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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눈에 띄는 신간 에세이 [by. 리니Rinny]

 

 추운 겨울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계절. 아마도 우리에게 가끔씩 필요한건 잔잔한 캐롤을 들으며 이불을 꽁꽁 싸매고 읽는 에세이 책 한권이 아닐까? 그리고 이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집 안에서 함께할 따끈따끈한 신간 에세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들로 연말을 보낸다면 잔잔하고 즐거운 감동으로 2012년을 마무리 할 수 있을거란 예감이 든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12기로 처음 작성하는 페이퍼. 생소하지만 재미난 경험이 될 것 같아 즐겁다!

 

 

 

 <시옷의 세계 - 김소연>  마음산책| 2012-11-10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마치 '국어사전'같은 제목이지만 무언가 끌리게 되는 책. 표지의 '시옷'을 찾은 사진들때문에

자꾸만 정감이 가기도 한다. 사라짐, 산책, 생일, 선물, 소리 등 'ㅅ'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에 작가 김소연이 입힌 '시'라는 '옷'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독자들은 조금 다른 그녀의 여행속에서의 시선을 느끼고 새로운 단어들의 세상에서 뛰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안녕 다정한 사람 - 김훈, 신경숙 외> 달 | 2012-11-09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모였다!

 이게 웬 떡! 이름만 들으면 다 알듯한 유명인들의 글이 하나의 책으로 모아졌다. 그 글들은 여행의 대한 기록이다. 작가, 셰프, 감독 등 여러 분야의 명사들이 걸은 여행이야기들이 몇차례 사진에세이를 낸 이병률 작가의 사진들과 함께 했다. 그들이 걸은 여행길을 책을 통해 함께 걸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여행에 목마른, 일탈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할 책이다.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 마크 네포흐름출판 | 2012-11-13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요함은 현대의 세상속에서 쉽게 가까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작가는 지독한 암 투병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영혼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변화를 얻었다. 그 결과 삶을 살아가면서 통찰의 힘과 지혜를 얻었다. 이 책은 '영성'에 관한 책이지만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는 책이 될 것 이다. 우리는 자주 말한다. '힐링이 필요해~' 라고. 하루하루 이 책을 조금씩 읽으면서 잠깐이나마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소로우의 강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갈라파고스 | 2012-11-12

 강에서 보낸 철학과 사색의 시간

 문명사회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생활을 그린 <월든>으로 유명한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이 책은 작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번에 국내최초로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바쁘고 고달픈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로우의 철학적 사유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잔잔한 휴식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고를 제공할것이다.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 - 김태형> 마음의숲 | 2012-11-30

  나에게서 가장 멀리 뒤돌아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여행에세이는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게 만든다. 실제로 보지 못한 세상 구석구석을 담아낸 사진과 글들은 괜시리 설레임과 감동을 준다. 이 감성적인 제목의 책은 김태형 작가의 첫 산문집이자 여행 에세이다. 장소는 고비사막. 한없이 고독한 곳에서 보이는 반가운 것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쉽게 갈 수 없는 이곳에서 느꼈던 감정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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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2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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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4 - 도진기, 윤해환 외>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많이는 읽지 않는 나로써는 우리나라 추리소설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냥 재밌으면 된다.(이런 정도이니 저의 개인적인 리뷰의 견해가 다소 좀 이상할지라도 양해해주십사....) 가끔은 긴장감도 있고 훅~하고 빠져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되면 나에게 좋은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단편선은 완전한 재미를 선사했으니 ㅎ,ㅎ!!!! 그리고 장르별 이야기별로 골라먹는 재미가 제대로다. 옛날에 추리소설이라 하면 책을 보는 도중에도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답을 맞추고 복선이 뭔가를 찾고 계속해서 끈질기게 탐구하면서 읽어야 되는 줄 알았다. 그치만 요즘은 그냥 보는게 즐겁다. 흘러가는 대로 ~ 읽다보면 어느샌가 뒤통수를 확! 치는 반전이 올라오고 흥겹다. 이 책은 10명의 작가가 각기다른 개성과 장르를 가지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10개의 단편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니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1. 악마의 증명 - 도진기

 

 

 

 

 

일사부재리.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과 관련된 이야기.

