 쓰는 방법도 소개 되어 있지요.

 

 

                                           맨 뒤의 선물 : 스티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부터 아이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아이의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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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사고 파는 곳, 시장 우리알고 세계보고 3
김향금 지음, 신민재 그림, 정승모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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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가 시장에 가려고 채비를 하시면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부리나케 엄마를

쫓아갔어요.

엄마 따라 시장 가는 길이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요?

모든 것이 풍성한 시장은 어린 제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답니다.

 

그러나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를 따라갔던 건 시장통에서 팔던 찹쌀 도너츠

때문이었어요.

목판 쟁반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도너츠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거든요.

그 맛에 집에 있으라는 엄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답니다.

시장의 왁자지껄함과 정겨움은 제게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건을 파고 사는 곳, 시장'은 그런 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에요.

오늘날 시장의 개념은 좀더 확산되고 변화되었지만 시장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의미가

달라진 것은 아니거든요.

 

이 책은 어린 친구들이 어려움 없이 경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요.

요즘 몸은 어른인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징표라는데 우리나라는 부모에게 의지하는 바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저 또한 경제 관념이라든가, 경제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 못하고 컸어요.

막연히 '이런 것이 아닐까' 라고만 생각했지 자신의 경제관을 정립하지 못했어요.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많더군요.

 

우리의 아이들에겐 지혜로운 경제관을 유산으로 물려줘야 할 것 같아요.

신자유주의 물결로 전세계에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심화되는데,

이런 상황으로부터 아이들이 건강한 경제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경제 현상의기초와 개념을

미리부터 깔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경제의 기본을 쉽고 재미있게 표현해 주고 있어요.

선사시대의 물물교환으로부터 시작해 화폐의 주조, 다른 나라와의 교역, 그리고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 몰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우리네 일상이 각 시대의 옷을 입고 나타나네요.

 

이렇게 어릴 때 부터 거시적 흐름과 시대적 상황을 조금씩 읽어간다면

커서 참 지혜로운 경제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경제 활동하다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한다면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얼마나 인생의 중대 사안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어릴때 추억이 있었던 재래시장은 오늘날 많이 축소돼서 전처럼 사람들로

북적대지 않아요.

이제 바톤은 대형 마트나 할인점으로 넘어간 것 같네요.

그러나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간에 사람이 모이는 곳이 시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시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우리의 보이지

않는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 지원으로 좋은 책만한 것이 없다고 저는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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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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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기는 쉽고 쓰기는 어려운 책이 있다. 아니다. 읽기는 재미있고 쓰기는 어려운 책으로 바꿔야 맞다. 그런 책을 읽었다. 그런이라는 말을 최제훈의 책은 충족시켰다. 최제훈은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선보이더니 이번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네 편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픽스업 소설의 형태를 취했다. 읽을 때는 '대단하다'는 말로 고개까지 끄덕였지만 막상 쓰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난감하다.

 

 

이 책엔 인공이 딱히 없다. 등장 인물이 많아서다. 그러나 설사 누군가를 주인공이라 여긴다해도 그에게 고정되기는 힘들다. 주변부의 이야기가 주된 동인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보통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알긴 했지만 최제훈은 독창성에 관한한 거의 독보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섯 번째 꿈'의 첫 장을 넘기며 나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전작으로 최제훈의 글에 대한 감을 잡은데다, 추리소설의 전형인 밀실살인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차례로 죽어가는데 범인은 누군지 알 수 없고, 게다가 내부 분열로 서로에 대한 의혹은 증폭되니, 오로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만 범인의 흔적을 좁혀갈 수 밖에 없다. 분명히 범인에 대한 정보는 나오는데 범인의 발자취는 찾을 길이 없다.

 

 

연쇄 살인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실버해머'의 열혈 회원 6명은 카페 주인장의 초대를 받아 이곳에 모인 것이다. 이들을 초대한 카페 주인장의 모습은 계속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면 누가 범인인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최제훈은 범인에 관심이 있지 않다. 생존자 둘은 이제 어떻게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가 보다, 어떻게 해야 살인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염려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침과 동시에 살인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존자들.

