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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스쿨 4 : 정리 정돈은 어려워! - 정리 습관이 착~ 달라붙는 책 마인드 스쿨 4
남지은 글, 김인호 그림, 천근아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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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정 교육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이가 한둘밖에 없다보니 아이들 몫까지 엄마가 해주게 되고, 그래선지 정작 집안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아이들이 제때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꽤 되는 것 같다.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은 엄마 자신을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람으로 만들게 되고, 아이에게도 알아서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엄마가 하는 말은 잔소리가 되고 아이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스스로 자신의 옷가지나 책장 정도는 정리 정돈하도록 습관을 잡아줘야 하는데, 초등 중학년이 되어도 엄마에게 미루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맞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런 엄마들의 고민을 담은 마인드 스쿨 시리즈 4편이 나왔다. 연대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가 기획하고, 부부작가 남지은과 김인호의 글과 그림으로 아이들 눈높이게 맞게 꾸며졌다. 자존감과 학교폭력, 왕따를 다룬 1, 2, 3편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희안하게도 사람 심리는 집안이 깨끗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너저분하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아이들도 무언가를 펴놓고 재미있게는 놀아도, 그 상태로 계속 널려 있는 집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어지럽히기는 쉬워도 치우기는 힘들다는 데 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엄마라도 한계가 있다. 꾸짖는 것도 한두번이지 아이가 달라지지 않으면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에게도 그런 습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럴 때 이런 학습만화를 슬쩍 던져 두는 것도 좋운 방법일 수 있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지르기 대장 오서준이다. 서준이는 집을 어지럽히기만 하고 도대체 치우질 않는다. 준비물도 학교 가기 직전에서야 허둥지둥 준비하고, 자신의 바르지 못한 습관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집열쇠를 찾지 못해 결국 잠그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도둑이 들어 엄마아빠의 결혼식 예물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서준이네는 새아파트로 이사 가게 되는데, 거기서도 서준이는 집정리는 나몰라라 하고 게임만 한다.

 

 

게임을 하던 중 서준이는 건너편에 블록으로 지은 집을 보게되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누루와 비루라는 개구쟁이 형제를 만나게 되는데, 그 아이들은 서준이보다 더한 게으름뱅이다. 치우며 놀자고 서준이가 몇 번을 말해도 괜찮다는 아이들을 보며 서준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비록 한바탕 꿈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꿈속에서 서준이는 지저분한 일상이 얼마나 겁나는 일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이야기가 끝나면 책의 맨 뒷부분에 천근아 교수의 임상경험을 만화로 소개한 지침이 들어있다. 서준이와 같은 아이들은 처음부터 알아서 하기에 쉽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부모가 도와주워야 한단다. 그리고 '넌 항상 이런 식이지?' '대체 누나랑 넌 왜 이렇게 다르니?'와 같은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되며, 대신 '너도 잘할 수 있어.'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와 같은 말을 하란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만화책' 이라는 문구대로 이 책이 우리의 미래이자 기쁨인 아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스로 해법을 찾는 멋진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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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5
런룽룽 지음, 신영미 옮김 / 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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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 안되는 책을 읽고 한 나라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 작가의 책만이 아니라 여러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면, 그건 공통적으로 흐르는 어떤 정서가 있음을 뜻하는 것일 터이다. 최근 중국 아동문학을 연이어 읽고 있다. 분명히 다른 작가가 쓴 글인데도 마치 한 작가가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든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 그도 아니면 오랜 세월을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서 그런지, 중국 작가들의 책엔 왠지 모를 느긋함이 느껴진다. 때로는 능청스러운 느낌마저 드는데, 그래서일까 읽는 사람도 덩달아 느긋해지고 여유마저 생기는 것 같다.  

 

이달에 만난 작가는 런룽룽이다. 1923년생이니 요즘 아이들에겐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 뻘쯤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의 이야기 속에 시간의 낙차가 느껴질 법도 하건만, 약력을 몰랐다면 이 시대의 작가가 썼다 해도 모를 정도로 신선하다. 런룽룽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도, 자신이 들려주려는 바를 흔들림 없이 7편의 동화에 담아 전한다. 아이들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유쾌하게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작가가 동화 속에 자신의 의도를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엉뚱하고 제멋대로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즉각 반성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부모들에게도 대리만족을 준다.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생각하게 하는 신선을 등장시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는 이야기다. 늘 뭔가를 놓고 다니는 깜빡이와 온종일 투덜대고 살면서도 자신이 고쳐야 될 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투덜이에게 어느날 신선이 나타난다. 신선은 두 아이를 미래로 데려가 훗날의 자신을 보게하면서, 자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작은 습관이 얼마나 큰 일을 부르는지를 알게한다. 일일이 혼내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찰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생각케하는 것은, 몇 번을 생각해도 지혜롭고 적절한 동화적 대응이라 생각된다.  

