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와 홍매화가 피었나 싶더니 목련과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을 맞이하였다.
자연은 어김없이 제 할 도리를 하느라 그렇게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아침의 쌀쌀한 공기는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하고
한낮의 따뜻한 햇살은 우리의 얼굴에 곱게 내려 앉아 시나브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마치 어버이처럼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우리에게 고마운 선물을 마구 안겨주는 듯하다.
신학기라 캠퍼스는 갓 스물의 대학생들로 활력이 넘쳐흘렀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시절을 맞이한 친구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그저 마음이 흐뭇하였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밝은 색상의 옷이 눈에 자주 띄는 걸 보니 완연한 봄 한가운데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선물 같은 계절 한가운데 있지만 경제도 어렵고 앞산터널 공사도 시작되고,
YTN노조사태와 PD수첩수사,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의 죽음 등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때이기도 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생색내지 않고 보듬어주고 품어주기만 하는데 우리 인간들이
만든 어떤 것들은 도리어 우리에게 해를 입히고 있을 때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 광경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사후 20주기를 맞은 기형도 시인은 말했다.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다'
이 말이 주는 여운을 꽃의 계절에 되새겨본다.
이맘때가 되면 '사월의 노래'도 종종 들을 수 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트레의 편질 일노라~'
로 시작되는 노래인데 아마 아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언제 왔나 싶게 짧게 가버리지만 이 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봄꽃들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