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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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 책에 대한 극찬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스토너, 스토너, 스토너, 문학을 사랑한다는 이들이 감동을 받았다며 남긴 글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때로는 그런 물결에 쉽사리 휩쓸리지 않으려고 갈등하면서도, 때로는 주체할 수없이 쉽사리 휩쓸리곤 한다. <스토너>는 전자였다. 왜인지 모르게 무겁고 진지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나중을 기약하다가 이제야 읽었다. 생각지 못한 심플한 줄거리와 담백한 문체에 조금 놀랐다. 초반에는 계속 갸우뚱한 채로 읽어나갔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정말 특별할 것이 없다. 큰 줄기만 보면 가업을 이어 대학에서 농업을 공부하려던 ‘윌리엄 스토너’가 대학에 가게 되고, 문학을 사랑하게 되어 영문학 교수가 되어 일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설의 굴곡을 그려볼 만한 격한 갈등도, 비애도 없다. 인생을 뒤흔들 만한 선택이나 기쁨도 잔잔히 이루어진다. 곳곳에 작은 성공과 실패가 존재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가에 가까이 있을 듯한 사람의 일생인 것 같다. 그런데 왜 스토너의 이름이 도통 잊히지 않을까. 길게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선 도통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에서 스스로에게 줄기차게 되묻는 이 물음은, 그리고 이어지는 회고의 장면들은 가히 장엄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악착같이,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가는가. 얼마나 찬란한 인생을 만들려고 온갖 허무한 것들을 지니고 있는가. <스토너>의 담백한 물음 앞에 온갖 거창한 말들을 붙여가며 우리는 지나온 짧은 인생과 앞으로 거쳐갈 인생의 모습을 대입해본다. 그리곤 알게 된다. 누군가에겐 성공이거나 누군가에게 실패로 보일 ‘스토너’의 인생처럼, 우리 인생도 다를 바 없음을. 무언가에 몰두하고 집착하고, 작은 목표들을 이루고 때로는 이루지 못하여도 그것 또한 인생인 것을.

 

그런데 이렇게 소설을 풀어보고 나니 조금은 걸리는 부분이 있다. 작가가 목표한 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잘 쓰인 소설이라 믿지만 함정도 존재한다. 스토너는 불륜을 자행하고, 소설 속 그의 시선 속에서 아내는 비정상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불륜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 (마치 <제인 에어>의 미치광이 ‘버사’ 부인을 떠올리게 했다.) 위에서 풀어낸 소설의 메시지에 따른다면, 그의 인생이 다수의 평범한 인생을 대변하는 데 있어 부정한 행동이 아무것도 아닌 일 또는 어쩔 수 없던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조금 조심스럽다. 불륜보다 심한 죄를 지은 사람의 인생도, 삶에 치열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부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조용히 머물러지게 되는 것인가 하는 우려 섞인 마음도 들고.

 

그러나 작가가 보기를 바랐던 건 나름의 삶을 묵묵하게 쌓아왔던 스토너의 모습들이었겠지. 약간의 껄끄러운 부분은 있지만 좋았던 장면들만 남겨놓고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지막 몇 페이지의 여운은 정말 압권이었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그는 검은 가운과 학사모를 들고 캠퍼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무겁고 성가신 짐이었지만 가운과 학사모를 놓아둘 곳이 없었다. 그는 부모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결정을 이미 돌이킬 수 없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결정을 무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경솔하게 선택한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이 버린 세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부모가 잃어버린 것을 슬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책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그것을 양손으로 들고 아무 장식이 없는 표지를 쓰다듬다가 책장을 펼쳤다. 섬세하고 활기 찬 아이 같았다. 그는 책으로 완성된 자신의 원고를 다시 읽고 나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그 책을 보는 일에 진력이 났다. 하지만 자신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경이가 느껴졌으며, 자신이 그토록 커다란 책임이 따르는 일에 무모하게 나섰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 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뭔가가 모이는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좀 더 생생해지려고 힘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이 책이 망각 속에 묻혔다는 사실,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거의 하찮게 보였다. 흐릿하게 바랜 그 활자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 것이라는 환상은 없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작은 일부가 정말로 그 안에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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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없는 직장 - 갑을노동의 사회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22
류문호 외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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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날들이다. 언론을 통해 회자된 것들은 일부분일 뿐, 밝혀지지 않거나 꾹 참고 입을 닫아버린 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비대칭 관계가 당연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디까지가 근로자의 인격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14쪽)” 재벌, 임원들의 폭언, 상사나 동료의 괴롭힘, 성희롱, 임금 착취를 당하는 근로자들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한 백화점에선 진상 고객이 근로자에게 험한 욕설과 폭행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선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진상 고객을 말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인권을 무시당하는, 수직적 상하 관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디서나 존재한다.

