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앤드클리어 클리어 훼어니스 로션 SPF30/PA++ - 125ml
존슨앤드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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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운동을 좋아하는 남동생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자외선 차단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할 만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니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서 여드름이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권할 만한 제품입니다.


동생은 운동을 좋아해서 야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데, 아무래도 자외선이 걱정되더군요.주근깨도 있어 더 신경이 쓰여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로션을 구입했습니다.


바르니까 좀 하얗게 되긴 하지만, 이내 괜찮아지더군요.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입니다.. 까다로운 동생도 별 말없이 잘 쓰는 걸 보면 괜찮은 제품인 것 같아요. ^^


특히 봄볕 조심해야겠지요. 자외선은 여드름 자국이나 주근깨, 기미 등 색소 침착을 도와주기 때문에 꼭 썬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좋겠지요.

썬기능이 가미되어 있으면서도 저렴한 제품 추천합니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너무 높아도 피부에는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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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사랑이야기 또하나의 문화 7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엮음 / 또하나의문화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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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야흐로 봄이다. 언제부터인가 주위 사람들의 결혼식에 초대받는 일이 잦아졌다. 올 봄에도 지인들의 결혼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넘실넘실 날아올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결혼'에 대해 점점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결혼은 언제 하면 좋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이 안 생기면 독신으로 한평생 사는 것도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다보면 이야기는 끝이 없다. 언젠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 기다리기에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꿈 꿀 수 있는 건 결혼이 아직 먼 미래의 일인 어린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 중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새로 쓰는 사랑 이야기>에는 읽을거리가 많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논설과 연구가 실려있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적응과 성장'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은 꽁트와 새로 쓰여진 동화들을 보면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결혼을 꿈꾸어온 청춘남녀들이 막상 결혼에 임박해서 극심한 갈등과 곤경에 처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 우선 결혼 적령기라는 멍에가 그것이다. 결혼할 상대도 없거니와 그럴 마음도 여건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이 강요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명절이 싫은 것은 주부들뿐만이 아니다. 결혼적령기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주위의 압박으로 낯이 붉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일도 한두 번 자꾸 들으면 이력이 날만도 한데 들을 때마다 새롭다. 결혼할 모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결혼 종용은 얼마나 부담이 될 것인가. 결혼도 개인의 선택인 만큼 결혼을 종용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과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사건

사랑한다는 것과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사건이며 그 사실을 나는 결혼 초보다는 결혼 햇수를 더해가면서 비례해서 강하게 느끼고 있다. 결혼은 낭만적인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며 부모, 경제문제, 자식 취미 등 모든 것의 복합이기 때문에 결코 쉽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나의 감정에 맞추어 생각한다든지 나를 알아줄 거라든지, 그와 나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려는 것은 큰 잘못인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사랑한다는 것과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사건'이라고? 그렇다. 결혼은 '생활'이므로 낭만적인 연애와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결혼한 사람은 배려와 인정, 양보와 희생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부부생활 뿐 아니라 부모가 되는 일은 그래서 힘든 일인가 보다.

사랑한다고 모두가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책에 소개된 두 남성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연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사랑하지만 여건이 안되어서 결혼할 수 없는 남자를 떠나는 여자, 물론 그녀도 남자를 사랑하지만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사랑하고 있을 때는 서로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상대를 떠나보내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성학자 박혜란을 비롯하여 결혼한 여성들이 들려주는 낭만적 사랑과 결혼 이야기도 퍽 인상적이었다.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며 인생에서 그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독자들은 '사랑과 결혼의 닫힘과 열림'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답도 없고, 연습도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이들에게조차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슬기롭게 잘 헤쳐가기 위해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또하나의 문화' 동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복잡다단했던 생각들을 정립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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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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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서관 서가를 돌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다 주었다.

3 때 꿈이 남성합창단 지휘자였다는 저자는 음대에 진학하지 않았는데, '그 가공할 레슨비를 감당할 만큼 넉넉한 살림'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진정한 예술은 '프로정신을 지닌 아마추어'에 의해 가능할 수 있다는 예술관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학평론가도 다방면에 능한 게 사실인 것 같다. 한 곳에 깊어지면 다른 모든 것에도 깊어질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저자가 소개하는 좋은 책 몇 가지

성장소설은 '자아확대의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자아가 미성숙한 상태에서 성숙한 상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신열처럼 거쳐야 할 성장의 관문이란 것이 이는데, 그것은 흔히 부조리한 세계와의 싸움을 수반하게 된다. 자아의 성숙이란 '순진성'을 넘어 세계의 '복잡성'을 승인하고 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완숙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의 직업이 문학평론가인 만큼 많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아직 만나 보지 못한 책들과 조우하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근래 가장 감동적인 성장소설로는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와 <까만 기와>를 꼽았다. 제 7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나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이지만 다시 보고 싶어졌고, 북경대 교수인 차오원쉬엔의 두 책은 문화대혁명기의 이른바 '홍위병' 세대의 성장담을 다룬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낭만적 동경으로 충만한 김영현의 <폭설>과 사랑에 대해 쓰여진 소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편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을 꼽았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일은 기실 행복한 일이다. 아무 노력도 없이 좋은 책과 만나게 되는 일이 꼭 불로소득 같지만, 대신 많은 이들에게 알림으로써 고마움을 대신하면 좋을 것이다.

