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일반판 재출시 (3disc) -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 OST 포함
이누도 잇신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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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비슷하게 닮아있지만, 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4년에 개봉한 영화다. 내가 우물쭈물한 경향도 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영화관에서 내려지는 바람에 DVD로 보게 되었다.

츠네오는 오락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착한 대학생이다. 다리가 불편한 독서광 소녀 조제는 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할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산책을 한다. 그렇게라도 바깥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의 우연한 만남은 여러 번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조제는 다정다감한 츠네오가 어쩐지 가깝게 느껴진다. 다리가 불편하면서도 어둡기는커녕 당돌한 조제에게 매력을 느낀 츠네오는 조제를 돌봐 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은 열정만으로 지속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기꺼이 등에 업을 수도 있어야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하기에 츠네오는 너무 힘이 든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양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달콤한 것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사랑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희생, 양보 등등 어쩌면 사랑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순진하게 사랑에 빠져든다. 달콤한 사랑의 이면에 그렇게 다양한 모습이 드리워져 있음을 경험하지 않고서 알기는 힘이 들지 않을까.

둘의 이별에 대해 츠네오는 자신이 도망쳤다고 표현한다. 헤어진 여자 친구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도 있지만, 조제와는 그럴 수 없다며 울부짖는 모습에서는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이별하게 되지만, 어쩐지 '쿨'한 느낌이다. 조제가 츠네오를 먼저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츠네오가 먼저 떠나겠다고 하고, 조제가 매달렸다면 아마도 마음이 아팠겠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츠네오가 떠나고 싶을 즈음 조제가 보내주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영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왜 하필이면 제목을 그렇게 정했을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의문이 풀렸다. 조제는 구미코(조제)가 즐겨 읽던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호랑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꼭 함께 보고 싶었던 가장 무서운 것의 상징이었고, 물고기 역시 조제가 보고 싶었던 것의 상징이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을 만났더라도, 짧은 사랑이었어도, 혼자 사랑했어도 사랑했다는 그 사실을 간직하며 살아갈 세월은 행복할 것이다. 사랑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들보다 분명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홀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는 조제의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수채화처럼 맑은 이야기, 잔잔하게 때로는 신나게 들리던 음악,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영상도 모두 괜찮은 영화를 보았다는 증거로 꼽을 만하다. 많은 말이 필요 없는 영화, <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홀로 보면 더 좋을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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