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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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지만 제목만 보고서 환경에 대한 책인줄 알았다.

내 돈 내고 만화책을 산 건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는 하재근의 <중국의 역사와 문화>였다.

우선 주인공들이 너무 웃기게 생겼다. 만화란 웃음에 충실해야 한다. 그냥 웃겨서도 안되고, 그 속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나보다 열 살 위의 이모는 순정만화를 즐겨봤다. 아마 열 권짜리는 족히 되는 그런 만화책을 빌려와서도 보고, 만화방에서도 봤다. 물론 나도 함께였다. 그림이 너무 예뻤다. 이모는 순정만화의 주인공도 곧잘 따라 그렸는데, 나도 어깨 너머로 배웠다.

그 후, 만화책과는 인연이 없었다. 나는 정도(바른 길)를 가는 범생이었던지라 선생님의 '만화책 보지 말라'는 말씀에 순종하느라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 참 웃기는 아이였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었다. 중1이었지 싶다. '인어공주를 위하여'라는 만화가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예의 여중생들의 감수성에 필이 확 꽂히는 그런 류의 순정만화였을 터. 나는 너무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만화책을 빌리러 만화방에 가는 게 싫었다. 오락실과 마찬가지로 왠지 거기는 나쁜 아저씨들을 비롯하여 불량배들이 많을 것 같았다. 내 편견이었지 싶다. 내 간이 하도 콩알만해도 그랬을 지도. 그렇다고 시리즈로 나온 책을 다 사볼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깝긴 하다. 시기를 놓쳐버렸으니. 그때의 감수성으로 봤어야 하니.. 아마 지금 보면 하품만 할 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곁다리로 많이 흘렀는데, 만화가 최규석은 나보다 한 해 빨리 태어났다. 어느새 이런 나이가 되어버린 건지.. 생각하면 아뜩하다. 그냥 웃기고 즐기면 되는 그런 만화가 아니었다.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자취방의 정취를 참 잘 포착해내었다.

실업, 연애, 노동문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습지의 모습들을 잘 포착했다. 가벼우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만화라고 할까.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만화책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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