 

<인권이 없는 직장>은 실제 한국의 노동 속에서 ‘갑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다양한 노동 형태만큼이나 갑을 노동의 모습도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직장 내의 괴롭힘, 직장 내의 무례함, 직장 내의 성희롱, 비공식 고용과 열정 페이, 진상 고객의 갑질, 노동 감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현실을 파악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존재하긴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 정도와 별개로 법적 규제와 처벌의 판단은 애초에 수직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직장 내에서 애매모호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케이스와 그에 따른 해결책을 알려주는데, 일단 중심이 되는 주장은 근로자 인권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포괄적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내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경우,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 문제로 파악할 것,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을 담당할 것이 요구된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과잉 친절을 방지한 세심한 인사 관리가 요구된다. 결국 고통을 주는 ‘가해자’의 처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조, 조직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딱딱한 문체와 나열식으로 쓰인 글이 읽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올바른 노동’에 대해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직장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람의 ‘심리적 부검 (자살로 사망한 사람과 관련해 수집된 포괄적 정보를 분석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방법)’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사회적 타살로 인해 한 사람의 생명이 스러지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슬프지만, 그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는 것이 조금이나마 인권을 보듬어주는 것이라 여겨졌다. 아,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일하는 어떤 곳이나 스트레스는 있겠으나,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괴롭힘은 부디 없어졌으면 좋겠다.


 

 

● 20쪽,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업무 수행 과정에서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 또는 상급자의 지휘, 명령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곤 한다. 근로자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는 상급자의 언행이 정당한 지휘, 명령권의 행사라는 명목으로 합리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을 집단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따돌림이라는 지엽적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 40쪽,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직장 내 괴롭힘은 쇠망치로 때리는 행위로, 직장 내 무례함은 뿅망치로 대리는 행위로 비유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쇠망치로 때리는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가해자가 상대방에게 위협, 폭력을 가하려는 의도와 행위, 피해자의 피해 상처 등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사회 통념 상 또는 법률상으로 금지되는 위법한 행위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뿅망치로 때리는 행위는 가해자의 의도, 피해자의 피해 양상, 위법성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 즉각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피해자는 결국 스트레스와 괴로움이 쌓이고 일상, 직장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 73쪽,
일부 기업에서는 "무급 인턴이라도 하겠다는 대학생이 수십 명씩 밀려들오 오는데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줘야 하느냐"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한다. 인턴에게 순수하게 교육만 시킬 것이냐고 반문하면 ‘일을 시키는 것도 교육’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사 실무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 사이에서 갑의 위치를 활용 혹은 남용하는 공급자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다.




● 126쪽,
직장 내 괴롭힘과 무례함, 직장 내 성희롱, 열정 페이, 진상 고객, 스트레스와 자살 등의 문제는 분명 근로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노동법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는 노동법이 노동의 현실에 제공해야 할 일정한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노동법의 공백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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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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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출, 비밀, 우정, 격동의 파리…… 책을 읽기 전 간단하게 정리한 키워드는 흥미로웠다. 예민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의 두 소년이 품고 있는 비밀과, 그로 인해 서로 간에 쌓게 될 우정은 여태껏 감동으로 읽어온 청춘 성장 소설을 상상하게 했다. 이를테면 헤세의 작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속 주인공들의 우정과 『책도둑』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이제는 돌아갈 수 없고 부딪쳐볼 수 없는 과거의 파릇파릇했던 마음들을 기억하게 할 잔잔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책을 열고나니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된 고전이었구나.

