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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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한비야. 종종 신문의 칼럼에서 그를 만나고, 서점의 스테디셀러 코너, 친구의 책장에서도 자주 그를 만났다.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질 않다가 지난 해 한 서점이 발행하는 소책자의 표지에서 빨간 스웨터를 입고 자신의 서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게 되자, 불현듯 그의 책이 읽고 싶어졌다. 고백하건대, 그의 빨간 스웨터와 환한 미소보다는 그 뒤로 보이는 서재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에 반한 것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봐 왔으면서도 이제야 마음이 열린 까닭이 뭐람? 순간 '인간은 자기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명제가 떠올랐다. 주위에서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떠들어도 자신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절대 읽지 않는 나만 보더라도 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바람의 딸, 한비야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어쩌면 그리도 맛깔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특히 전라도 일대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사투리를 들으며 나는 살풋이 외할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구수한 사투리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때문에 연신 큰 소리로 웃는 바람에 막내 동생이 어떤 대목이 그리 재미있느냐고 책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그는 저서에서 땅끝 마을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도보 여행을 하며 거는 기대를 몇 가지로 요약해 이야기했다.

'첫째, 세계 일주를 하고 국토를 보면, 우리 나라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둘째, 제 땅을 제 발로 걸으면서 내 나라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셋째, 국토의 정기를 받아 인생의 후반부에 쓸 에너지로 재충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그것이다. '그 외에 얻는 것이 있다면, 그건 순전히 보너스'라고 미소를 띤다.

비단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뿐 아니라, 그녀의 인생관, 세계관이 녹아 있는 책이어서 더 좋았다.

가령 '경제적 독립은 정신적 독립의 기본'이라던가. '시간을 들인 만큼 아름다운 꽃을 얻을 수 있듯 좋은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난초 키우는 일'에 비유한 점, '돈이 없어도 마음의 평화와 품위를 유지하며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등등.

여행이 좋다는 것을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구체적인 무언가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었다.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처럼 멋진 일도 없을 것 같다.

그가 전해 주는 이야기 가운데 퍽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중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만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만리를 여행하는 편이 낫다'는 말이었다.

여행의 가치를 단적으로 표현한 이 말을 보게 되자, 나는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막내 동생과 함께 이번 겨울방학에는 작정하고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며 그 속에서 가족과 함께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또한 그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서 배운 것 하나를 친절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은 독이다"

독립심과 인내심을 말로써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여행은 정말 양서 못지 않은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는다. 그의 말처럼 '여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인 것 같다.

하룻밤 사이 얼마나 많은 곳을 여행했는지 뿌듯하고 . 땅끝 마을 -> 나주 -> 광주 -> 임실 -> 무주 -> 영동 -> 문경 -> 제천 -> 평창 -> 속초 -> 통일전망대. 그 사이사이 많고 많은 작은 마을과 산, 산사까지 합하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마치 그녀의 여행에 함께 동참이라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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