 

천재와 어릿광대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서커스 선수가 자신의 재능만 믿고 운동도 안한채 먹기만 하다 수모를 당한다는 이야기다. 평소 그가 하찮게 여기던 어릿광대는 꾸준히 연습한 끝에 뚱보가 된 서커스 선수를 손가락 하나로 돌리게 되는데, 뻔하지 않은 결말인데다 비아냥이 아닌 가벼운 웃음을 일게 해 더 참신하게 와닿았다. 

 

『할머니의 이상한 귀는 버릇없이 구는 손자를 지혜롭게 다루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어른들에게 예의없게 구는 것으로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아이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이를 세태라 하며 손놓고 있는 부모가 있는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쉽게 할 말은 아니지만 세태가 내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은 부모들에게 주는 전(前) 세대의 부드러운 조언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화다.디얼의 주문사고뭉치 디얼은 디얼이라는 작은 요정이 등장하는 연작 동화다. 전편은 수학을 못한다고 여기는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풀 수 있도록 디얼이 격려하며 이끈다는 내용이고, 후편은 수사적인 표현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쉽게 풀어주는 내용이다.

 

『네 몸 속에 있는 요정을 조심해!는 미운 세살 쯤 되는 아이의 이야기다. 착하고 예쁜 짓만 하던 아이가 어느날부터 떼를 쓰고 자기주장을 할 때 부모는 힘들다. 이럴때 조부모는 아이와 부모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을 제어하고 잘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방법을 동화로 제시하는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동화다.  

 

『다다다와 샤오샤오의 모험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모티브를 따와 시작되는 이야기다. 거인국의 다다다와 소인국의 샤오샤오는 걸리버를 통해 자신들도 모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샤오샤오가 파도에 휩쓸려 다다다의 배에 떨어지면서 둘은 만나게 된다. 주의해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은 샤오샤오에게 다다다는 여러 차례 도움을 받으면서도, 늘 자신도 모르게 샤오샤오를 무시하게 된다. 마침내 샤오샤오의 도움으로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게 된 다다다는, 세상에 큰 것은 큰대로 작은 것은 작은대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7편의 동화 속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한결같이 전달되는 것은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라는 작가 런룽룽의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며, 자신들에게 필요한 교훈을 찾을 수 있을까를 고심하며 지었을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읽자마자 박장대소할 동화는 아니지만, 은근히 웃기고 은근히 세심하며 속속들이 교육적 신념으로 꽉 찬 동화였다. 책 표지 안에 '좋은 문학은 지역과 언어를 뛰어넘어 마음으로 이해된다'는 말이 적혀 있다. 이 책은 그 말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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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자메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4
친원쥔 지음, 전수정 옮김, 정가애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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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서 10 년 가까이 살다보니 이웃집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그맣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는 모습까지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세월이 빠르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희안한 건 어릴 때 그렇게 인사성 바르고 잘 웃던 아이들이 중학생만 되면, 표정이 어두워져 있고 뭔가 불만에 차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춘기라 그렇겠지 생각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아이들을 보면서, 뭐가 그리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결코 남의 얘기일수만은 없기에 가는 관심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의 중학생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 적이 있다. 위태위태하게 심리적 이유기를 지나는 중학생들의 폭발적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자신의 내적 고민과 여러 변화를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아이들이 반항과 침묵으로 표출하기에 그 시기의 집안에서는 심한 내홍을 겪는다. 오로지 무사히 지나기만을 바라는 엄마들도, 또 그렇게밖에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안됐다.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는지, 그들의 세계는 어떤지 알기 원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엄마들의 모습은 때로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 엄마들에게 쉽게 찾아오는 유혹이 아이 몰래 일기장을 읽거나 책상을 뒤지는 일이다. 아무리 답답해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이런 실수를 하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 혹여라도 아이가 알게 되면 신뢰에 금이 가는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이의 마음을 더 닫게 하는 행동이리라. 그럴 때 차라리 또래 아이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방법이지 싶다.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전해주거나, 아이가 읽는 걸 엄마도 뒤따라 읽으면 이를 매개로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여학생 자메이'는 중국의 아동소설이다. 중국인 특유의 느긋함과 아이들의 엉뚱함이 배어있어서인지 꽤 재미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책 제목 그대로 중학교 1학년 짜리 여학생 자메이다. 자메이에겐 자리라는 쌍둥이 오빠가 있고, 글을 쓰는 아빠와 연극배우인 엄마가 있다. 같은 쌍둥이라도 자리와 자메이는 많이 다르다. 촐랑대며 잘난 척하는 자리와 달리 자메이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얼굴도 예쁘고 학교예술단의 간판급 배우이기도 하지만 자메이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근 자메이는 쭤거라라는 가수에게 홀딱 빠져있다. 친구인 린샤오메이와 같이 쭤거라의 콘서트에 가기위해 자메이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와 잔뜩 먹고 간 통에 돈도 얼마 받지 못했다. 콘서트는 가야겠고 마땅한 방법이 없자 자메이는 아빠에게 애원하고, 아빠의 통큰 배려로 콘서트를 가게된다. 그토록 기대했건만 콘서트는 자메이에게 씁쓸함만을 남겨주었고, 이를 통해 자메이는 마음이 한뼘 자라게 된다.