 

 1922년에 집필이 시작된 이 작품은 대하소설 『티보 가의 사람들』 중 첫 권이다. 작가가 총 여덟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대하소설 속 7권 <1914년 여름>을 집필할 때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내로라하는 프랑스 대표 작가들에게도 많은 극찬을 받았다. 당시 문학의 흐름과 가치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으나, 오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니 만큼 읽어볼 가치가 있었다. 단, 소설의 특성상 도입부가 되는 <회색 노트> 또한 마지막은 미완결이거나 열린 결말의 느낌, 아니면 이어지는 느낌으로 뭉뚱그려 그려질 수 있겠다고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다.

 

책 속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두 소년의 가출 사건이다.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자크’와 ‘다니엘’은 회색 노트에 진지한 삶의 성찰과 이상을 풀어놓는다. 열정적으로 쓴 노트의 글 속에는 그들이 나눈 문학적 교류와 깊은 우정이 있다. 진심 어린 말들이 가득했지만, 실수로 회색 노트를 학교 선생님에게 들키고 난 후에는 엄청난 논란이 인다. 때묻지 않은 우정의 글들은 어른들의 편견 어린 시선 속에서 문란한 것으로 둔갑된다. 충격을 받은 두 소년은 함께 가출하기에 이른다. 성향만큼이나 살아가는 환경까지도 달랐던 그들로 인해, 당시 엄격한 가톨릭 부르주아 집안과 프로테스탄트 집안의 대립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고전 특유의 문체 때문일까. 영 따라가기 힘든 흐름과, 시대에 따른 주인공의 행동들이 때로는 불쾌감을 불러냈다. 청춘이기에 서슴없이 고민하고 갈망할 수 있는 회색 노트 속 ‘자크’와 ‘다니엘’의 편지는 아름다웠지만, 편지글을 벗어난 이야기 속에서는 뚜렷한 감정선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아, 어쩌면 내가 『티보 가의 사람들』이 아닌 두 소년의 우정 어린 <회색 노트>만 기대하며 읽어서일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 81쪽,
아, 아무런 기교도 부리지 말고 천성을 그대로 따를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이 창조하기 위하여 태어났다고 자각할 때는 자기가 가장 중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사명을 띠고 있으며 완성해야 할 중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 그렇다! 성실할 것! 모든 일에, 그리고 항상 성실할 것! 아, 이런 생각이 얼마나 가혹하게 나를 쫓아다니는지! 천만 번이나 나는 나 자신 속에 모파상이 『물 위』에서 말하고 있는 가짜 예술가, 가짜 천재의 거짓을 발견하는 듯했어. 그러면 나는 구역질이 나는 걸 느끼곤 했지. 오,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너를 나에게 주신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몰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분명히 알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천분에 환상을 품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영원토록 얼마나 서로 필요한지.

● 91쪽,
습관과 규율의 영향 아래에서 개성을 잃은 대부분의 학생들 틈에서, 또 나이를 먹고 하루하루 판에 박힌 생활 탁에 정력이 다 소모되어 버린 선생들 곁에서, 이 볼품없는 얼굴의 게으름뱅이는 항상 솔직하고 강한 자기 의사를 폭발시키면서, 자기만을 위해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았고, 위험을 두려워할 줄 모르며 모든 엉뚱한 모험에 서슴없이 뛰어들곤 했기 때문에 이 작은 괴물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인 존경심마저 자아내게 했다. 다니엘은 자기보다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개성이 풍부하여 끊임없이 자기를 놀라게 하고 가르침을 주는 이 소년의 매력을 제일 먼저 느낀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게다가 그 자신 역시 무엇인가 격정적인 면이 있었고, 자유와 반항을 열망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 121쪽,
"있잖아." 그가 입을 열었다. 변성기에 있는 그의 목소리가 엄숙하고 나직이 울렸다 "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우린 헤어지게 될지도 몰라. 그래서 말이야, 난 전부터 네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어떤 보증이라고 할까, 우정의 영원한 표지 같은 걸 말야. 너의 첫 시집을 내게 바치겠다는 약속을 해 줘……. 아, 이름을 쓸 건 없어. 그저 나의 친구에게라고만 써 줘. 어때?"