도진기 작가는 우연히 장편 추리소설을 읽어본적이 있다. 꽤 재밌게 읽었었던것 같고 이번 이야기도 잘 짜여져있는 것 같다.

 

 

2.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 - 송시우

 

 


 

 

이 사건에는 무언가 빠져있다.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사건안에 또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

아 역시 그랬구나 이런 장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3. 빈집 - 김유철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계속해서 어두운 분위기고 음울하다.

어 왠지 뭔가 있을것 같은데 나올것 같은데 끝나버려 아쉬웠다..

 

 

 

4. 시장의 살인 - 정명섭

 

 

 

 

"호패도 없는 걸인 하나가 죽은 걸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잖습니까?"

배경이 마음에 들고 재밌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잘 읽히지 않았다ㅜ.ㅜ 알고보니 문달과 설천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이었음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

 

 

5. 유실물 - 한이

 

 

 

 

 

처음엔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미스테리해서 이해가 잘 안가더라는..ㅜ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조금 어려웠다. 그치만 마지막 결말부분이 자꾸 머리속에 맴돈다.

 

 

6. 오늘의 탐정 - 이나경


 

 

 

 

오늘의 탐정? 완전히 일상의 탐정! 일상의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는.

아마도 현실의 탐정들은 이런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탐정 맘에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은둔자(들) - 전건우

 

 

 

 

 

 

"나는 어둠이 싫었다. 지긋지긋하고 무서웠다... 나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 무섭고 긴장감이 넘쳤던 단편. 결말도 나름 마음에 든다.

 

 

 

8. 물뱀 - 이작

 

 

 

 

 

 

"꾸륵 꾸르륵 숨을 뱉어내는 소리가 귀를 메웠다. 강철도 우그러뜨릴 것 같은 압력이 정신없이 몰아쳤다."

진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이야기였고 상황묘사도 리얼해서 빠져들어 읽었다. 

 

 

 

9. M병원의 기적 - 이대환

 

 

 

 

 

 

"내가 제일 궁금했던 게 그 '맛'이었으니까요."

반전이 예상가능하긴 했지만 끔찍하고 정말 무서웠다. 아 진짜 무서워... 가끔은 상상이 더 무서운 법......

 

 

 

10. 협찬은 아무나 받나 - 윤해환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주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아주 복잡한 사건으로 보입니다."

재치있는 단편이다. 설록수 묘하게 애정가는 이름의 이 탐정도 맘에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읽고나니 짧아서 아쉬운, 빨리 장편을 읽어보고 싶다. <홈즈가 보낸 편지>가 곧 나온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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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보급판) - 고문기술자 이근안!! 그는 누구인가?
김근태 지음 / 중원문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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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영동 - 김근태> 일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초판 1쇄가 87년 5월, 원고가 출판사로 들어왔을 때에는 박종철 열사의 사망소식이 있었던 때였다. 민주항쟁이 불같이 일어날 때 나왔던 것이다.

군부독재가 이루어지던 80년대,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문에 시달려 하루도 참혹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 중 잔혹한 행위의 대상이 되었던 김근태 님이 쓰신 책이 이 <남영동>이다. 이번에 남영동 1985라는 영화와 군부독재를 비판하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찍어낸 책이 내가 나눔으로 받은 책이다.

김근태 의원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인물로 두번의 구속을 당하였고 (그 중 85년 아무도 몰래 남영동으로 끌려가 끔찍한 일을 당하셨다.) 2004년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활동하셨고 국회위원으로 많은 활동을 하셨다. 그리고 얼마전 2011년 12월 말일, 고문후유증으로 몸이 쇠약해지면서 세상을 떠나면서 남영동의 비밀 '고문 기술자'에 대해서도 세상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나도 김근태 의원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1부는 김근태 의원님께서 직접 쓰신 탄원서 내용이 대부분이다. 2부는 징역을 살 당시 아내와 사람들에게 보낸 옥중서신들로 되어있다.

