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작가의 작품을 찾다가 발견한 Miracle Creek

처음에는 확 끌리지 않아서 읽을까 말까 했는데 법정 장면이 나오면서부터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다 읽고 작가와의 인터뷰를 들으니 작가가 원래 법정 변호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생생하고 박진감이 넘쳤나 보다. 작가가 그 부분을 막 신나서 쓴 게 느껴졌다.

작가의 경험- 이민 1.5세, 변호사,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을 잘 버무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무리가 희망적이라 넘 소설 같잖아 (소설 맞지만) 싶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래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마음이 너무 무거웠을 듯.


작가님이 내가 좋아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를 가지고 미스터리 쓰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더욱 반가웠다. 궁금하신 분은 링크로 가서 읽어보시길.

https://www.vulture.com/article/angie-kim-mystic-river-miracle-creek.html



읽다가 이 부분에서 진짜 울컥했다. 내 얘기 같아서...


PAK YOO was a different person in English than in Korean. In a way, he supposed, it was inevitable for immigrants to become child versions of themselves, stripped of their verbal fluency and, with it, a layer of their competence and maturity. 중략  But what he hadn't known, hadn't expected, was that this linguistic uncertainty would extend beyond speech and, like a virus, infect other parts: his thinking, demeanor, his very personality itself. In Korean, he was an authoritative man, educated and worthy of respect. In English, he was a deaf, mute idiot, unsure, nervous, and inept. A bahbo.


혹시 하여 찾아보니 알라딘에 마침 이 부분이 있네.


영어를 쓸 때의 박 유는 한국어를 쓸 때의 그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겠거니 생각했던 대로, 언어의 유창함이 한풀 꺾이면서 유능함이나 성숙함도 한 꺼풀 같이 벗겨지는 이민자들은 어쩔 수 없이 어린아이 버전의 그들이 되고 만다. 미국으로 오기 전에 그는 자신이 맞닥뜨리리라 예상한 어려움들에 대한 대비를 했다. 말하기 전에 생각을 번역해야 하는 논리적 어색함이나, 맥락에서 단어의 뜻을 유추해야 하는 지적 부담감, 한국어에는 없는 소리를 내기 위해 혀를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두어야 하는 신체적 난관. 하지만 그가 알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건, 이런 언어적 불완전성이 바이러스처럼, 발화 능력을 넘어 다른 부분들까지 오염시킨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사고와 태도, 그리고 성격까지도. 한국어를 쓰는 그는 배울 만큼 배운, 존경받아 마땅한 권위적인 남자였다. 영어를 쓰는 그는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못하며, 매사에 자신 없고, 걱정하고, 서투른 머저리였다. 한마디로 바보 bah-bo.


맞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나의 생각, 태도, 성격까지 오염시킨다.  한국말을 하는 나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지만 영어를 하는 나는 어벙하고 무뚝뚝하다.



교포들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한, 부모는 한국어로 아이들은 영어로 답하는 이 상황. 

이 이상한 상황이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가족들 사이에 친밀감을 더해줄 수도 있겠구나.


Even the difference in their language-Young and Pak speaking in Korean, with Mary responding in English, as always-which had felt awkward in the past, now added to their intimacy, as if they'd created their own private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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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1-30 1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공감가요. 저도 영어를 할 때는 어린이가 된 느낌. 모두가 안쓰러워하고 ㅋㅋ 이게 한국말 하는 외국인들도 그런 어감이 들더라고요. 아, 프쉬케님, 아드님은 좀 괜찮은지 궁금해요. 그리고 데니스 루헤인 시작하려면 어떤 책 추천하세요? 극찬하는 작가들이 많네요.

scott 2022-01-30 11:11   좋아요 1 | URL
미스틱 리버 굉장히 잘쓴책!
전, 살인자들의 섬으로 루헤인 입문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 사알짝 추천 ^ㅅ^

psyche 2022-01-30 13:27   좋아요 2 | URL
바보가 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ㅜㅜ
네 엠군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
그리고 데니스 루헤인은 scott 님 말씀대로 많이들 <살인자들의 섬>으로 시작해요.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이요. 이 책도 정말 재미있는데 데니스 루헤인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명작은 <미스틱 리버>가 아닐까 해요. 이것도 영화로 나왔고 영화도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다 좋아해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그 중 <가라, 아이야, 가라> 좋아하고 이것도 영화로 나왔어요.

psyche 2022-01-30 13:34   좋아요 2 | URL
@scott 운명의 날/ 리브 바이 나이트/ 무너진 세상에서 이 시리즈도 좋은데 저는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넘 좋아해서 작가가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끝내 버리고 저리로 가버린 거 같아서 슬펐어요.

scott 2022-01-30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영어로 하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게 말하는데
한국말을 할땐 감정이 울컥 할때가 많습니다 ㅎㅎㅎ

2022년엔 프쉬케님 번역책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드님 빠른 쾌유 바라며!
프쉬케님 福마뉘 ^ㅅ^

psyche 2022-01-30 13:36   좋아요 2 | URL
하고싶은 말을 척척 영어로 하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부럽습니다.
올해 책을 만나실 수도. 기다려주세요~ ㅎㅎ
scott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