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보다는 영화나 텔레비전, 인터넷의 유혹에 더 현혹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책 읽는 책>은 좋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음은 늘 있지만, 정작 퇴근 후 피로하기도 하고, 만나야 할 친구도 많고,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막연하기만 하다.' 이런 저런 핑계거리야 찾으려면 솔직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책을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1부와 2부에서는 책을 읽는 즐거움과 책 읽는 생활, 3부와 4부에서는 책을 고르는 지혜와 책을 읽는 지혜로 구성된 책은 선배 책벌레가 후배들에게 다정하게 이야기하듯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연애편지를 읽는 마음으로 읽어야

책마다 사람마다 그에 알맞은 독서법이 있겠지만, 저자는 연애편지를 읽듯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우리가 연애편지를 읽을 때는 절대로 속도를 내어 빨리 읽지 않는다. 의미를 거듭 되새기며 읽고 또 읽는다. 정성을 다해 읽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행간과 여백까지 읽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책읽기가 될 듯하다.

"연애편지를 읽어 본 경험을 잘 상기하면, 독서의 원초적인 필요와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연애편지는 글이 개인과 내밀한 관련을 가질 때, 사람을 얼마나 감격시키고 흥분시킬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 나아가 글의 정보 전달 기능은 뒤로 물러가고 암시의 힘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체험하게 해 준다. 단어와 단어가 만들어 내는 정서적인 공간 사이에서 온갖 사물들, 나아가 세계가 재창조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글만이 생성해 낼 수 있는 고유한 지적 작용이고 매력이다."(32~33쪽)

배움에 때가 없는 것처럼 책을 읽는 데 때가 어디있으랴마는 저자는 <어린왕자>와 <데미안>을 예로 들며 전자는 어린 시절에, 후자는 사춘기 시절에 읽어야 제 맛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번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젊어서 책을 읽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책을 읽기 어렵다고들 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듯, 젊어서 책 읽는 버릇을 들여 놓지 않으면, 늙어서 책 읽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눈이 어두워져 돋보기를 쓰고 오랫동안 책을 보기란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 젊어 좋은 책을 많이 읽어두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의 입시 교육 하에서는 즐기면서 하는 책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고작 해야 논술을 위해 철학이나 문학책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읽는 게 아닌가. 공부에 쫓겨 한가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매달 일정액만큼 책을 구입하라

"방에 책이 없는 것은 몸에 정신이 없는 것과 같다"는 키케로의 말처럼 우리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말도 없다. 생계비 중에서 책값이 차지하는 비율을 미리 정해두자고 저자는 조언한다. 몸의 허기를 위해 식비를 책정하듯, 마음의 허기를 위해 책값을 할당해두자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돈을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을 쓴 것이 아까워 그것을 실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책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책을 읽게 될 테니 우선 그렇게 해보자는 것이다.

매달 책값을 책정해두고 일정 기간 동안 책을 사보는 습관을 들이면, 언제인가 밥은 굶어도 책은 사보자는 정신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즉 몸의 허기보다 마음의 허기를 참는 게 더 힘들어지는 시점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독서의 수준은 조금씩 향상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도약하기도 한다. 그런 도약은 자신의 힘에 부치는 책을 뚝심 있게 읽어 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아마 열정적인 독서가라면 그런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되, 끊임없이 보다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143쪽)

쉬운 책이 나쁜 것도 아니며 어려운 책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쉬운 책부터 읽어 차음 어려운 책에 도전하지 않으면 고급독자가 될 수 없으며 독서에 대한 열정도 유지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되, 어려운 책에도 도전 해야

'어려운 책을 힘겹게 읽고, 문득 세계를 이전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눈을 가지게 된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에 대해 저자는 그것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독서가 권태로운 사람이 있다면 쉬운 책만 반복적으로 읽은 데에 그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며 권한다.

한정된 시간 동안, 한정된 비용으로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이 기대되지만 그 가운데 책읽기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읽기도 습관이다. 마음의 키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바로 책읽기다.

책을 읽고 나니 기실 독서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만 빼곡하게 채워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책벌레가 들려주는 책읽기 방법, 책이 고프지만 선뜻 책읽기에 빠질 수 없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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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왕자 2007-08-05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말 잘 읽고 갑니다... 추천 하고 갑니다.. ^^

연잎차 2007-08-06 19:05   좋아요 0 | URL
좋게 봐 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