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즈 엔드 - E. M. 포스터 전집 E. M. 포스터 전집 7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포스터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남들 눈에 늘 책읽기에 신경쓰는 듯 보여도 실상 꼽아보면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책 중에도 안 읽은 것이 훨씬 많아  도대체 무엇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는 지 생각해 보면 한심할 따름이다.  요즘 말로 삽질로만 시간을 탕진한다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를 나처럼 소문으로 듣기만 해왔다면 일독하시기를 권한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으며 상징이랄 것도 없이 말하는 바가 선명하여, 뚜렷한 목적지가 있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즐겁기 짝이 없어 언제 도착한지 모르고 다 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 읽고 나면 읽을 때 재미있었는데 뭐 얘기하는 것인진 잘 모르겠더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설의 끝에 이르면 삶을 보는 눈이 한층 깊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계급간의 갈등이라든가 인간은 무엇을 옹호해야하는가의 문제는 백 년 전의 영국지식인에게나 지금의 우리에게나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니다.  경제적인 면은 조금 여유로울지 몰라도 계급으로 치자면 우리시대의 절대다수는 작중인물 중 하급관리(레너드)의 후손이 아닐까싶다.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레너드의 후손중에서도 다시 몇 가지 부류가 있을 것이지만.  핵심에 진입은 못하고 주변부에 머무르고 만다는 점에서, 교양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다기 보다 맛보기 정도로 소비하고 끝나는 인생들이 절대 다수란 점에서.   작품속에 마거릿은 레너드를 떠올리며  '막연한 열망, 정신적 허영, 책 껍데기들과의 친숙함'으로 결국 원래 선량하였던 사람들이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자기를 괴롭히게 된다는 식으로 냉정하게 진단하고 있다.  마거릿은 또한 스스로에 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인 인물인데 특히 '독립적 사고란 독립적 수입에서' , '내가 가진 돈이 나라는 섬을 이 바다 위에 떠올라 있을 수 있게 한다.'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그로인해 이 여자의 인간애, 인간에 대한 동지애와 이해심이 더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다.  슬기롭고 용기있는 여성이다.  한 번 만나보세요.

포스터의 '전망좋은 방'과 '모리스'를 주문해 두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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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2006-02-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영국 소설을 보면 남성의 제한된 인식의 한계를 넘어선 이지적인 여주인공의 계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조지 엘리엇 소설의 주인공들이라든가)... 마거릿은 그중에서도 참 마음에 드는 슬기로운 여성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