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저서를 읽으며, 나를 둘러싼 두렵고도 낯선 삶을 정면으로 응시했고, 나태해지려는 내 관성과 편안해지려는 내 인간다운 욕망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벌이곤 했다. ... 어느 순간부터 나의 내부로부터 거칠게 발성되던 어떤 '내적 갈등'이 그의 저작들을 읽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치유되기 시작했다는 정신의 '각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 '내적 갈등'이란 비평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의 문제 - 그러니까 나 자신의 실천적인 삶의 과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었다.-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