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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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었을 때 예상외로 선전을 보이던 세네갈을 기억한다. 그때 처음 들어본 세네갈은 아프리카의 어디쯤 있는 나라일까 궁금했다. 그렇게, 아프리카에는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우리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물론이고 관광명소로 유명한 도시와 도시를 대표할 만한 상징물 가령 파리의 에펠탑, 런던하면 근위병이 선명히 떠오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깊이 배운 바가 없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성장 위주의 사회에서 살다 보니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아프리카보다는 선진 유럽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큰 까닭에 자연히 관심이 기울어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날 때 유럽행이 많은 것은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겉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는 아프리카 대륙이 생성된 태고의 옛날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망라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그림들은 아프리카 출신의 화가가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시각적인 효과는 책의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색감으로 정성 들여 그린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세네갈은 물론이고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인 수단, 지중해와 닿아있는 모로코 알제리 리비아 이집트 등의 나라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그려진다.

가장 오래된 대륙이며 모든 것이 시작된 아프리카에서 원시 인류가 나타나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아프리카에 문명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땅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500여 년 전이다. 유럽 열강들이 다투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든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만에 유럽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약탈자와 압제자 노릇을 하고,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륙 전체를 제멋대로 나누어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곳 주민들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았다. 마치 범죄자들이 훔친 물건을 놓고 분배하는 것과 같았다.

… 유럽의 많은 역사책들은 예나 지금이나 '식민지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아내와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유럽 사람들의 전투를 상세히 보고한다. 자신의 땅에서 도둑을 맞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방어 행위가 대부분 '학살'이라는 말로 서술되고, 정작 죽임을 당한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서는 거의 한 마디 말도 없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세상에 누군가의 식민지가 되어도 좋을 나라는 없다. 야만의 시대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들은 풍부한 천연자원만 약탈해간 것이 아니라 '검둥이' 라고 부르며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다. 노예는 '지위가 낮은, 또는 권리가 줄어들거나 없는 '인간'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되었다.

그들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남북아메리카로 강제 이주되어 고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도중 탈출은 곧 죽음을 의미했는데 단 하나의 성공 사례는 실화를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아미스타드>에 담았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역사의 발전이 500년 이상이나 억지로 중단되었다. 언어만 해도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슬람의 북부 아프리카만 빼고,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유일하게 공통된 언어는 옛날 압제자의 말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뿌리 깊이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유럽 열강들이 사이좋게 나누어 지배한 그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며 미래를 꿈꾸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음을 환기하게 되었다.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 지도자들의 업적은 유럽의 역사처럼 자세히 기록될 필요가 있다. 역사는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 유럽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프리카 자신이 이야기하는 아프리카 역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로 말미암아 우리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균형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새롭게 눈 뜰 수 있게 될 것 같다.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역사를 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며 나아가 보이지 않지만 하나로 연결된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공존의 메시지'로서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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