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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여기는 어디의 샛길이지?
여기는 어디의 샛길이야?
어떤 체제를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 체제를 관리하고 다스리는 집단이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될 것이고 학교에서는 교장이, 회사에선 오너가, 지금 우리나라는 삼성의 오너들 쯤?. 그 체제의 대부분 구성원들은 불편하고 힘들고 때로는 감당이 안 되어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에 서기위해 상황을 감수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든 종류의 체제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인간성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하고 부자연스럽고 억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예술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들은 새로운 질서를 주장하여 기존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세를 늘이거나 규합하거나 집단 행동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새로운 질서는 또 하나의 억압체제일뿐이니까. 그래서? 그렇다면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지? 이들은 그저 샛길 찾기에 골몰한다. 역사의 대로를 벗어나 자신의 숨통을 틔어 줄 샛길을 찾는 것. 역사의 주역들이 자신의 주장을 위해 타인을 고생시키거나 파멸시키기도 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그 길을 모범으로 삼는데 반해 때로 이들의 샛길찾기는 자기 파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파괴할 수 없는 사람이 저절로 자신을 훼손하게 되는 것.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사실 이러한 은유로 이 책을 읽기에는 작가의 삶이 우리를 너무나 압도하고 있다. 삶이 작품을 앞지르고 있어 작품은 그저 삶의 자료 정도로만 느껴질 때, 독자가 할만한 말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삶 앞에, 작품 앞에서 숙연해지는 것은 눈길에서 각혈을 하며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 샛길이 어디쯤인지 고통스럽게 던졌던 질문을 나 자신에게 되돌려보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