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다니구치 지로 지음, 서현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쁘고 발랄하면 사랑스럽기만 하겠지만 개가 나이 들고 병이 찾아 오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더이상 예쁘지 않고 병원 출입, 약 먹이기, 밥 먹이기...누군가 곁에서 늘 돌보아야 한다. 부디 강아지의 귀여움만 생각하고 개를 들이지 않기를.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온하게 돌볼 마음을 갖고 시작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지의 즐거움 - 지적 흥분을 부르는 천진한 어른의 공부 이야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규칙적인 일상의 유지가 일정한 작업 성과를 낸다는 말, 무도와 학문을 함께 이행한다는 점, 경쟁이 아닌 자기만의 수련의 의미를 강조한다는 점. 이런 면들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자주 떠올리게 했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인정과 인식, 세상에 열린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분 첫 책으로 적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같이 일한 사람들 이야기가 많았다. 저자는 생각으로도 말로도 식용 동물 농장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을 시작할 즈음에는 일터 사람들에게 나처럼 무지한 독자가 궁금해 할 법한 순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고 고용주든 함께 일하게 된 고용인이든 간에 그들의 좋은 점들을 드러내려 노력하고 그들을 보며 자신이 배운 바도 함께 얘기하고 있었다. 저자의 그런 노력이 씨알도 안 먹히는 더러운 고용주 놈도 어김없이 있었지만. 

특히 농장의 노동자들 - 관리자급인 한국인과 조선족, 중국인, 동남아시아에서 온 고용인들의 성품과 장기를 언급하고, 출신이든 나이든 묶어서 일반화하지 않고 개별 인간의 생생함을 살려 전달한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칠 때 완독이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 외면하고 싶은 하고 많은 세상사 중에 대표적인 몇 가지에 드는 분야인데 견디기 힘든 수위는 아닐까 했던 것이다. 일의 내용도 그렇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의 환경도 그렇고. 그렇지만 직접 현장에서 일한 사람도 있는데 책으로도 못 읽겠다는 건 세상을 살며 알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너무 좁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일터에 있으면서도 같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인, 짬밥(개밥, 음식물쓰레기) 운송을 맡은 김 실장은 조선족 봉휘 아저씨와 태국인 수리얀에 대해 국민성 운운하며 게으르다고 말했고, 저자는 이렇게 서술했다. '나는 김 실장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가 아무렇지 않게 국민성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를 늘어놓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그가 봉휘 아저씨, 수리얀과 일주일만 같이 일해보면 그들이 자신 못지않게 부지런하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될 텐데.' 라고. 앞서 봉휘, 수리얀과 일하고 대화하는 장면들을 읽은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김 실장 보다는 편견에서 벗어난 인간이 되었지 않겠는가. 아마도 김 실장은 어느 자리에선가 내가 걔들하고 일해 봐서 아는데~라며 또 되도 않은 썰을 풀지도 모르겠다. 


문체라는 단어를 쓰기보다 말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더 어울리는 편안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저자는 하루 일과 후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하는데 그 일기가 이 책의 원본이었을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 무거운 내용을 각오했지만 저자는 쉽고 유머까지 겸비한 말투로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중화시키고 있었는데, 예를 하나 들면, 개 농장에서 짬밥 수거를 맡은 사람이(김 실장) 요크셔테리어를 13년 키우다 보냈다는 말을 하며 애틋해 하자 저자는 그러면 이 일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묻는다. '아아니! 그거는 애완견이고 이거는 식용으로 키우는 거니까. 두 개는 완전히 다른 거야.' 라고 한다. 참 자의적이다. 나의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구분해서 목적을 정하고 '다르다' 라고 정리한다. 이 부분에 저자가 주를 달아 놓았다. [주 : 역사학자 키스 토마스는 "애완동물이란 집 안에 들이고 이름을 붙이며 절대 먹지 않는 대상"이라고 정의했다. 또 인류 동물학자 제임스 서펠은 애완동물에 대해 "우리와 함께 살지만 뚜렷한 역할은 없는 동물"인 것이라 했다. 학자들의 견해에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어째선지 두 경우 모두 백수로 부모님 집에 얹혀살던 시절의 나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설명이다.] 자연을 인간 중심으로 쉽고 편하게 구분하다 보면 이렇게 애완동물=백수가 되기도 한다. 