● 157쪽,
자크는 목구멍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얼굴 근육 하나에라도 그 표정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턱을 가슴께로 바싹 끌어당겼다. 용서를 빌지 못한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으며, 자기도 다니엘처럼만 맞아 주었더라면 얼마나 따뜻한 눈물을 흘렸겠는가를 아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 그렇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아버지에 대한 자기의 심정, 원한이 섞인 이 동물적인 애정,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돈 뒤로 오히려 더 복받치기까지 하는 이 동물적인 애정을 결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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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민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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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쓰기 위해서, 내가 들었던 말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걱정과 빈말로 포장한 모욕적인 말들을 다시 되짚으면 기분만 나빠진다. 자존감을 건드릴 정도의 큰 타격을 받은 적도 있고, 여자라면 한번씩 들었을 사소한 말들을 나도 꾸준히 듣고 자랐다.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아는' 사람 불문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기분 나쁜 말들은 보통 여성성과 외모와 옷차림과 태도에 관한 과한 참견과 관심의 말들이다. 너나 잘해, 하고 싸가지 없이 욕 한번 시원하게 해버리고 싶지만 관계를 망치거나 시끄러워질까봐 '허허허' 웃거나 '네네' (알았으니 얼른 가세요) 속말은 삼키고 대충 대화를 마무리 짓기 일쑤였다. 이건 착한 사람 콤플렉스나 각자의 성향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위치 때문에 속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썅년의 미학>은 저스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툰을 재구성해 출간된 책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페미니즘과 관련된 만화지만 딱히 '페미니즘 만화'라고 이름 붙이진 않았다. 그저 여자들이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한 컷, 한 컷에 간략하게 담고 나서 상상력을 가미했다. 여자들이 별별 행동과 말들로 상처를 받거나 피해를 입을 때 당당하고 거침없이 거절하는 모습을 담았다. 각 장의 만화 뒷편에는 저자의 짧은 단상이나 실제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기억에 남는 저자의 경험담은 지하철 쩍벌남에 일침을 가했다는 이야기다. “지가 다리 벌려 놓고서는 왜 나한테 X랄이야?” 라는 말에 놀라 일어선 남자가 다시 통화를 하는 척 욕설을 내뱉자, “지금 나한테 미친년 이라고 한 거야?”라고 크게 웃으며 모든 승객들의 시선을 주목시킨 일이다.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저자 또한 친구와 함께 있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저자의 경험담이 섞인 만화를 보다보면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말하라고 알려주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거절하고 받아치지 못하는 여자들이 바보 같거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잘못은 먼저 폭력적인 언행을 한 그 남자에게 있다.

 평생을 옭아매는 성 고정관념, 갑갑한 브래지어와 생리대의 괴로움, 성폭행과 성희롱, 범행의 표적이 된다는 불안, 데이트 폭력과 안전 이별, 나이에 따른 결혼의 압박과, 임신과 육아, 일터에서의 차별적인 대우. 사회가 오랜 세월 동안 방관해왔던 여자가 당하는 거의 모든 일들에 대하여 하나 하나 짚어주는 느낌의 만화다. 얼마 전 읽었던 <악어 프로젝트>가 길거리에서 여자들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집중한다면, 이 책은 더 범위를 넓혀서 조금 더 가볍고 알기 쉽게 전해주는 느낌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항하는 방식이나 전략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코르셋의 범주에 관해서도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성 개인에게 가해지는 압박도 제각각이고, 그 때문에 그걸 벗기 위한 노력의 정도나 한계도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목적은 모두 같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개인의 자유를 찾는 것이다.” (234쪽)

