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이혜경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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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다고 씌어진 도도록한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사레 때문에 맺힌 눈물 같지는 않다. 끝내버린 연애 때문이 아닐까 다만 철가방이 있는 곳이 다 그 시절엔 나름대로 절실했지만, 실상 철가방은 내 무수한 짝사랑 가운데 한사람일 뿐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옆집 아이를 짝사랑해서 걔하고 결혼하겠다고 우긴 이래, 나는 수많은 여자들과 남자들에게 빠져들었다.

그 홀림을 상대방이 알아차리게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냥 내 안에 사람을 품고, 그 사람이 내는 빛을 쬐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철가방도 그저 장난기 섞인 짝사랑의 대상일 뿐이었다.-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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