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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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딸 중 둘째인 엘리자베스에 초점을 맞춘 <오만과 편견>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 이야기에는 언제나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인해 그들의 사랑을 더 극적으로 이끌어주기 마련이다.  

엘리자베스는 언니의 결혼을 방해하고, 어떤 남자의 일생을 망쳐 버린 고약한 사람이라고 다아시를 오해하고 그의 청혼을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린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는 법. 운명적인 사랑이 그러하듯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면서 오해는 하나씩 풀어진다. 그러나 한 번 거절한 이상, 그 옛날에 여자가 먼저 찾아가서 아직도 청혼이 유효한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기에 다아시가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를 찾아와 청혼한다. 청혼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엘리자베스는 그간의 오해를 다아시에게 이야기하고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결국 진정한 사랑은 승리하게 되어있다는 게 이 소설의 주제다.

사람에게는 동전의 양면보다 더 많은 다중적인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보기에 따라서 그 사람은 오만하게 비춰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누군가 인격적으로 성숙하다고 할지라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때그때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서 생각은 언제든지 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상황만으로 그 사람의 인격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경솔한 태도이자 위험한 일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복잡 미묘한 것이다. 나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감정의 교류다. 나와 상대가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그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편견에 사로잡히도록 방해를 하더라도 굳건한 사랑은 흔들리지 않으며 오로지 나의 주관에 의해서만 변화될 것이다. 따라서 친구의 말만 듣고 제인을 떠났던 '빙리'과 같은 사람은 실격이다. 결국 다아시의 조언에 의해 다시 제인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만 그런 수동적인 사람은 매력이 없다.

다행히 소설의 주인공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자신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도록 노력한 다아시에게 돌아갔다. 엘리자베스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품위 없는 집안의 딸로 자란 그녀에게 선뜻 마음을 열 수 없었던 다아시는 수많은 마음의 충돌을 겪었을 것이다. '사랑해도 될까?' 끝없이 자문하며 생각을 돌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된 다아시는 결국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사랑에 항복하고 말았다.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파릇파릇한 새싹만큼이나 가벼운 공기는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사랑하라고 채근하는 듯하다. 새봄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며, 사랑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어 줄 <오만과 편견>은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의 접근이 가능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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