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2disc 디지팩) - 할인행사 국화꽃 향기 (2disc) 2
이정욱 감독, 장진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몇 해 전,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날 약속을 했었는데,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우리의 약속은 며칠 미루어지게 되었고, 그 대신 각자의 집에서 DVD 한 편씩을 보기로 했다. 친구는 자신의 선배가 괜찮은 영화로 <국화꽃 향기>를 추천했다며 내게도 권했다.

관객의 누선을 자극하는 뻔한 스토리임을 알기에 솔직히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 선배의 말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어정쩡한 엔딩도 괜찮다. 해피엔딩이면 말할 것도 없이 좋고, 새드엔딩은 내가 영화를 택함에 있어 제외대상 1위다. 도무지 슬픈 결말은 용서할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이미 슬픈 영혼을 닮아있기에 그런 류의 영화는 의식적으로 피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꿉친구 하나는 이런 말도 했다. 자신은 슬픈 노래가 좋다고. 그런데 이렇게 슬픈 노래를 좋아하다 보면 자신의 인생 또한 슬퍼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가끔씩은 그렇게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감상에 젖어 보는 것도 공학도에게는 필요한 일이라며 타일렀던 기억이 난다.

사랑은 영화에 있어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소재다. 매번 비슷한 스토리라고 힐난하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관한 영화를 끝없이 갈구한다. 그로 인해 현실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랑에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한 관객의 요청으로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끝없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리라.

인하(박해일)는 지하철에서 운명처럼 희재(장진영)를 만나게 된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 희재의 머리카락을 스쳤고, 그 바람에는 국화꽃 향기가 묻어있었다. 그것은 인하의 마음 속에 잊지 못할 향기로 각인되고, 동아리에서 다시 희재를 만나게 되어 수줍은 고백도 하게 되지만, 스무살 청년의 어설픈 고백이 연상의 희재에게 받아들여 지기엔 처음부터 억지였나 보다. 짧은 첫키스와 함께 사랑 이야기는 시작이 아닌 이별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인하는 일종의 도피로 입대한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게 그렇게 접어지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희재를 잊지 못하는 인하를 애처롭게 여기던 선배 정란(송선미)이 있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7년 만에 어렵게 사랑을 이루게 되지만, 이들의 사랑을 질투한 하늘은 그 둘을 갈라 놓고 만다.

별로 울일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런 영화 한 편이 눈물로써 마음의 때를 벗어버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린 주말 슬픈 영화 한 편으로 자칫 우울해 질 수도 있으나,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는 이 영화의 전반부는 대학 시절의 풋풋한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마저 찾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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