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졸리니의 길 작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난 길
피에르 아드리앙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글로 만나 ‘뒤집힘‘을 경험하고 ‘어떻게 하면 이 부재하는 사람 곁에서 살 수 있을까? -나는 그 영혼의 인도자를 찾아 파졸리니의 길 위로 떠났다‘ 라고 고백하고 있다. 정보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매혹한 이에게 최선을 다해 접근하려는 젊은 저자의 노력을 확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가 나면 왜 하필 나의 사람이 거기에서 죽었을까, 우리는 생각한다. 

무의미한 의문이다. 사고가 났을 뿐, 그 사고에서 죽어 합당한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문은 왜 사람은 죽는가일 것이다. 

사람은 죽는다. 생명체는 유한한 목숨이란 것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이 의문도 답없는 질문일 뿐이다. 그저 생명체의 조건일 뿐인데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인가.


이런 것을 환기시켜 주었을 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렇다' 라고 납득을 하면서 멈추었던 일거리를 찾아 들 수 있다면, 또는 한밤의 잠자리에서 숙면에 들 수 있다면, 또는 떠난 이의 사진을 찢어지는 마음없이 볼 수 있다면, 이 소설은 창작되지도 지금까지 읽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 사람은 그리워하고 상처입는다. 심지어 자신이 권능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스스로를 탓한다.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그가 죽지 않았을 텐데, 라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 그리움과 상처는 때로 자연의 순리와 사고의 재난을 벗어나, 떠난 이의 뒤를 따라가게 만들 정도로 깊고 가혹하다. 사람은 이렇게 생겨먹었다.


이 소설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그리움과 마음의 상처에 지극히 취약한, 사람이라는 생명체에게 건네는 작은 연고와 같다. 

어디에도 완전한 약은 있을 수 없다. 상처는 남는다. 하지만 사람은 서로의 어딘가에 남은 상처를 보면서 서로의 아픔에 눈시울을 붉힐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이 다다를 수 있는 전부가 아닐지. 무력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사람이 가진 전부이고 유일한 의지이자 힘이 아닐지.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답은 미미하게 느껴지는데 중간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한없이 커보이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답은 미미하고 한 명 한 명 인물들의 삶은 한없이 크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 한편 깨달음을 주는 핵심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반대이다. 한 명 한 명의 삶은 흐릿하고 답들이 아우성치다가 어느 순간 거품처럼 꺼지고 잊혀진다.  


길지 않은 분량의, 거의 완벽해 보이는 단정한 구조를 지닌 이 소설은 먼 시공을 거슬러 이제야 내 책상에 도달했다. 

에스테반은 슬픔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이 방향을 잃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거리를 배회하였다. 나는 에스테반의 외로움에 공명했다. 마음의 위로를 주고 받는다고 생각했다. 나의 위로가 가닿았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조금 위로를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714년을 배경으로 한, 1927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2025년에 읽으면서 몇 줄만에 인물들의 삶에 깊이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이 힘은 경탄스럽다. 발표 당시 작가의 나이가 서른이었다는 것도 믿기가 힘들 정도이다. 인간과 인생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시공을 넘어 전달되는 이 문장들의 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보다 더 많이 생각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명료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들. 선명함과 단호함이 담긴 문장이 불친절할 때도 있지만 기꺼이 그 안에 생략된 의미들을 신뢰하고 궁구할 마음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뒷 부분 인터뷰는 시공간의 문화 차이로 어렵다. 그래도 이 독서는 기쁨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인적인 인물의 매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안전하고 푸근한 이야기였다. 심각한 고통을 제대로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가 흠모하는 고전적 인품과 그러한 인품의 소유자가 승리하는 것을 때로 보고 싶다면 이 소설은 훌륭한 선택이다. 작가는 독자의 기대가 어디 있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