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는 실향민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땅의 많은 실향민들의 비극과 다르지 않다. 4남1녀중 장남이었던 그는 장남 장녀만을 데리고 일단 피난길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인민군의 총에 아버지를 잃고 누나와 둘이 남쪽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는 고향 땅에 가지 못했다.
2004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으로 54년만에 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였고, 세 명이었던 동생도 한 명은 벌써 세상을 떠나 두 동생만을 만나고 오셨다. 몇 십 년만에 잠깐 만났다가 다시 헤어져 또 다시 만날 수 없다니 그 비통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어제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아마도 티비를 시청하고 있던 한국 사람들은 다 그랬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판문점 선언을 보고 또 눈물이 났다.
CNN 에 나온 이 사진을 보고는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꿈꿔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상해봐도 될까?
아버지께서 고향땅을 밟는 그 모습을.
* 글을 쓰고 한참만에야 3남1녀가 아니라 4남 1녀라는걸 깨달았다. 남동생이 3명이면 아들이 넷.... 숫자도 못세는 나는 돼지 ㅜㅜ
* 다시 보니 54년을 34년으로 오타를.... 나 너무 흥분했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