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사라지는 법이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과거는 기억의 형태로 화석화되었다가 어느 순간 발굴된다. 기억이란 단순한 과거의 집적이 아니라 편집된 과거이다. 편집한다고 하는 것은 지우거나 덮어쓰거나 도려내거나 이어 쓰거나 돌출시키는 제 과정을 포함한다. 발굴된 기억의 화석 앞에서 현실은 대체로 허술해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거나 수습을 해보겠다고 끙끙거리거나 둘 중 하나이다.-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