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는 실향민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땅의 많은 실향민들의 비극과 다르지 않다. 4남1녀중 장남이었던 그는 장남 장녀만을 데리고 일단 피난길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인민군의 총에 아버지를 잃고 누나와 둘이 남쪽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는 고향 땅에 가지 못했다.


2004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으로 54년만에 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였고, 세 명이었던 동생도 한 명은 벌써 세상을 떠나 두 동생만을 만나고 오셨다. 몇 십 년만에 잠깐 만났다가 다시 헤어져 또 다시 만날 수 없다니 그 비통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어제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아마도 티비를 시청하고 있던 한국 사람들은 다 그랬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판문점 선언을 보고 또 눈물이 났다.

CNN 에 나온 이 사진을 보고는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꿈꿔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상해봐도 될까?

아버지께서 고향땅을 밟는 그 모습을.




* 글을 쓰고 한참만에야 3남1녀가 아니라 4남 1녀라는걸 깨달았다. 남동생이 3명이면 아들이 넷.... 숫자도 못세는 나는 돼지 ㅜㅜ


* 다시 보니 54년을 34년으로 오타를.... 나 너무 흥분했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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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2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분 중에서 이산가족이 있으시다면 어제 더 특별한 감동을 받으셨을듯 해요. 월북, 월남...손을 맞잡고 이렇게 하면 되는데 그동안 우리를 막고 있던 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저도 어제 종일 실황중계 보면서 박수치고 크게 웃고 또 울었습니다.

psyche 2018-04-28 12:56   좋아요 0 | URL
정말 믿어지지 않더라구요. 1년전만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저렇게 손잡고 건너갔다 건너오는 데 정말 울컥했어요.

라로 2018-04-2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 울컥하네요. 제 친정엄마도 실향민이에요.
40년 생이신데 엄마네는 9남매인데 제 엄마가 둘째면서 큰 딸이라
3살된 동생을 업고 5살된 동생의 손을 잡고 피난길에 올랐데요.
피난길에 여동생 한분만 죽었다고 하니 다른 분들에 비하면 나은 형편이었죠.
부모님과 8남매가 무사히 남쪽으로 올 수 잇었으니까요.
명절만 되면 술고래가 되어 우시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생각이 나네요.ㅠㅠ
작은 나라에서 남북으로 갈라져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처참함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요.
아무쪼록 제 친정엄마는 돌아가셔서 고향땅을 닮을 수 없지만
님의 아버님은 꼭 고향땅을 밟으셔서 어머님과 동생분의 산소도 찾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yche 2018-04-28 18:42   좋아요 0 | URL
아 라로님 친정어머니도 이북분이시군요. 제 친정 어머니, 아버지 모두 이북 분이신데 어머니는 그래도 대부분의 가족이 같이 내려오셨어요.
어제는 평일이라 그냥 보내고 오늘은 한 잔 안하면 안될거 같아서 한 잔 하다보니 이시간까지 과음을 하게 되었네요 ㅎㅎ

유부만두 2018-05-01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언니가 한국선 명절 때 판문점 쪽에 간다고 얘기해준 적 있었어요. 이번 회담 보시고 아버님께서 얼마나 가슴 벅차셨을까...

큰애가 작년 겨울에 입대 준비할 땐 북핵으로 시끄러울 때라 얼마나 맘 졸였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제 회담이라니!

언니.... 난 모임 가서 사람 셀 때 절 빼놓고 세서 커피를 못마신 적도 있..... (나도 돼지 ㅋ)

psyche 2018-05-01 12:22   좋아요 0 | URL
명절때면 부모님 두분이서 임진각에 다녀오시지. 그러고보니 이번에 한국가면 나도 가볼까 싶네.
그러게 한참 전쟁이 곧 날 거 같았었잖아. 그때 군대 보낼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정말 다행이야

ㅋㅋ 커피를 못마시다니... 나 웃어도 되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