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 [할인행사]
박찬옥 감독, 문성근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비가 와서 감상에 빠지기 쉬운 오후다. 이런 날이면 으레 김치 부침개나 짬뽕 국물, 비디오 한 편이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이런 날은 신발 적셔 가며 다니기 싫지만, 오로지 DVD 한 편 보고 싶다는 마음에 집 근처의 비디오 가게로 향했다.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좋은 영화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막상 비디오 가게에 들어서면, 보지 못한 많은 영화들은 다 어디 가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영화들 뿐이다. 이를테면 공포 영화, 액션 영화, 보기에도 민망한 성인 영화가 그러하다. 코믹 영화도 내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로 그저 웃고 즐기고 나면 남는 것은 공허함 그뿐이다.

영화를 보는 것에도 취향이란 게 있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보고 난 후에도 한 1주일 정도는 가슴 속에 남아 미소 지을 수 있는 감동이 있는 그런 영화다. 영화도 양서처럼 메시지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가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DVD를 발견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 제목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많이 보아 왔는데, 이 영화의 제목은 나에게 조금 생소했다. 비슷한 어감의 이 영화가 왠지 내 머리 뒤통수를 자꾸만 잡아당겼다.

젊은 대학원생 이원상(박해일)은 친구가 일하는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사랑하는 유부남이 그 잡지사의 편집장임을 알게 되어 무작정 그곳에 취직한다. 수의사 박성연(배종옥)은 대학시절 학보사의 사진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역시 이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원상은 변심한 여자 친구를 잊는 과정에서 박성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박성연은 편집장 한윤식(문성근)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이 사랑한 두 여자를 편집장에게 빼앗긴(?) 이원상은 그에게 적개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의 박식함과 인간적인 면에 이끌리게 되기도 한다.

한윤식은 이원상의 여자 친구가 자신이 한 때 만났던 여자라는 것을 알게된 후에도 이원상에게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의 여성편력을 이렇게 정당화했다. "바람도 못 피면서 아내에게 잘 못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훨씬 낫다"고. 자신처럼 인생을 즐기면서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도 더욱 잘하는 게 살아가는 지혜라고.

감정이 흐른다는 게 한윤식처럼 간단한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에게 미련이라는 것은 사전 속에나 존재하는 단어처럼 보였다. 그처럼 모든 사람들이 감정 조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세상의 치정(痴情)극은 존재하지 않을 듯 했다.

사랑과 일을 평범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잡지사라는 배경을 두고 편집장이라는 직업에 대해 묘한 매력을 부여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원상과 한윤식의 대립을 통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질투는 사랑하며 사는 일에 있어 촉매제로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독이 되기 전에 이 영화는 자막을 올려보내고 있었다. 그 뒤의 일들은 관객에게 맡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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