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비롯 인터넷의 보급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글을 많이 쓰며 살게 되었다.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블로그를 만들어 관리하고, 이메일을 쓰며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짧든 길든 우리는 글쓰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여느 때보다 글쓰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옛날 우리의 선배보다 글을 잘 쓰고 있는 걸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기본이고, 문맥에 맞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누구나 한번쯤 글을 쓰며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잘 쓰고 싶은 것이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 계속 선을 보이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더해졌으니 바로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다. 책을 읽으면 글쓰기가 날개를 달고 정말 공중부양을 할 수 있게 될까? 의구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는데 분명 이 책은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시종 저자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렵고 딱딱한 수험서 같은 책이 아니다. 그래서 누구나 부담 없이 실소를 머금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단어공부

글쓰기가 그대의 외형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대의 내면은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가 있다. 그대의 능력에 따라 독자들의 내면까지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세상 만물은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세상 만물의 이름 또한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가 아직도 육안이나 뇌안의 범주에 머물러 있다면 어찌 세상 만물을 사랑하는 영혼을 가질 수가 있으랴. - 본문 중에서

먼저 단어를 살펴보자. 글의 기본 재료인 단어부터 제대로 간택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저자는 사어보다는 생어를 사용하여 글을 생동감 있게 만들 것을 주문한다. 살아 있는 언어는 글에 신선감과 생명력을 부여할 것이고 그것은 곧 독자들에게 인상적인 표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저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물의 속성은 물론 내면적인 속성을 찾아내어 글을 쓰라고 권한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의 표정이 풍부한 글이 탄생할 것 같다. 마치 고정관념을 탈피하면 새로운 것이 눈에 보이게 되듯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모든 것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어야 하는 능력인 것 같다.

진실한된 글이야 말로 훌륭한 글이다. 저자는 경계해야 할 병폐들로 가식과 욕심, 허영을 들었다. 거짓으로 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단기간에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라고. 또한 자신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철학적인 내용이나 전문용어, 미사여구로 치장된 문장, 남발되는 외국어 등은 '자신의 정신적 빈곤을 드러낼 뿐 아니라 가식이나 욕심과 마찬가지로 문장의 생명력과 설득력을 말살시킨다'고 덧붙였다.

오감에 따른 서술어를 활용하면 개성 있는 글쓰기가 쉬워진다. 주어와 서술어를 볶아도 보고 삶아도 보면서 문장의 맛을 음미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말하는 저자는 책의 곳곳에 친절하게 예문을 실어 놓았다. 이렇듯 문학적 문장을 만들려면 평범한 문장은 사절이다.

문장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

글을 쓸 때는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진실하게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써야 한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글은 충동과 의욕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므로 모든 촉수를 곤두세우고 사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진실을 탐지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수사법을 사용하되 무분별한 수식은 역기능을 초래하므로 아무리 고쳐도 문장이 어색할 경우에는 과감하게 전체를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단어와 문장 공부를 마치고 비로소 창작에 들어갈 때는 먼저 자신의 정신 상태부터 한번 점검해보자. 즉 의식의 날개를 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몇 번씩이라도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해야 하며 스스로 몽상의 고치 속에 고립되어 절대 고독을 감내하고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할 수 있어야 글 쓰는 자로서의 올바른 정신상태'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명상의 장에서 저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색하라고 고언한다. 잡념을 버리고 높은산이 되고자 하는 욕심도 버리라고. 좋은 생각을 위해서는 악연들은 미리 정리하는 편이 좋고 글에도 기운이 있으니 증오가 담긴 말보다는 사랑이 담긴 말을 사용하자고 이야기 한다. 이 장에서는 이외수의 문장백신이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는 잠시 의사가 되어 증세와 처방을 소상하게 기술하고 있다.

글쓰기는 공책과 연필, 그리고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작업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에 소개된 습작 과정을 모조리 실천해 보았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글 잘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타고난 사람보다는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부단히 노력해야만 우리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처방전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글 잘 쓰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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