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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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은 소중하다. 모르는 것이 많아 언제나 호기심으로 눈이 반들반들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금세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기워 이불을 만들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불이 하나 탄생할 것 같다.

지난 가을이었다. 시내의 한 서점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을 착각한 친구 덕에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마침 오전 시간이라 서점도 한산했고 의자도 마련돼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다 읽지는 못한 책인지라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분량은 하루 저녁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소년의 눈물>에는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며 느꼈던 슬픔과 번민들이 켜켜이 녹아 있었고, 유년 시절 읽은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며 독서할 당시의 상황들을 회고하는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실제로 당시 어린 나의 머릿속에 민족이나 국가 같은 거창한 관념은 싹트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주위의 아이들과 다른 소수파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점을 막연하게나마 불행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쉽게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아니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소위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는 것처럼 어른 세계에 가득 찬 고뇌와 비애를 그 작은 몸에 받아들이는 듯하다.> - 본문 중에서

겨우 일고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저자가 부모님이 "동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돈 많은 부자나 귀족이 아니라 평범한 일본인"이었으면 하고 바랐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언제인가 한국방송의 에서 <소년의 눈물>을 다룬 적이 있었다. 방송을 보며 안타까웠던 것은 한국 사람이되 한국어로 사고하고,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하실 어둠 속에서 홀로 있을 때, 저만치 떨어진 벽 위에 조그맣게 나 있는 창이 보인다. 그 창을 통해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고, 그 창을 통해 따스한 햇살을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그에게 독서란 '창으로서의 독서'라고 했다. 서경식은 그의 둘째형 독서광이었던 서승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하게되었다고 한다. 다음의 글에서 저자가 독서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독자들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 없는 자기 연찬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그 같은 절실함이 내게는 결여돼 있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채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시시각각 낭비하고 있는 것인 아닌가.> - 본문 중에서

<소년의 눈물>은 마치 한편의 짧은 소설을 모아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때때는 코끝이 시큰해 오기도 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을 유년의 기억마저 찾아주고 있었다.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현대사를 바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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