'주례사 비평' 사라져야

어느 날 문학평론가가 꿈이라는 한 대학생이 나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은 도대체가 문학적 감식안이라는 게 없는 사람 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평론가들이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한 것들을 읽어보았는데, 자신으로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읽었다는 작품을 나도 읽어보았는데, 사실 나 역시 그와 동일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품집의 해설이나 책 뒷면의 추천사들을 읽어보면, 마치 덕담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처럼 그 문장들이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흔한 말로 '주례사 비평'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독자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하다. 문학평론가가 꿈인 사람에게는 더 절박하게 다가왔겠지만 일반 독자로서도 평범한 작품에 대한 극찬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문학에 대한 감식안이 부족하거나 없어서가 아니라 만연해있는 '주례사 비평' 때문이란 걸 알고 나면 독자는 더 허탈한 기분에 빠져 들게 될 것이다.

책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독자들은 추천사나 평론가들의 말에 도움을 얻어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말처럼 '독자에 대한 미학적 사기'에 불과할 뿐인 '주례사 비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피로한 퇴근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서점의 문학 코너를 순례하는 독자들의 문학사랑이 아름답게 충족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문학평론가로서의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아닌가 하고 저자는 덧붙였다.

문학평론가로서의 고충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글쓰기는 불가능해진다. 그 인간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피와 땀이 흐르는 구체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순덩어리다. 그래서 상황에 개입하는 비평은 때때로 모순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회피한다면 글 쓸 이유가 없다. - 본문 중에서

용기와 대담성 없이 기자나 평론가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문학상을 비판했다가 사과하지 않으면 법률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증명을 받기도 했고, 어느 잡지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다가 '이명원의 글'이 잡지에 실리면 편집위원직을 그만두겠다는 사람의 반대로 청탁이 취소되기도 했단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문학평론에 있어서도 분명 힘든 일이 존재할 것이다. 저자는 문학평론가로서의 고충을 털어놓고 있었는데, 이견이 있으면 반론을 펼치면 될텐데 왜 그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은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산문들의 빛깔과는 많이 달랐다. 동이 틀 무렵이 주는 신선한 기운과 은은한 커피향처럼 시나브로 스며드는 향기가 마음 속까지 파고드는 책이었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대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진실한 마음은 책을 읽는 독자 누구나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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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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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통해 알랭 드 보통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의 작품을 눈여겨 봐왔는데, <우리는 사랑일까>를 통해 한 번 더 사랑의 속성에 대해서 환기하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은 똑같은 상황을 두고 남자와 여자가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 뛰어난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들을 수긍하게 만든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몽상가' 앨리스와 파티에서 만나게 된 에릭의 사랑, 그리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누구나 낭만적인 만남에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 사랑은 자신이 가공한 상상에 기초해 실제의 사랑보다 더 미화되고, 아름답게 포장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애초에 사랑에 빠지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사랑이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사랑하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적어도 고통스런 무언가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을 원하는 건 아닐까. 사랑은 '동사'다. 움직이는 '무엇'이다. 그렇게 태어났기에 기질적으로 한 곳에 머물기는 힘든가 보다.

사랑은 상대에게 일정 부분 빚을 지는 일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에서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서는 나쁠 수가 있다-사랑이란 일부분을 빚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에릭은 빚을 제때 갚긴 했지만, 앨리스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너무 급하게 빚을 갚고 그대로 잊어버리는 바람에, 그 남자는 그녀와 똑같은 감정의 성숙을 실현하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알랭 드 보통은 가볍고 통속적으로 흐르기 쉬운 사랑이야기에 철학 이야기를 동원하고, 유머를 곁들인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의 간극을 조절해 나간다. '사랑은 상대에게 일정 부분 빚을 지는 일'이라니, 그런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좀처럼 다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데,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의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천생연분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잘 맞는 두 주인공은 서서히 권태에 빠져든다. 앨리스는 점점 에릭이 자신과는 어딘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지만, 자신은 여전히 '에릭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으며 사랑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시작하게 되고 마침내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함께 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한동안 합치되었던 것은, 넓고 갈림길이 많은 길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 에릭이 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런던의 레스토랑을 훤히 아는 것, 우아한 아파트, 사회의 사다리에서 굳건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 이런 것들은 그녀도 얻을 수 있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 본문 중에서