읽기 편한 책이 아니다. 이야기 면에서도, 형식 면에서도 ... 이야기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이 끔찍해서 너무 아프다. 

그리고 일부의 각색없이 김근태 의원의 목소리로 그대로 담은 탄원서와 옥중서신이라 더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읽어야만 했고 기억해야만했다.

 

 

  

 

 

 

그러나 본인은 피신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 민주운동단체 대표였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당시는 피신으로 인한 긴장과 불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으며 정말 내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당할 끔찍한 일이 앞에 있는 줄 알았다면, 선택은 너무나 분명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아니 정치군부를 위해서도 피신했어야 했습니다. 저들은 핀으로 본인을 과녁에 고정시켜 놓고, 복수심을 불태우며 소리없이 칼날을 갈고 있었던 것입니다. 때를 기다리며 언제나 무엇이든지 감행할 채비를 갖추고 노려봤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약간의 냄새가 나는 것으로 단정하고 평상시 키워 왔던, 반드시 불온, 불순하고 거대한 무엇이 있을거라는 기대와 열망을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 확인 작업을 위해서는 그 무엇을 해도 좋고, 어떤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37p

 

이 남영동에 끌려온 이래 쉴 새없이 작고 왜소해져서 그 시멘트 바닥에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았던 나는, 짓밟히는 검불처럼 볼품도 무게도 없어져 갔습니다. 어떻게 당해도 좋은, 그래도 마땅한, 마침내 공중으로 사라져 버릴 왜소함 그 자체였습니다. -48p

 

이 고문자들이 시종 뇌까리는, '심장마비라는 의사의 진단서를 붙이면자신들은 완전히 발뺌할 수 있다. 어디 외상이 남아있는가'라는 협박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가 없었습니다. - 75p

 

나치 수용소에 감금되어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종전과 더불어 풀려나온 어느 유태인 정신과 의사의 피맺힌 기록이 생각납니다... 인격의 와해, 인간의 허약함을 송두리째 폭로하는 것으로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분노하고 저주해야 할 그 고문자들을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첫날 혹은 둘째 날에는 분노할 수 있는 능력이 박탈되었던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열쇠를 갖고 있던 그 고문자들에게 모든 힘을 다하여 아양을 떨어야 했던 것입니다. - 95p

 

우리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은 이런 사람들이 여기저기 최악의 곳에서조차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성의 절망적인 측면,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인간 동료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악마적 측면을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111p

 

피해와 부담은 늘 자신 혹은 나와 비슷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짊어져야 하는가. 민주화의 귀결은 우리에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닌데, 전제와 자의적 지배에서 진정한 법 지배의 실현 채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정치군부가 이런 나약함, 비열함의 틈을 뚫고 끊임없이 공포심을 조장, 확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이 지배를 계속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이 무서운 쇠사슬을 어떻게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인가? - 148p

 

이제 본인은 징역을 삽니다. 높은 담과 부자유, 징역의 외로움과 슬픔을 뚫으며 살 것입니다. 쇠창살 너머 하늘의 별에서 윤동주 시인의 눈물을 만나면서 이 징역을 살 것입니다. 85년 9월, 정치군부의 고문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달래며 회복하는 과정으로서 징역을 살 것입니다. 80년 5월, 부릅뜬 눈으로 정치군부의 총칼에 의해 아스팔트에 쓰러졌던 망월동 시민들의 원혼의 통곡소리를 들으며 징역을 살 것입니다. 이 징역 속에서 민주화의 그날을 꿈꾸며 징역을 깨면서 살 것입니다. -218p


 

 

김근태 의원의 고문, 또한 다른 분들의 고문을 도맡아했다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이 책에서 이름이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에 밝혀졌다. 관절빼기와 볼펜고문의 달인이었던 이근안은 한동안 목사로 활동했었다. 그리고 자기가 한 짓들은 고문이 아니라 애국이었다는 당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였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에 대해 네티즌이 비판을 한 글을 보았는데 댓글에 '구원, 예수...어쩌구' .......... 뭐라 할말이 없다.................

