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
서준식 지음 / 야간비행 / 2002년 8월
절판


높은 담에 둘러싸인 이 '큰집' 바깥 생활에 대한 기억들은 자꾸 희미해져 가지만, 그리 극성스럽지 않은 더위에도 가벼운 내용의 책을 한 권 들고 에어컨이 차디찬 공기를 내뿜는 다방으로 피난하곤 했던 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나에게는 그런 '피난처'가 없다. 그러나 이 괴로운 생활은 피난처 없이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강한 인간으로 나를 단련시켜 줄 것이다.

한밤중에 소변을 보기 위하여 일어났다가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밤하늘에 반짝거리고 있을 수많은 별들 중에서 안경을 벗은 나의 저주스러운 불구의 눈에도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별이 몇개 있다. 얼마나 끈질기고도 고고하게 빛나는 별인가! 지지리 못난 나는 저 별이 되기까지 얼마나 멀고 먼 존재인가! 나는 속으로 가만히 뇌어 본다.-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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