그런데 에릭은 앨리스의 결별선언에 '쿨'하게 답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애원한다. 앨리스는 겉으로는 대담한 척했지만, 에릭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헤치고 지나가며 드는 상실감에 마음이 아픈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할지라도 그것은 여전히 에릭을 사랑해서 드는 감정이 아님을 알기에 앨리스는 '관계의 회복'에 대해서 단호했다. 사랑에 상처받은 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그런 앨리스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에릭과 같이 있으면 앨리스는 항상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그에 비해 필립은 어떤 생각이 들게 하는가. 필립과는 도자기 전시회에 동행하게 되면서 차츰 가까워졌다. 물론 그때는 에릭이 있었기에 다가서려는 서로를 의식적으로 거부해 관계가 진전되지 못했지만, 에릭과의 결별 후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어진 것이다.

멋있고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에릭은 실제로 앨리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자신과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하며 따뜻하고 다정한 필립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사랑일까>는 끝을 맺는다.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솔직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능가할 만한 그의 소설은 없다는 생각마저 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 독자들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로지 알랭 드 보통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유머와 재치, 철학적 사유가 곁들어진 연애소설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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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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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소설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소설을 읽으며 실컷 한번 웃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구입했다. 누군가는 버스 안에서 절대 읽으면 안 될 소설이라고 했지만, 책장을 열어보니 그 정도로 폭발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독자들은 '피식'하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자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공중그네>의 주인공,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정말 특이한 인물이다. 그러니 소설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겠지만, 이런 의사라면 나도 한번 진료를 받아보고 싶을 정도다. 어떤 정신적 질환이 아니더라도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가 종종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때때로 점집을 찾고, 인터넷으로 고민상담을 받는 것일 게다.

이라부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라부는 환자들에게 일단 무시무시하게 생긴 비타민 주사부터 한방 놓고 진료를 시작한다. 먼저 야쿠자 조직원 세이지가 등장한다. 세이지는, 보통 의사 같으면 고개를 조아리며 무서워 할 야쿠자임에도 정반대로 행동하는 이라부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세이지가 병원을 찾은 이유는 이쑤시개, 연필, 젓가락, 우산과 같이 끝이 뾰족한 물건만 보면 눈을 찌르는 듯한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공포감에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라부는 선글라스를 써보라고 권하며, 느닷없이 총을 한번 쏴보고 싶으니 그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다음으로는 공중그네 플라이어 고헤이가 등장한다. 고헤이는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져 숨쉬기조차 힘든 상태로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병원을 찾았지만 오히려 이라부는 공중그네 견습생이 되고 만다.

세 번째 환자는 강박신경증에 시달리는 의사 다쓰로, 네 번째 환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바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그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고통받는 프로야구선수 신이치다. 마지막 환자로 여류작가 아이코가 등장한다.

..작가 생활 5년째에 그 책을 썼다. 가족의 붕괴와 재생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다리품을 팔아 자료를 구해 읽고, 공들여 취재를 하며 온 힘을 다해 쓴 작품이다. 가벼운 연애소설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영혼을 흔들 만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보람은 있었다. 출간하자마자 여러 지면에서 소개했고, 대부분 절찬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말을 안 가리는 사쿠라까지 흥분한 목소리로 "이거 걸작인데!"라며 전화를 걸어 왔다. 아이코는 충만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걸로 자신도 변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팔리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잘나가는 작가지만 아이코는 심혈을 기울여 쓴 자신의 역작이 팔리지 않는데 상심해 자꾸만 구토를 일으키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이라부는 아이코에게 좀 쉴 것을 권한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 쉼이란 곧 잊혀짐을 의미하기에 아이코는 절대 그럴 수 없노라고 말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라부는 소설이나 한번 써볼까 하고 소설을 쓴다. 아이코는 어이없어하며 출판사에 이라부를 소개시켜 주게 된다.

이라부를 찾아온 환자 모두는 마음의 병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다. 각자 자신의 맡은 일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이었다. 너무 열심히 달려왔기에 생긴 병이다. 그래서 좀 쉬면 나을지도 모르는 병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쉬기를 거부하고 대신 빠른 치료법을 위해 이라부를 찾았다.

그런데, 이라부가 내린 처방은 무엇이었나. 비타민 주사 하나 밖에 없었다. 이라부는 환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이 자신의 직업세계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환기하게 만든 것이다.

외로운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갖가지 문제점들이 소설에는 다섯 가지 직업으로 집약되었지만, 이라부를 찾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을 것이다. 숨가쁜 달리기를 멈추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한번 뒤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라부를 만난 것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벼운 웃음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었다. 우리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 <공중그네>는 오랜만에 만나는 유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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