 

모든게 철저하게 계획되고 고문을 집행하고, 나중에 혹여 문제될 일이 있을까봐 티나지 않는 방향으로 고문을 끔찍하게 진행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기술적인 고문이 필요했던 거였다.)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던 남영동에서의 날들에서, 첫번째 고문이 5시간동안 이루어진 물고문이었다. 그리고 전기고문, 모욕, 굶주림, 정신적 고통.. 

그리고  김근태 의원이 옥중에서 고문의 증거로 남겨놓았던 상처딱지, 그 마지막 희망마저도 군부정부가 빼앗아갔던 이야기.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경악스러운 이 이야기들을 듣고 정말 많이 화가 났다.

 

 

 

 

 

- 고문의 기록 -

 

몸 전체가 시퍼렇게 핏줄이 솟고 헉헉 꺼이꺼이 목은 쉬어 가는데 이것은 멱이 따진 돼지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것 같았습니다. 소리를 지른다고 강하게 전류를 통하게 하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빨로 혀를 꽉 물으면 혀를 빼라고 강하고도 긴 전류를 흘려보내고, 끙끙대면서 참는다고 또 그러고, 이들의 목표는 총체적인 혼란, 착란 상태로 돌입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친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온통 휘감고 그 희번덕거리는 눈동자가 내 눈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환상이 공포와 광란의 소용돌이로 닥쳐왔습니다. 이것은 슬픔이라든지 외로움이라든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잔인한 파괴, 그 자체였습니다. 담요는 땀에 흥건하게 젖는데 물을 쏟아부었던 몸의 각 부분은 금방 말라 버리고, 특히 머리털은 곧 말라서 물고문을 수시로 해야 했습니다. 이 고문기술자가 내 가슴에 올라타고 쿵쿵 굴리는데도 전혀 무게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운동화 발바닥으로 얼굴을 쓱쓱 문대고 경멸적으로 걷어차도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도 않고 심리적 거부감이 일어날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완전히 지쳐 늘어지기 시작할 때, 이 날의 주제가 제기되고 추궁됐습니다. - 68p

 

리뷰를 뭐라고 써야할 지 모르겠다. 처참하게 짓밟혀진 김근태 의원님의 그 당시 모습이 그냥 '안타깝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것 같다. 의원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피로 죽음으로 얻어낸 지금의 이 사회를 감사하게 살아야될것 같다. 물론 아직도 부조리함은 있지만.... (이런 기분을 얼마전 느껴보았었다. 사람들이 물대포 맞는 모습을 보고)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를 위해 일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영화를 볼까, 말까... 영상으로 보는건 더욱더 충격일것 같아서 고민이다. 그래도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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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청춘 - 보석같이 젊은 날을 위한 15일 인생수업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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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청춘 - 김열규> 청춘이 품어야 할 세상의 모든 가치   

 

 


"청춘에게 인생이란 시간은 무진장일 것이다. 젊은 시간은 오고, 오고, 가고, 가기를 끝도 없이 되풀이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젊은이들의 시간은 그 빛이 영롱하게 파르랄 것이다. 그 율동은 돌진하는 기관차처럼 역동에 넘쳐있을 것이다. 파랗게, 힘차게 맥동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12p

 

 

 

 

 

 

"낭만은 태양이다. 그것은 삶의 신천지를 비춘다."

 

 

청춘이란 말을 싫어했었다. 뭔가 오그라 들었었던 이 말. '청춘만 힘든가?' 청춘이 아닌 다른 시간들도 힘들다.