책의 마지막 문장인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처럼 생겼다”는 말에 마음이 갔다. 만화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탈코르셋을 하지 않고, 내 취향이 어디서 왔는지를 연구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대로 살아가자는 주의다. 발췌한 글이, 탈코르셋을 하지 않는 저자의 합리화로 볼 수도 있겠으나,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외모를 나누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고 정답은 없다”는 저자의 말에 어느 부분 동의를 하고 있다. 나는 아직 페미니즘 입문서를 고작 몇개 읽은, 지금 뜨겁게 일어나는 페미니즘 운동에 발도 채 담그지 못한 애송이라서 뭐가 맞는지 틀린지 확신할 순 없다. 그래서 이런 저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공부해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심해보는 중이다.

73쪽,
"야한 걸 좋아하지만 너랑은 안 해."
이걸 말하기까지, 내가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뭐 어쩌라고.
결국, 지금에서야 페미니즘을 접한 우리들의 인생이란, 자신의 지난날을 끊임없이 후회하며 이불을 차다 "아니야, 역시 그 새끼들이 개XX다." 하고 잠드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오늘 밤만이라도, 온전히 그 개-새끼들을 탓하며 잠들 수 있기를. 모두 굿 나잇.

93쪽,
그들은 여성의 가장 사적인 순간, 즉, 여성이 배설하는 장면을 보거나 여성의 생식기를 보는 행위를 통해 비틀린 지배욕을 맛본다고 한다.제 아무리 잘난 여자라도 이런 곳에서 아랫도리를 다 드러내놓고 ‘몰카‘나 찍힌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낌다는 것이다. 여성의 수치심이 곧 자신의 흥분제가 된다는 것. 아아, 도대체 어떤 지질한 인생을 살기에 겨우 그런 거로 흥분하는 걸까? (아, 물론 너희 인생 따위 전혀 안 궁금하다.) 근데 있지, 우리 하나도 안 창피해. 우리는 인간이라서 생식기도 달려 있고 오줌도 싸고 똥도 싼단다. 그래서 그게 하~나도 안 창피해. 창피해야 하는 건 너희들이야. 겨우 그런 걸로 비정상적인 쾌감이나 느끼고 딸딸이나 치는 이 범죄자 X끼들아, 너희들은 우리를 한 번도 지배한 적 없었고, 앞으로 지배할 일도 평생 없을 거야.

103쪽,
남성이 피해자인 불법 촬영물이 유출되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지만,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 촬영물이 유출되면 음란 사이트 검색어 1위가 된다. 이 비뚤어진 운동장을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들 "여자가(는)"라는 말은 행동을 제한할 때 쓰이고, "남자가(는)"라는 말은 행동을 합리화할 때 쓰인다고 한다. (…) 아마 여기서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여자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으니", 남자도 "감히" 그러지 말라고. 그리고 공평하게, 서로 "그러지 말자"고.

223쪽,
우리에게, 페미니즘에, 여성에게 공감은 필요 없다. 어차피 사람은 타인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몰라도 괜찮다. 손잡아주지 않아도 되고, 눈물을 닦아주지 않아도 된다. 정말 정말 정말, 그래도 돕고 싶다면, 좀 닥치고 있기를 바란다. 여성의 입을 막지 말고, 여성의 앞길을 막지 말고, 여성의 인생을 막지 마라. 돕겠답시고 나대지 마라.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아군이 아니라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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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 프랑스에서 부부 대신 파트너로 살기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24
이승연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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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기 시작하기 전부터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외로움을 심하게 타지 않는 성향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성향을 떠나서 왜 결혼과 출산이 의무여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문과 가문 사이에 오가는 어마어마한 자금들, 소속과 호칭의 변화, 무서울 정도로 다양한 간섭들 등, 많은 것들이 한여름밤의 꿈같은 결혼식 하루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게 어쩌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두려운 마음이 먼저였다.

