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다. 속절없이 내리는 여름밤의 폭우를 바라보면서, 작가와 함께 투명하기 그지없는 소주를 마셨다. 다소간 술에 취해 버렸던 나는 인터뷰와는 전혀 무관하게, 내 안의 슬픔을 얼마간 공선옥에게 털어놨던 것도 같다. 그런 말을 하면서 아마도 나는 이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타인의 슬픔을 뻔뻔하게 드러내라고 추궁하는 인터뷰어의 역할이나 그것을 글로 옮기는 일 따위는 아무래도 나에겐 적당한 것이 아닌 듯하다.'-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