내용은 먼저 닭 그 다음이 돼지 마지막이 개 농장의 순서로 되어 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저자의 유머는 줄고 분위기는 무거워진다. 보통 새로운 농장에 취직해서 컨테이너 숙소에서 보내는 첫 날 밤을 전하는 글에선 외롭고 두려운 정서가 느껴졌다. 이 숙소라는 곳의 형편을 보면, 켜켜이 쌓인 먼지구덩이 바닥 한켠에 이불 비슷한 것을 깔고 몸을 누이면,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마지막 농장에선 이 정서가 강하게 느껴졌다. 저자의 개인적인 아픔도 슬몃 드러나고. 그래도 며칠 시간이 지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대화의 재미나 식사의 즐거움 같은 것으로 처음의 외로움과 두려움은 희석되는데 마지막 농장은 고용인조차 본인 뿐이었다. 사장과 고용인인 저자 두 사람이 농장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개 농장을 두 군데 경험하는데 닭이나 돼지와 달리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곳의 환경은, 경험할수록 저자가(독자도) 감당할 수준을 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할수록 내면에 상처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적응할수록 영혼이 찌그러져 간달까. 개 농장의 특수함은 모든 조건들이 맞물려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본 조건이 법적으로 식품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과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쓴다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가 닭이나 돼지 농장과는 비교 수준을 훌쩍 넘는 험악하고 혐오스러운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제목만 봤을 때 동물권에 초점을 맞춘 책인가 생각했는데 본문은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구조와 구체적인 일의 내용 그리고 만난 사람들에 대한 비중이 컸다. 물론 저자가 한 일의 내용을 상세하게 전개시킨 부분을 읽다 보면 동물들의 환경에 경악하게 되는 지식은 자연히 따라온다. 필요한 통계 자료 같은 경우 주를 달아 보충하고 있었다. 본문만 놓고 볼 때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이 두드러지는 책은 아니다. 마지막 40페이지 정도 되는 마무리 파트에 가서야 저자는 이 모든 경험을 따라온 독자가 보기에 결코 과하지 않은 소박한 방식으로 동물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채식을 하자는 주장은 없다.(저자도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한다.) 다만 고통 없이 살고 싶어 하는 점에 있어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우리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며 지금과 같은 농장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해 보기를 강조하고 있었다.

읽는 이의 입장에 따라서는 너무 단순한 결론 아닌가를 비롯해서 글쓴이의 작게 들리는 목소리에 대한 불만스러움을 가질 여지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의 성격이 그러하다. 아마도 기대하는 바와 다르다면 그에 부응하는 다른 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가 글을 쉽게, 솔직하게 쓰며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객관화에 저자 자신도 포함시키고 있어 한층 신뢰하며 다른 책을 기대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를 찾은 혀 - 어느 청춘의 이야기 대산세계문학총서 180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김진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카네티의 16세까지(1905-1921) 시간을 다룬다. 

후기 글의 상찬을 믿고 시작했는데 [군중과 권력]도 안 읽었고 카네티에 대해 특별한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의심이 있었다. 거기다 자서전이라는 갈래에 대한 불안도 있었고. 하지만 대다수 좋은 책의 길을 따라 이 책도 뒤로 가면서 점점 기세를 얻고 흥이 더해지며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자전적 소설과는 달라서 구조적, 의미적으로 이야기의 완결성은 기대할 수 없지만 실재의 시공 속에서 한 인간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보는 다이나믹함이 있다. 그리고 어떤 대목들은 실제이니만큼 비판이 가능한 여지를 준다는 생각도 하였다.


이 책의 내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부모와의 밀착된 관계였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는 카네티가 책과 맺는 관계로 이어진다. 카네티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죽은 후엔 어머니와 매우 친밀하게 지내는데 모든 내적, 외적 사건들을 다 공유하며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양, 카네티 본인의 경우는 진심 서로의 인정만이 전부라는 애착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아버지가 한 권씩 가져다 준 책은 독서 후 그 내용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며 카네티 최초의 세계를 형성하고, 어머니가 가져다 주거나 좋아한 책은 어머니와 함께 독서하고 대화하면서 같이 만든 세계로서 카네티에게 말 그대로 흡수된다. 

십 대 초반까지 부모의 영향은 누구에게나 강력하지만 이 가족의 경우, 이 모자의 경우는 프로이드의 사례 중에서도 두드러진 예가 될 법하다.

