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아마 오후가 되면 안방침대 위 작은 창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햇살을 피해 둘째 방 침대에 누워 책장을 보다가 이 책이 눈에 확 들어 왔었던 거 같기도 하다. 전에 둘째녀석이 한참 좋아해서 큰 아이가 북 페스티발에서 포스터도 받아다 주고, 티셔츠도 사줬던 그 책. 멀리 있는 둘째녀석 생각이 나서 이 책을 꺼내 들었나보다.


<헝거게임>의 성공 이후 디스토피아 YA 소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고, 모두들 ,<헝거게임> 이후에 xxx,  <헝거게임>을 뛰어넘는... 등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 책에도 역시 헝거게임 어쩌고 하는 현란한 수식어가 붙어있고 영화화도 되었다. 뭐 물론 그걸 다 믿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너무하잖아? 아무데나 <헝거게임>을 가져다 붙이다니!!!


이런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미래 사회의 모습이 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이버전트는 일단 기본이 안되어 있다. 다이버전트의 사회는 5개의 분파로 되어있고 학생들은 16살이 되면 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의 분파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분파에 속해서 그들만의 규율에 따라 평생을 살게 된다.  다섯 분파의 특징은 이렇다. 이타심, 용기, 평화, 지식, 정직. 그리고 그 특징에 따라 각 분파별로 맡은 직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이타심의 분파는 (이름은 그새 까먹음) 정치,의료관련 용기의 분파는 군인이나 경찰 이런 식이다. 인간의 기질을 이 다섯가지로만 나눈 것도 말이 안되지만 사람이 그 중 하나만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래 다 양보해서 미래에 뭔 큰 재앙 때문에 인간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할 때 어떻게 이타심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나 의료 쪽에 있냐고. 정치 쪽은 오히려 정직한 분파가 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내가 이기적으로 뭔가를 결정할 때는 최소 그렇다고 인정할 거 아냐. 뇌물 같은 것도 안 아니 못 받을테고. 의료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잘 모르면서 남을 도우려는 마음만 있는 사람보다는, 이기적일지 몰라도 많이 아는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지 않나? 일일이 따지자면 끝도 없다. 에효효


거기에 용기의 분파라는 Dauntless 는 군인이나 경찰을 한다는 데 그곳의 입문식은 무슨 조폭 가입식같다. 규율도 없고, 도덕성도 없고 이게 용기란 말이야?? 입문식에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실제로 막 죽는다- 탈락하게 되면 분파없는 사람이 되어 청소부나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네??? 이런 노동자들은 모두 패배자인가요? 일하는 데도 집도 없고, 먹을 것도 부족한 게 당연하다는 듯 그런 그룹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말도 안되는 입문식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니??? 버스기사, 청소부, 건설 노동자 등등을 모두 패배자(분파의 입문식을 통과하지 못한)로 설정해 놓은 게 너무 불편했다. 


아 쓰다 보니 내가 뭐하러 이렇게 길게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좋았던 책은 머리 속을 잘 정리해서 리뷰를 정성들여 써야지 하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 메모한 줄 안 쓰고 넘겨버리면서 별로였던 책은 흥분해서 막 쓰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좋았던 책의 리뷰보다 안 좋아했던 책의 리뷰가 더 많고, 길이도 길다. 아직도 지적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쓸데없이 에너지 쓰는 건 이제 그만.


다 읽고 나서 둘째에게 넌 이 책을 왜 좋아했었냐고 물었다. 둘째의 대답. 엄마 저 그때 중학생이었어요. 아. 그랬지. 


 한글 번역판 '다이버전트'의 광고 포스터에 오자가 있다.  용기의 돈트리스는 Dontless  가 아니고 Daunt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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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0-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헝거게임을 안 읽어봐서 헝거게임의 위용을 잘은 모르지만,
안 읽어본 사람들도 책이름은 알고 있어서, 이곳에서도 헝거게임 마케팅은 성행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째 생각에 둘째 책을 읽으셨다는 문장이 맘에 콕 박히네요.
저도 둘째가 훌쩍 자라 보고 싶을 때 둘째가 좋아하던 책을 읽어 보고 싶어요^^

psyche 2018-10-29 00:04   좋아요 0 | URL
앗 헝거게임을 안 읽으셨다니 그런 종류를 안좋아하시는군요! 뒤로 갈수록 힘이 좀 빠지지만 1편 헝거게임은 최고인데!
엄마는 지생각에 자기가 좋아했던 책 읽고 그러는데 그 마음을 자식은 알렁가 모르겠네요 ㅠㅠ

Gothgirl 2018-10-2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헝거게임도 안좋아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속습니다.. ㅡ.,ㅡ 다이버전트도 보고.. 메이즈러너도 보고.. 계속 이런 책을 집어드는 자신에게 짜증짜증 내면서 봤어요.. 이유는 아마 그러다 가물에 콩나듯 취향작이 하나쯤은 얻어걸리기 때문인듯 해요 그래도 그거 하나 얻어걸리자고 희생하는 제 오글거림과 정신피폐가 너무 심합니다 ㅠㅠ

psyche 2018-10-29 00:0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구나. 저는 헝거게임을 무지 좋아해서 또 속아요 ㅎㅎ 가물에 콩나듯 취향적이 얻어걸린다는 말이 백배 공감. 그거 때문에 너무 심해지는 오글거림과 정신피폐에는 백만배 공감이요!!!! 괴로워하면서 다시는 안본다면서 또 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