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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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날이 맑으면 눈부시게 떠나고, 흐리면 촉촉이 젖어 떠난다. 숲은 늘 조용하지만 살아있는 생명들로 늘 분주하다. 들어 갈수록 깊어져, 몸과 마음이 낮아지고 발걸음은 푹신해진다. 반짝이는 나뭇잎 하나, 쌓이는 솔잎 한 잎으로 그늘은 향기롭다.…>

언제인가 신문에서 '숲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테마로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숲을 소개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운치 있는 사찰과 수목원을 둘러 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기사였다.

그렇게 여행에 관심은 많지만, 쉬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얼마 전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을 읽게 되었다. 책 중간 중간에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놓은 사진이 있어 더 좋은 책이었다. 글로 읽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려온 풍경이 사진을 통해 시야로 들어오면서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게도 했다.

나에게는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낮 동안에는 시간이 어찌 가는지 힘든 줄 모르고 다니지만, 저녁에는 한순간에 피로가 밀려왔다. 낮에 보고 느꼈던 풍경들로 마음은 행복하지만, 몸은 그 반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곤 했는데, '걷기 여행'이라니 나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타는 듯한 아스팔트 위를 걷기도 하고,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걷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저자는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상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다른 자아를 만났을 것 같기도 하고. 여행지 곳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특히 따뜻하게 숙소를 제공해주었던 할머니들이 저자에게는 소중하고 고마운 분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았다.

책 속의 여행지 중에는 내가 가 본 곳도 있었고, 지인들에게 익히 들어왔던 곳도 있었는데, '문경새재 넘어가는 흙 길'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 좋은 흙길을 신발을 신고 걷는다는 건 길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저자는 양말을 벗고 걸었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길이기에 양말을 벗고 흙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마치 흙길을 걷는 것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보성 차밭으로 오르는 길에 있던 삼나무 숲길은 저자의 말처럼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걷고 싶을 만큼 환상적인 곳으로 비춰졌다. 나는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다울 것 같은 이곳이 보성 차밭보다 더 보고 싶어졌다.

곧게 뻗은 나무들을 올려다보고 찍은 선암사 편백나무 숲의 사진도 인상적이었는데, 곧은 나무들을 올려다보노라면 굽은 마음도 다 펴질 것만 같다던 저자의 말에 앉은 자세를 바로 고치며 오랫동안 그 사진을 바라보기도 했다.

책 중간 즈음에는 국토종단을 위한 짐 꾸리기부터 소요 기간, 비용과 숙소, 먹을거리 등이 소개되어 있다. 여행마니아인 저자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노하우를 친근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를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칭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용기 있고 대범한 여성이다. 혼자 떠날 수 있는 저자의 용기가 부럽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아 반가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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