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창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빗소리와 자동차소리가 음악 같은 밤이다. 며칠동안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니 마음에도 변화가 일렁이는지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 생각이 간절했다. 마침 친구들 몇 명이나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던 소설이 있기에 호기심 끝에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펼쳐들게 되었다.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를 읽었을 때처럼 공지영의 어조는 여전히 독자들을 흡인하는 마력이 있었다. 인물의 심리 묘사는 물론이고, 자연의 변화를 그리는 낱말의 나열도 영화를 보듯 미묘하고 섬세했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이 부유한 집에서 자란 유정과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윤수는 묘한 대립을 이루면서도 닮아있는 인물이다. 세 번씩이나 자살을 기도한 유정과 어쩔 수 없이 집행되어야 하는 사형수 윤수, 이들은 분명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너무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 왔다.

어린 시절 사촌 오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유정은 사랑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 많은 사랑을 떠나보내고, 따뜻한 정에 굶주린 윤수는 애처롭기만 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용서'와 '행복' 두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세상의 어떤 죄도 용서받지 못할 것은 없고,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환기할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또 한가지,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문제였다. 살인 현장을 목도한 사람은 사형제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사형이 집행되는 현장에 있는 사람은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는 알베르 까뮈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사형제도는 그 벌을 당하는 자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이다. 정신적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육체적으로 생명이 다하지 않은 제 몸뚱이가 둘로 잘리는 절망적이고도 잔인한 시간 동안 그 형벌을 당하는 사형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진실이라는 품위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이 형벌을 제 이름을 불러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어떤지 인정하자. 사형의 본질은 복수라는 것을.> - 알베르 까뮈의 <단두대에 대한 성찰>

단순한 사랑이야기도, 운동권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이 소설은 여운이 길다. 삶과 죽음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통해서 어떤 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해석은 독자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면밀하게 지적해주고 있다. 이 소설은 매일같이 교도소를 방문하며 자료를 모았다던 저자의 열성이 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현장감 있는 소설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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