 

학교에서 자메이는 나름 스타지만, 잘난 체 하거나 으스대지 않는다. 예쁘장한 아이가 예쁜 척 하지 않으니 얼마나 보기 좋을까? 린샤오메이와 같이 다닐 때 아이들의 눈이 둘만 따라다니는데도 순진한 자메이는 그런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때로 친구에게 이유없이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 왔다갔다하는 선배언니에게 휘둘려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메이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그런 자메이를 보고 있자니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운다는 캔디형도, 자뻑 공주 타입도 아니지만 자메이는 있는 모습 그대로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래서 자메이가 있는 곳에는 황당한 일은 벌어져도 나쁜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런 자메이를 보고 있자니 우리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도 쉴틈 없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휴식이 됐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엄마와 중학생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말할 나위 없겠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욕심을 내자면 현실에서도 자메이 같이 넉넉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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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비밀 - 쿠바로 간 홀로코스트 난민 보림문학선 11
마가리타 엥글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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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소년이 있습니다. 가난한 연주가였던 부모는 소년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포기했고, 그 대가로 소년은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미국도, 캐나다도 소년이 탄 배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선객이 유대인에 난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곳 쿠바에서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년은 다시 독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제 쿠바가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렇게 내일이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 소년은 하루 하루를 지냅니다. 소년의 이름은 다니엘입니다. 나이는 열세 살이구요.

 

'열대의 비밀'은 디아스포라의 숙명에 난민이라는 덧옷까지 입어야 했던 유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춥니다. 보호막 없이 살아야 하는 이들의 설움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인 노인인 다비드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다비드는 아이스크림을 팔며 삽니다. 그는 여기서 잘 지내기 위해선 무더위와 언어, 외로움과 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든 여전히 국외자일 수 밖에 없는 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미래만 생각해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한편 너무 이른 나이에 맞닥뜨리게 된 현실에 다니엘은 아직도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다니엘은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생존이 확실치 않은 부모를 떠올리며 지냅니다. 다니엘은 자신을 '고통스러운 기억과 희망이라는 부서질 듯한 파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이'로 규정합니다.

 

이들은 누군가의 호의가 없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습니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현지인 소녀 팔로마는 천사와 같습니다. 다니엘에게 팔로마는 쿠바와 자신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이며, 공포와 분노 속에서 지탱케 하는 피난처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다니엘과 다비드, 그리고 팔로마의 도움을 기다리는 난민들이 있기에 팔로마가 자신을 지키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팔로마는 아직도 자신과 아빠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도망간 엄마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게다가 불쌍한 난민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돈벌이로 이용하는 아빠는 팔로마의 내밀한 부끄러이기도 하구요. 팔로마는 비둘기를 돌보고, 난민들을 도우며 어른보다 더 큰 용기와 사랑을 가진 사람이 됩니다. 팔로마는 불과 열두 살인데 말입니다.

