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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양장본)
법정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자꾸만 욕심이 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난감하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법정스님의 말씀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욕심이라고 하면 추상적이지만, 그 속에는 온갖 번잡이 스며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법정 스님의 말씀, 이번에는 <산에는 꽃이 피네>를 선택했다.
류시화가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 곳곳에는 구도자로서 청빈한 스님의 모습이 켜켜이 녹아 있었다. 책을 읽고 거짓말처럼 마음의 번잡이 사라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문학의 향기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갈증 해소와는 또 다른 기쁨이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가끔 인터뷰할 때 '스님의 소원은 뭡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개인적인 소원은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집의 부엌 벽에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낙서를 해놓았다. 단순함과 간소함이 곧 본질적인 세계이다. 불필요한 것들은 다 덜어내고 꼭 있어야 할 것과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어떤 결정체 같은 것, 그것이 단순과 간소이다.. - 본문 중에서
행복의 비결을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피력하는 법정 스님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고, 더 많이 가지려 애쓰는 모습은 도처에 널려 있어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보인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 비판 의식 없이 두루뭉술하게 살아가기가 쉽다. 그 틈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아웃사이더를 자초하는 일로 인식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조류를 따라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 아웃사이더가 되는 편이 더 행복하다면 굳이 저울질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향기로운 차 한 잔에서, 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를 통해서, 다정한 친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전화 한 통화를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법정스님은 전한다. 과연 우리도 그런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여유가 현대인들에게 있기는 할까? 의구심이 들지만 행복은 그런 사소한 것들에 분명 깃들어 있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삶을 살 줄 안다면 순례자나 여행자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순례자나 여행자는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감사하면서, 나눠 가지면서 삶을 산다. 집이든 물건이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순례자처럼 살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되도록 짐을 줄이려고 한다. 어깨에 내려앉는 짐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방의 무게는 그 사람 집착의 무게'라는 말도 있듯이 법정스님의 말씀은 단순한 사실에서 진리를 발견케 한다. '보다 단순하게 보다 간소하게'라는 말은 텅 비움으로써 충만해지는 진리를 터득케 한다.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 것 같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늘 곁에 두고 번잡이 물밀 듯 밀려올 때마다 펼쳐 보면 좋을 것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뿐 아니라 <오두막 편지>나 <홀로 사는 즐거움> 등 스님의 많은 저서들은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멋진 처방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