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주룩주룩 (2disc)
도이 노부히로 감독, 나가사와 마사미 외 출연 / 팬텀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는 한 편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오월의 장미보다 더 활짝 핀 요타로의 미소는 세상 시름을 잊게 할 위력을 지녔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요타로(츠마부키 사토시)는 밝은 웃음 하나로 단번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엄마와 둘이 살던 요타로에게 갑자기 아버지와 여동생이 생긴다. 어머니가 재혼한 것이다. 잠시나마 행복해 보이던 가정은 아버지가 집을 나가는 일과 동시에 모든 상황이 나빠진다. 새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요타로와 여동생 카오루만이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 남겨진다. 둘은 할머니가 계신 섬으로 가 살게 된다.

어머니는 카오루를 잘 돌봐주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내 보기에 유타로가 더 걱정이다. 제 앞가림도 하기 힘들어 보이는 어린 나이인 요타로가 과연 동생까지 건사할 수 있을지 말이다. 특수한 환경 탓에 비교적 철이 일찍 든 요타로는 어머니의 유언을 잊지 않고 동생을 잘 돌봐준다.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어려운 살림을 타계하기 위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사회에 나와 돈을 번다.

낮에는 시장에서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야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예전에 어머니가 했던 레스토랑 같은 식당을 여는 것이다. 빨리 기반을 닦아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한시도 요타로를 떠나지 않았다. 유타로는 밤낮없이 일만 했다.

카오루는 고교 입학을 위해 할머니와 함께 살던 섬을 떠나 오빠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된다. 함께 살게 된 남매는 어느 오누이보다 사이좋고 행복해 보였다. 이를 데 없이 남루한 집에서도 행복이 퐁퐁 샘솟는 모습이 얼마나 대조적인지.

어느 정도 돈이 모였고 빚을 조금 얻어 요타로는 레스토랑을 연다. 제 손으로 인테리어를 담당해서 비용을 절감했다.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얼마간 열심히 나무를 다듬고 조립해서 새로이 태어난 레스토랑이었다. 드디어 개업파티를 시작했는데 느닷없이 가게주인이 나타나 요타로가 사기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요타로는 너무 어렸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처럼 착하지 않다는 걸 몰랐던 걸까. 아르바이트 하던 식당에 단골이었던 손님이 가여운 요타로의 등을 친 것이다. 괴로워하고 있을 요타로가 보기 힘겨워 여자친구인 케이코는 의사인 아버지에게 부탁을 한다. 아버지는 의대에 다니고 있던 케이코 짝으로 요타로가 못마땅했고 빚을 갚아주는 대신 헤어지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요타로는 상처받았다.

그 일 이후로 요타로는 더 쉴 틈 없이 일해 빚을 모두 갚는다. 그리고 케이코와는 헤어졌다. 아버지일도 그렇지만, 케이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카오루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였을 것이다. 요타로가 사랑할 유일한 사람은 카오루 뿐이었다.

카오루는 자신을 위해 고생만 하는 오빠가 안쓰럽다. 오빠 자신의 꿈을 나에게 전가시키지 않기를, 더 이상 나를 위해 밤낮 할 것 없이 일하지 말고 오빠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 사랑하게 될까 두려워 떠난 것이 아닐까.

서로의 마음을 숨긴 채 의좋은 오누이로 살아왔지만, 싹트는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카오루가 대학에 진학하며 떨어져 지내게 된 두 사람, 서로를 많이도 그리워하며 살지만 운명은 결국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타로가 과로사한 것이다.

눈물이 날 때 코를 쥐는 모습,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의 모습,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본의 재래시장, 부유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정이 넘쳐나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무언가 이야기가 지지부진하게 흐르는 것 같고 모두 다 좋은 사람들만 등장하는 자칫 밋밋한 영화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들에게 휴식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 믿는다.

순수한 모습이던 한 때를 되뇌며 그 시절로 돌아가 보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예측이 가능한 영화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보게 되는 것은 그 속에 우리가 원하는 무언가가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따사로운 햇살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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