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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사기 -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과학을 어떻게 남용했는가
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음 |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앨런 소칼(Alan Sokal)은 뉴욕 대학 물리학과 교수이고 장 브리크몽(Jean Bricmont)은 벨기에 루뱅 대학 교수로 있다. 이 책은 원래 자적 사기(Impostures Intellectuelles)라는 제목으로 1976년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책을 영어로 번역한 책이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레이, 브루노 다투르, 장 보드리야르,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폴 비릴리오와 같은 프랑스계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이 어떻게 수학과 과학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위의 철학자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아마 분개할지도 모를 만큼 도발적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쓰여지게 된 동기가 있다. 1996년에 소칼이 Social Text라는 철학잡지에 "경계의 침범:양자 중력의 변형해석학을 위하여(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라는 논문을 실는 데 성공한다. 이 논문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패러디한 억지와 후안무치한 궤변으로 가득 차 있는 논문이다. 소칼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논문을 쓴 후 과연 이렇게 쓰여진 논문이 게재될 수 있는지 보기로 했다고 한다. 극단적 형태의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표방한 이 논문이 Social text에 게재된 후 얼마 뒤 소칼이 위 논문이 단순한 패러디였다고 밝힌다. 이 일로 학계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 옵저버, 르 몽드 같은 신문에 여러 학자들-이 중에는 S.Weinberg도 들어 있다-이 관계되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기보다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나오는 개념들이 남용되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학과 물리학의 개념들을 남발하면서 어설픈 학식을 드러내는 철학자들의 의도는 과학에 무지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무엇보다도 겁을 주려 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 예로 라캉은 위상수학의 가장 최근 이론을 응용한다고 으스대고 라투르는 자기가 아인스타인한테 한 수 가르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기염을 토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면 저자들이 가볍게 위 철학자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이 말하듯 이 책을 통해서 라캉의 정신 분석학, 들뢰즈의 철학, 라투르의 사회학 연구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저자들이 과학적인 기본 문제에 대해서 한 말들에 대해 비판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소칼이 다룬 철학자들이 비록 과학과 수학을 오남용한 구석은 있지만 메타포로써 수학과 과학을 썼다면 그용서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저 그 사람들이 수학과 과학을 자신들의 문체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사용했다면 말이다. 그래서 쓰이는 언어가 더 풍부해 질 수 있다면. 하지만 수학과 과학을 대하는 인문학자들의 잠재된 오만 또한 반드시 비판하고 넘어가긴 해야겠다.
참고로 이 책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제법 논란이 되었던 책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Physics Today에 실렸던 머민(Mermin) 교수의 글로 일단락 된 듯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