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내부에서 혹은 환경으로부터 쉼 없이 도전을 받고 역경을 헤쳐 가는 것이 인간 삶의 필연이다. 수많은 고민들과 마주하면서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해 힘들고 지치고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이 책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형경과 미라에게'라는 제목으로 <한겨레>에 연재될 때 눈여겨 보아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잊었던 것도, 다시 보기 위해 스크랩해둔 기억도 차례로 떠올랐다.

이 책은 '자기 알기'와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의 범주로 나눠 각각의 주제에 맞게 질문과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답도 없고 연습도 없는 인생, 다칠 때마다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가요?'

우리는 책에서 혹은 지인에게 남을 사랑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세상에, 그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세상에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지 모호한 개념이라고 여길 뿐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 게 마땅찮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체득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책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타인의 부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하는 일, 타인의 무례한 태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 고통스럽거나 피학적인 관계 속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일 등이 모두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 건강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내면에 정립하면 좋습니다. (중략) 자신의 못나고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선 정신 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동안 내면의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던 정신 에너지가 창조적인 쪽으로 전환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업무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251쪽)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듣고 보니 별로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다만 가끔씩 한계 상황과 맞닥뜨릴 때 잊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더하여 성숙한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일도 우리가 평생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죽음 충동과 생존 욕망은 한 몸

예전에 비해 우울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예인을 비롯하여 주위에서 가끔 들려오는 슬픈 소식에 우리는 충격을 받곤 한다. 우울증이란 뭔가. 마음의 감기 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증세를 키워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 아닌가. 저자는 내면화된 분노를 가리켜 우울증이라고 했다.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에 대한 지극한 적개심과 살해 욕망의 뒷면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이 자각하지도 못하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누군가에 대해 죽이고 싶을 만큼 무거운 분노를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분노는 내면으로 돌려져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기 자신을 죽입니다. 우울증이나 자살 욕망은 전형적으로 내면화된 분노입니다." - (263쪽)

그동안 몰랐던 분노를 자각하고 분노의 진정한 대상을 찾아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그 대상은 언젠가 상처를 주고 떠난 연인일 수도 있고, 냉담하거나 엄격했던 부모일 수도 있고, 주변의 또 다른 누구일 수도 있다. 그들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대방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내면의 분노는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호되게 야단치고는 늘 후회하는 어머니, 직장에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인, 언니의 잔소리가 너무 듣기 싫은 동생, 이별의 후유증이 너무 오래가는 사람, 늘 이해할 수 없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사람 등 다양한 고민과 그때마다 적절한 처방전들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는 <천개의 공감>은 말 그대로 천개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그늘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을지, 책은 우리에게 그 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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