 

1939년 6월부터 1942년 4월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피를 말리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다니엘은 마침내 희망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노래를 만들기도 하구요. 이제 그의 노래 속엔 부모님의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또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어린 난민 소년에게는 쿠바에서 사는 법도 가르쳐 줍니다. 팔로마와 다비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난민들이 쿠바에 정착하게 되었구요. 이제 다니엘은 '음악에 어울린다면 삶의 어떤 부분이든 노랫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독한 불신과 절망이 사람에게서 기인됐습니다. 달콤한 희망도 사람이 불러왔구요. 이웃이 폭도가 되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겪고, 바로 옆에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았던 다니엘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웃음을 가져다 준 건 12세 소녀였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 다니엘의 공포를 이해하며 조금이라도 아픔을 나누려는 시도가 한 소년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일 년 후 다니엘과 같은 한 소년을 삶으로 이끕니다. 셋의 공통분모는 쿠바라는 장소에서 만났다는 것 하나였습니다. 그 하나만으로도 작은 평화를 만들어냅니다. 자신의 것을 나누고 함께 했을 때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운 누군가를 살려냈습니다. 나누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느끼게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이면 읽어낼 책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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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먹고 싶어 푸른숲 새싹 도서관 7
고토 류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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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에 관한 아이들의 태도는 천양지차다. 너무 안 먹어서 부모의 속을 썩이는가 하면 너무 먹어서 걱정을 사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입학해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 밥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고, 다른 아이들이 반도 못 먹었을 때 부리나케 나가 급식을 또 받아오는 아이도 있다. '우리들은 1학년' 시리즈 3편은 아이들의 급식시간을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맛있다며 급식을 먹고 또 먹고 또 먹는 아이, 구로사와. 1, 2 편에서 개구장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더니 이번엔 급식 당번이 되어 맹활약을 한다. 구로사와는 1학년 1반 최고의 먹보다. 공부나 청소엔 도통 관심도 없고, 오로지 점심 식사에만 관심이 있다. 급식 때문에 학교에 온다는 구로사와는 음식 냄새만 나면 흥분하기 시작한다.

 

 

오늘의 급식은 카레라이스다. 자칭 카레라이스를 먹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구로사와는 점심 시간이 되기도 전에 급식복으로 갈아입은 후 조리실로 달려간다.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수업이 계속 되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구로사와를 찾으러 1반 아이들이 출동했다. 구로사와는 그 곳에서도 넉살이 좋다.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하지만 구로사와의 인심은 박하기만 하다. 한 두번 먹으면 없을 정도로 카레를 매우 조금 얹어주고 만다. 아이들의 불평은 대단하다. 그러나 구로사와는 아이들의 볼멘 소리엔 신경도 안쓰고, 남은 건 빨리 먹는 사람 몫이라며 다섯 번이나 카레를 듬뿍 더 얹어 먹는다. 과식은 금물인데 구로사와 문제가 생겼나 보다. 화장실로 달려간지 제법 됐는데 돌아오지 않는다.

 

카레가 너무 많이 남아 걱정이 된 선생님과 마리아가 몇 번이나 더 가져다 먹는다. 이제 통은 텅 비었다.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고 난 후 더 먹으려던 구로사와는 울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마리아가 다 먹었다는 말에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마리아는 일곱 번 먹었고 구로사와는 다섯 번 먹었다. 다음엔 꼭 열 번을 먹겠다며 다짐하는 구로사와, 하지만 탈이 나긴 단단히 났나보다.

 

 

양호실에 있는 구로사와를 데리러 마리아와 고지마, 신과 선생님이 함께 갔다. 구로사와는 양호 선생님께 훈계를 듣는중이다. 양호선생님은 담임 선생님께도 많이 먹기 대회를 시켰다며 뭐라 하신다. 자신 때문에 선생님까지 꾸지람을 듣는 게 속상한 구로사와는 선생님을 변호하고, 선생님은 구로사와는 데리고 나오신다. 다음에 꼭 열 번을 먹겠다는 구로사와를 데리고 말이다.

 

'내 맘대로 먹고 싶어'는 자기 마음대로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자기 마음대로 하면 좋을 것 같아도 그렇게 되면 탈이 날 수 있다는 걸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한다. 교훈을 목적으로 함에도 교훈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넌지시 던지는 한 마디 말처럼 이 책은 그렇게 넌지시 교훈을 던지고 시치미를 뚝 뗀다. 마치 구로사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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