 

하지만 이 생각이 언제까지나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상, 아마 나는 비슷한 경로를 밟아나가지 않을까. 무수히 많은 것들과 싸우기보다는 순응하는 식으로. 한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사회적으로는 꽤 많이 닫혀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는 ‘팍스’라는 제도가 있다. 팍스는 두 성인이 서로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이며, 한국어로는 ‘시민 연대 계약’으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68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고, 팍스는 원래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였다. “결혼한 커플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제도를 제공하면서도 입양 허용 문제는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합의를 하고 탄생한 제도가 팍스다. (55쪽)” 프랑스에선 동거 상태로 지내는 커플도 많지만, ‘팍스’ 인구 또한 상당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동거나 결혼 대신 ‘팍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각종 증명서에 팍스 여부가 기록되고 배우자로서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세금 공제 혜택과 재산 상속에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는 기특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며 (팍스) 파트너인 ‘줄리앙’을 만나게 되었고,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에게는 ‘동거’ 조차도 땅을 칠 일이었기 때문에 꽤 열심히 설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후 프랑스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하여 줄리앙과 ‘팍스’를 맺었다. 근사한 식당에서의 식사와 서명 한 번으로 둘은 파트너가 되었다. 둘은 여름이 되면 줄리앙의 부모님 댁에서 휴가를 보낸다. ‘팍스’를 맺은 그들이 자유롭게 부모님의 집을 오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족 분위기 또한 화기애애하고 자유분방한 것도 특징이다. 식사 내내 가족들이 돌아가며 접시를 내오고, 각자가 필요에 의해 일을 하고,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며 시간을 즐긴다. ‘시댁’이라고 할 수 있는 줄리앙의 집이 불편하지 않은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프랑스의 팍스 제도는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국가가 다양한 가족을 제도 안에서 보호하는 울타리를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61쪽)

 

책을 통해 프랑스의 사회 복지 제도 일부분을 접하니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게 갖춰진 느낌이었다. 개인의 선택과 권리를 중시하는 프랑스는 성별과 관계없이 각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복지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복지제도를 이용하는 개인들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다. 프랑스에서 전업주부로 사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14퍼센트라 하고, 보육 시설도 무척이나 활성화되어 있다. 각자가 필요에 의해 일을 하며 육아는 부모 공동 책임으로 자유롭게 생활한다.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국가의 복지 혜택과 그를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 책임감과 이해심을 갖춘 개인의 인식이 조화롭게 갖춰진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찌나 부러운지. 한국이 여러 방면에서 변화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큰 성장이 아닌 사소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를 느낀다.

 

● 17쪽,
결혼식을 올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혼 장소나 절차, 예복 등을 맞추다 의견 차로 다투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친척들이 두 사람의 결혼에 개입하는 일도 많다. 이 모든 것을 수개월에 걸쳐 준비했더니, 결혼식 당일은 즐길 새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고 하는 커플도 있었다. 결혼이란 아름다운 일이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관습이라는 이유로, 전통이라는 이유로 해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 49쪽,
그의 말처럼 팍스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제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 팍스를 맺고 사는 모범적인 커플이 있는 반면,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결혼 이외의 대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살며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 76쪽,
아이를 낳은 커플은 유급 휴가 외에도 매달 이틀의 휴가를 더 사용할 수 있다. 주어진 휴가를 다 쓰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시간을 비워야 하면 회사와 원만히 협의할 수 있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도 많은 커플이 아이를 낳기 위해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아이 둘의 엄마가 되어서 일정 기간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회사 안에서 이들의 업무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각자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업무를 배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아이가 자라면 회사로 돌아와 전일제 근무를 하면 된다. 고심해서 뽑은 사람이 아이를 길러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일이 회사에는 더 큰 손해다.



● 79쪽,
프랑사의 팍스나 스웨덴의 삼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동거가 곧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이들 사회에서 팍스나 삼보와 같은 느슨한 계약 관계는 다양한 가족 형태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문화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사회 보장 제도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 105쪽,
한국의 가족관계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여전히 미완성의 관계다. 하지만 부모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결혼식을 서두르는 커플, 결혼하고 나서 생활 습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커플들에 비교하면 어떤가. 극단적인 예시일지 모르겠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통과한다고 해서 연인, 가족 관계가 굳건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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