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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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면 모처럼 푹 쉰다는 명목으로 하루 종일 잠만 쿨쿨 자고. 그러니 어디서 음악회가 있다 해도, 외국에서 정상급 음악가가 온다 해도 들으러 갈 기회가 없을 수밖에. 결국 음악이라는 어떤 아름다운 세계에는 전혀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죽게 되는 거지. 내가 보기에는 이만큼 불쌍한 무경험은 없다고 생각해. 빵과 관련된 경험은 절실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저열한 거지. 빵을 떠나고, 물을 떠난 고상한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없지. 자네는 나를 아직도 철부지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살고 있는 고상한 세계에서는 자네보다 내가 훨씬 연장자라고 생각하네. -27쪽

개미가 방으로 기어드는 계절이 되었다. 다이스케는 커다란 수반에 물을 붓고 그 안에 새하얀 은방울꽃을 줄기째 담갔다. 떼지어 핀 작은 꽃들이 짙은 무늬가 있는 수반 가장자리를 뒤덮었다. 수반을 움직이면 꽃이 넘실거렸다. 다이스케는 그것을 큰 사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 옆에 베개를 놓고 벌렁 누웠다. 검은 머리가 수반의 그림자에 포개지니 꽃에서 풍겨나오는 향기가 기분 좋게 코에 스몄다. 다이스케는 그 향기를 맡으면서 선잠을 잤다.-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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