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어야 할 책은 차고 넘친다. 당장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 보더라도 먼저 읽어야 할 책의 순위를 정하기가 힘들다. 매번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책을 보는 안목이 점점 나아지겠거니 낙관하면서 책을 구입한다.

 1할 2푼 5리의 승률이라니... 그것의 의미도 모르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었다. 소외 받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야구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 다소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접고, 한동안 이 책을 잊고 지내다 어느 순간 이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 책 통해 야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통산 방어율 3.17이 뭔지, 3할 8푼 7리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야구는 소재일 뿐,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야구가 아니었으므로...

이 책에는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술술 풀어내며 소소한 일상을 가볍게 담아내고 있는 듯싶더니... 중·고교, 대학 시절을 지나 취직을 하면서부터 점점 인생이 고달퍼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낄낄거리며 웃다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는 게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걱정거리가 많아지고...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라는데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일처럼 느껴진다. 마치 '지기 위해 태어난 팀'이 급기야 해체된 것처럼... 서글픈 경험을 간직하고 있을 법한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책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고, 바로 진정한 승리자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무슨 역설인가.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건 더 어려운 일 같다. 내 주위에도 기인이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부모가 부자여서 굳이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유층일 것이라고…. 그런데 사실은 아니다. 평범한 농사꾼 아버지를 두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시간을 저당 잡혀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 또는 생업에 바치기 싫은 것뿐이었다.

가난하게 살더라도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지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 여기는 그런 친구였다. 그 친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얼마 간의 시간동안 나는 참으로 신선한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낼 수 있는 친구가 한 없이 부러웠다.

지나 온 삶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은 과거 어느 때가 아닌, 특별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에 만나서 더욱 울림이 깊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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