 

 

살인 사건은 분명히 일어났는데 범인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죽은 자들은 꿈속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꾼 자들이고, 그들은 이제 말이 없다. 살아있는 자들은 직감한다. 잠을 자면 안된다는 것을. 누가 악마일까? 카페의 주인장일까? 아니면 자신들 안의 살인 욕구일까? 최제훈은 이미 딜레마를 통해 답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야기인 '복수의 공식'에는 자그마치 5편의 이야기가 대기하고 있다. 5편의 이야기는 연쇄적이다. 1과 5가, 2와 4가 연결되어 있고, 3은 다른 중편인 '일곱 개의 고양이 눈'과 연결되어 있다.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를 틀어놓고 죽음을 미리 선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남자, 나비문신의 건달에게서 생긴 트라우마로 인생을 망친 남자, 샛강모텔에서 눈을 뜬 무명의 여배우와 킬러, 코스모스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여자, 평생 되는 일 하나 없는 남자에게 끔찍한 우연으로 날아든 새로운 인생 등,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진실은 이야기하는 화자에 의해 조금씩 왜곡되고 변형되어 진짜를 가늠할 수 없는 상상의 늪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출판사 리뷰

 

이 이야기들 속에도 죽음은 짙게 깔려 있다. 할 수만 있으면 제거해버리고 싶은 그 죽음이 결국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종착지이며, 생과 사를 나누는 결정적 요인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삶의 허망함을 최제훈은 말하고 있다. 또한 같은 상황이 너와 나라는 거리를 통해 얼마나 다르게 해석되고 취급되는지를 현미경으로 확대하듯 자세히 보여준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 뿌리에서 나왔으며 자웅동체라는 것을, 그리하여 그 거리는 지극히 가까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최제훈은 사실화처럼 그려낸다.

 

 

세 번째 이야기는 'π'는 중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자인 M은 번역자로 어느 날 부터 책 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 갈수록 자신의 행위는 대담해 지고 그로 인해 언젠가부터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자신이 번역하는 책 속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 그로부터 발생된 이야기등 몇 개의 이야기가 혼재돼 미로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π'의 화자인 M은 '여섯번째 꿈'의 등장하는 폐쇄미로라는 여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 또한 자신의 책에 흔적을 남겼었다. 이야기를 다 읽고나도 결론이 어떻게 됐는지를 모르겠다. 장자의 호접몽을 여기서 만나고 있다.

 

 

네 번째 이야기는 표제작인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이다. 앞서 봤던 인물이나 상징이 여기서도 슬금슬금 나온다. 책 안의 책에 나오는 미미라는 삼류 배우는 '복수의 공식' 3에 나오는 여자를 연상케 한다. 살로메를 연기하는 미미는 한물 간 연극 배우다. 이제 나이도 적잖고 더 이상의 희망도 없이 연극판을 기웃거리다 잡은 역이 살로메다. 그녀에게도 팬이 있었다. 그녀가 모르는 팬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던 팬이라 불리는 스토커는 더 이상 아름답게 피어나지 않는 그녀를 죽이기로 작정한다. 미미가 운전하는 차에 뛰어들어 그녀를 유인해 집으로 데려온 후, 성폭행하고 죽이려 하다 오히려 그녀에게 죽임을 당한다. 한편 화자인 나는 중간 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서관에 연체를 하게되면서 책을 빌려가지 못하게 된 이야기부터 망막 박리로 21일 동안 앞을 못보게 된 이야기까지.

 

 

최제훈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끝이면서 또 다른 시작이고, 개별적 이야기면서 연결되고 확장된다. 꿈에서 일어난 살인으로 사람이 죽고, 살인자가 피살체가 되며, 그 꿈을 조종하는 존재 또한 나인지 타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열린 결말은 과연 최제훈 답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가지 않고도 최제훈은 닫혀 있던 세상의 봉인을 풀어준다. 현실과 꿈이 만나며, 안과 밖이 하나 되고, 책 안의 책과 바깥의 책이 우리 몰래 나누는 밀약을 우리는 들을 수 있다. 놀라운 한 이야기꾼의 탄생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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