한없이 푸른 계절인 청춘, '도대체 왜 아프고 뭐든 경험해도 넘어지지말아야 하고 일어나야 할까?' '꼭 도전과 고통이 있어야만 진정한 청춘의 행동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쏟아져나오는 청춘을 위한 글들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 그렇지만 참 사람이 간사하게도 궁금함에 이런 책들을 고르게 되더라.  "정말 좋은가?"하고서 말이다. 중고서점에 꽃혀있던 노란색 표지의 이 책.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살짝 훑어본 내용이 끌렸다. 책이 참 이쁘게 편집되어 있기도 하고. 어쨌든 읽어보았더니 꽤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좋은 말들이 많았다. 위로와 채찍이 같이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고 어쨌든 기존의 내 삐딱한 시선을 조금은 저울질해주었다. 흔들려야 청춘이 아니라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는게 청춘이었다. 젊음이란 것이 방패가 될 수 있으니까.

 

 

 


 

 

책의 부제는 '보석같이 젊은 날을 위한 15일 인생수업'이다. 시간, 자아, 야망, 고독, 도전같은 것들을 이야기 한다. 몇가지 주목했던 것은 새롭게 보는 키워드 였다. 야망에 대한 정의, 고독, 결핍, 낭만, 죽음. 보통 청춘들을 위한 책들에선 볼 수 없는 키워드가 보였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야망이었다. 평소 그럭저럭한 만족까지만 추구하고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목표할 수 없었던 나에게 야망과 포부는 조금 먼 단어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동경이라는 뜻의 독일어 Sehnsucht를 발견했다. 독일어의 Sehn(보다)와 Sucht(찾다)의 조합. 진정 참다운 Sehnsucht는 두 눈으로는 안보이고 오직 마음의 눈에만 삼삼한 그것을 찾아나서는 일이라고 한다. 헤세는 Sehnsucht (동경)을 '순수하고 완전한 존재와 활동을 구하는 것, 그러면서 더욱더 순수하고 더욱더 완전하고 더욱더 가치있는 것을 구하기를 바라면서 자신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65p)  Sehnsucht, 젠주흐트의 자세로 바라보고 활동하기엔 나는 아직 용기가 없었다.


 

 

 

젊음의 시간은 폭포 같다. 청춘의 시간은 급물살을 탄다. 젊은 시간은 쏜살같다. 해일같이 율동하고 노도같이 내닫는다. 청춘의 시간은 폭풍이 되어 불어닥치고, 회오리가 되어서 몰아친다. 젊음은 그것들과 장단 맞추어서 뛰고 달리고 질주한다. 그래서 젊은 목숨은 질풍노도를 벗한다. - 15p

 

젊음의 자아는 잡동사니가 아니다. 잡것은 더욱 아니다. 입에 당긴다 해도 차마 잡채 같은 건 아니다. 뒤죽박죽의 잡누르미가 되어서도 안 된다. -40p

 

야망은 희망이되, 빤히 내다보이는 것, 정해진 길을 가기만 하면 손에 들어오는 것, 그 따위에 부치는 희망은 아니다. 미리 계산할 수 없고 결과를 저울질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스라하게, 높다랗게 꿈을 부쳐야 하는 것이라야 가까스로 야망의 지표가 된다. 그래서 야망은 피안에 부치는 염원이고, 초월을 다지는 소원이다. 야망은 아예 피안이고 초월이다. - 58p

 

 

 

 

'청춘의 슬픔'

젊음의 눈물은 철학의 구슬이다.

뭐, 어디선가 많이 들어온 생각같지만 표현이 마음에 든다.

 


 

 

레프 톨스토이의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라'

 

죽음에 대한 테마의 앞부분이다. 이렇게 15일에 걸친 청춘 수업의 맨 앞장에는 선인들의 '시'와 '말'들로 인사를 대신한다.

'죽음을 생각하라 : 메멘토 모리'가 생각나는 구절이다. 끝과 마지막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 '죽음'을 통해서 삶에 대한 희망을 찾는다는게 모순적이고도 획기적이다. 나도 가끔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기억이라는 것의 끝, 그리고 생각이라는 것의 끝, 그 죽음이 어떻게 다가올지 신기하기도 하고 '무'의 존재로 들어선다는 것이 경악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기억을 통해 보다 찬란한 끝을 기약하기 위해서 진지하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이 ㅎ.ㅎ

 

 

 

태어나면서 아는 사람은 최상이다. 배워서 아는 사람은 버금이다.