카네티는 아버지 죽음 후 모자 사이에 무언가의 침입(어머니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으로 틈이 보인다 싶으면 끈질긴 집착과 집요함으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투쟁하여 원상복구시킨다. 또한 어머니는 절대적, 독재자적 영향력을 카네티에게 행사하면서 정신적인 고문에 가까운 언사를 예사로 하며 지배한다. 그 고문은 주로 책과 지식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쓰이고 공명심을 주입시키는데 쓰이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극심한 기대와 압박이 이 책 이후의 시기에 다가올 이상 기운을 예감하게 만든다. 남동생이 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이야기 분량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동생들과 놀며 있었던 일, 아버지 사후 생길법한 동생들에 대한 감정, 두 동생 각각의 특징이나 주고받은 영향이 거의 표현되지 않는다. 마치 자신과 아버지, 자신과 어머니만이 가족인 것 같이 내용을 채워놓고 있었다. 


카네티는 이 책 분량 반을 차지하는 취리히에서의 생활을 아주 만족스럽게 회고한다. 특히 어머니의 요양으로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후반부 이 년의 시간 동안을. 교사들과 급우들을 관찰하고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과 그들에 대한 존경을 고백하며, 읽는 책과 더불어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인하여 자신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성장의 기쁨을 느꼈다는 서술이 몇 번 나온다. 이 부분들은 저자의 즐거웠던 기운이 글에서도 묻어나 특히 재미나게 읽었다. 예전에 헤르만 헤세나 토마스 만의 성장 소설들을 읽을 때의 느낌도 나고. 

또한 이 부분은 카네티가 처음으로 유대인에 대한 반감을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카네티는 지식욕과 더불어 과시욕이 있어 모든 수업 시간에 언제나 손을 너무 자주, 너무 빨리 드는 학생이고 학급에 있던 또 한 명 유대인 학생은 학습이 아주 쳐지는 애였는데 둘 다 급우들에게 미움을 사고 둘을 묶는 공통점으로 욕설 쪽지(--꺼져라, 우리는 네놈들이 필요없다)를 받고 따돌림을 당한다. 카네티는 학교 전체 유대인 학생들과 모여 탄원서를 써서 제출하고 학교는 요란스러움 없이 실질적으로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카네티는 시간이 흐른 후 학교 측의 조치를 알게 되고 원래 가졌던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을 더하게 된다.


시기가 시기라 눈에 들어온 것도 있겠지만 책 속에서 어머니의 태도를 통해 유대인들의 이중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그냥 '유대인'이라서가 아니다. '세파라드 유대인'임을 강조하는데 15세기 스페인에서 추방된 유대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일반 유럽계 유대인, 독일계 유대인을 차별하여 그들과는 결혼도 해선 안 된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세파라드 유대인 중에서도 자신의 가문에 대한 자부가 엄청나며 그 자부심의 근거는 카네티의 말에 의하면 오로지 부유함에 있다는 것이다. 가문 내에서 친척들이 유산 문제로 마지막 한 푼까지 파산시키려고 소송을 거듭하는 추함을 보면서도 가문에 대한 자랑과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어머니는 아무 모순을 못 느끼더라고 카네티는 적고 있었다. 같은 유대인끼리도 구분하여 차별하며 부를 이룬 소수 유대인 가문만의 결집을 통해 자부심을 갖는 모습을 보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오래 차별 받은 세월 속에서 아무런 배움이 없었던 것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세파라드 유대인도 스페인에서 쫓겨나서 동유럽으로 옮긴 상태이면서 말이다. 자기 객관화가 이렇게나 어려운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군중과 권력]이 가깝게 느껴지는 효과가 생겨 일단 보관함에 넣었다. 

참, '내 삶의 이야기 속에 나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라고 책 뒷면에 적혀 있었으나 완전히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었다. 왜 이런 언급을 했는지는 자서전 나머지가 번역돼 나와야 알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 유령 - W. G. 제발트 인터뷰 & 에세이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제발트의 인터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남긴 얼마 안 되는 작품을 소중히 쓰다듬고 있던 어떤 독자들에게 축복과 같다. 기대했던대로 그의 말을 듣다 보면 그의 글이 언제나 그러했듯이 시간을 늦추며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며 멈추어 있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