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기억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뇌세포에 맺혔던 주름이 펴지면 잊지 않으려 해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 고통스런 시간을 연장하느냐는 내 마음의 집착이 얼마나 완강한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사람은 떠나도 소중한 만남의 기억과 사랑의 열정들은 고스란히 내 마음에 남아 더욱 성숙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만들어 가는 에너지와 자원이 된다. 다만 헤어짐의 상처가 너무 커서 그 사실을 보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상처가 남는 것이 두려워 아예 사랑조차 시작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무의미하게 흘러간 세월일 터이다.-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