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내 발바닥 - 김곰치 르포. 산문집
김곰치 지음 / 녹색평론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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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내 발바닥>은 르포, 산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도 밝혔듯이 르포가 알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 실린 모든 장르의 글이 다 알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르포는 르포대로 산문은 산문대로 모두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광촌 카지노에서,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공사현장에서, 새만금 공사 현장에서 쓴 르포 4편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탄광노동자의 실상을 처음 알게된 것은 정호승의 산문집 <위안>에서였다. '땅 위의 직업' 이라는 소제목의 글은 저자가 잡지사 기자 시절, 취재를 위해 강원도 탄광 마을인 고한에서 만난 광원 한 사람을 떠올리며 쓴 글이었다.

막장 안은 지열 때문에 몹시 더웠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도 없는 땅속 저 깊은 곳. 어딘지 모르는 한 지점에 작은 한 마리 벌레처럼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 나는 곡괭이질을 하는 중간중간에 한마디씩 던지는 김장순씨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를 취재한다는 일이 나로서는 너무 건방지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 정호승의 <위안>중에서

순박하고 순연한 그 광원의 소원은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라고 했다. '땅 위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광부들이 80년 사북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80년 사북의 광부들이 폭력적이면 폭력적일수록 , 난동이면 난동일수록, 하룻밤새 누구도 믿기 어려울 만큼 그들의 변화가 돌발적이면 돌발적일수록, 그들 분노의 몸짓이 광기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이 모든 건 그들이 얼마나 오래 참고 살아왔나를 말해줄 뿐인 것이다.

... 산업전사라는 미명하에 노동의 시간 그 자체가 인간성을 파멸시키는, 자기자신에 대한 모멸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러다 죽음의 병을 얻게 될 뿐인, 거의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삶인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벼랑 끝에 처해 있던 그들 생존의 숨막히는 긴장이 한순간 무너지며 그들 속에도 존재하는 진정한 생명이고자 하는 어떤 근원적 삶의 욕망이 왜곡될 대로 왜곡된 참혹한 모습 그대로 일거에 폭발한 것이 80년 사북사태이자 그때 광부들의 파괴적이고 집단적인 광란인 것이다. - <발바닥 내 발바닥> 중에서

저자는 80년 사북사태가 '노동운동도 민주화운동도 아니라 전율스런 생명운동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산업화의 자본주의가 가속화될수록 그 폐해도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 현상들은 사실 전달 만이 아니라, 진실을 목도하게 한다.

어떤 부모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나야, 어떤 훈육을 받으며 자랐어야, 청소년기에는 어떤 책을 읽었어야, 어떤 친구와 우정을 나누었어야, 어떤 훌륭한 스승을 만나 무슨 귀한 가르침을 받아야, 어느 누구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읽고 지독하게 마음 아팠어야, 하여 자신의 마음을 궁극까지 탐구하겠다고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얻어 가는 피 흘리는 정신의 수련을 해야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제 판단과 의지를 믿고 온몸을 던지는 그런 큰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저는 도무지 요량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은 도롱뇽 소송 재판부에 올리는 탄원문에서 발췌한 글이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걱정하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준다.

<발바닥 내 발바닥>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발로 뛰며 온몸으로 쓴 글들을 한데 묶어 놓은 책이다. '탐욕으로 일그러진 이 어리석은 시대에 대한 가장 정직한 문학적 증언의 하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김종철 선생의 말씀처럼 이 책의 진면목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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