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읽어야 할 책이 있다'는 관념이 내 머리에 싹튼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뒤였다. 그 과정은 두 방향에서 일어났다. 하나는 간단히 말하면 내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과학과 인문과학 분야에 '꼭 읽어야 할 책'들이 방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점에 관해서는 이 자리에서 구구하게 쓰지는 않겠다.
... 어쨌거나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칭찬 받던 그 어린 시절은, 어느덧 종막을 고하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더이상 단순한 즐거움으로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 먹었다.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