고생해서 배우는 사람은 버금의 버금이다. 고생해서 배우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를 바닥으로 치느니라. -공자 <논어> 219p

 

"유머란 인간의 정상적인 행동에서 분간해 낼 수 있는 행동의 미묘한 불일치 또는 어긋남이다...유머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고양하고 우리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유머 덕분에 우리는 인생의 부침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 찰리 채플린 

<그대 청춘>이란 책의 제목에는 꼭 부제가 붙었으면 좋겠다. 청춘이 품어야할 모든 교양과 가치라고.

이 책은 단순히 말뿐인 위로와 채찍을 주는 책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글들과 말들에서 오는 지혜를 이용한 '수업', 청춘수업이다.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매체는 많다. 물론 여러 책을 통해서 많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혜와 위로, 채찍까지 함께 준 책으로써 나에게 교훈이 되는 기억을 주었다. (물론 책과 시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 이런 책들은 더욱 소중하게 간직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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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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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랫말 아이들 - 황석영> 따스한 추억동화

 

 

 

 

 

이번에 황석영 작가의 신간소식을 듣고서 갑자기 책장에 있는 이 얇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의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딱지가 눈에 띈다. 2001년에 발매된 이 책은 딱 내가 이쯤 두께, 그리고 이쯤의 글자 크기의 책을 읽을 때에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이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아마도 안읽었거나 읽고나서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거나 그 둘중이 아닐까 싶다. 알고보니 출판사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왜 어른을 위한 동화일까?

 

 

 

 

 

나는 시체의 썩은 냄새를 생생히 기억한다. 거기서는 간장 졸일 때 같은, 그리고 비린 것이 삭는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발을 오래 씻지 않아 발가락 사이에 끼는 때에서 풍기는 냄새와 같았다. 그런 냄새와 더불어 화로 안에서 머리카락이나 손톱이 타는 듯한 냄새. 전쟁이 온 마을과 거리를 휩쓸고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죽건 말건 아직은 두려울 겨를이 없었다.  - 49p

 

삼봉이 아저씨는 술을 벌컥 들이켜고 나서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맘먹은 대로 되는 세상이 아냐." - 84p

 

그해 여름의 땡볕을 생각하면 지금도 혀뿌리에 끈끈한 침이 엉겨붙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집은 그 무렵에 제철공장과 방직공장 부근에 있는 영단주택 동네에 있었고, 밤에 창문을 열면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의 찬란한 용광로의 불똥과 거뭇거뭇한 사내들의 벗은 몸집이 분주하게 불빛 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언제나 볼 수 있었다. - 120p

 

책 표지부터 색이 바랜 느낌의 오랜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모랫말 아이들>은 주인공 수남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은 6.25전쟁 이후이다. 그래서 여러 사랑받는 동화들처럼 예쁜 맛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하지 못한 생소하고 낯설은 그림들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양공주의 딸이나 파란눈을 가진 귀남이라는 아이, 서커스단의 남매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짧지만 정겨운 그림과 함께 왠지모르게 훈훈한 느낌이 든다.  전후 상황이라고 해서 안타깝거나 슬픈 감정보다도 '아 따뜻하다' 라는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물론 안쓰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보통 그 끝은 따뜻했다.)

 


 

 

"지금 어른이 되어 나는 알고 있다.

삶은 덧없는 것 같지만 매순간 없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며 따뜻함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 작가의 말

 

어쨌든 이 책은 분명 '어른을 위한 동화'다. 당연히 어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동화다.  작가 황석영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이런 추억들을 그려냈듯이 그 당시의 모습들을 '아는' 사람들은 가슴벅찬 추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 따스한 옛날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적었던 작가처럼 이 책은 그 당시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장가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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