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받는 순간, 제 머리속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조선에 상업이 있었어?"
"무슨 소리야, 상도 못봤어 상도?"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있잖아?"
"그 사람은 고려 사람 아냐?"

...(참 한심하죠)

그렇지만 조선의 상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하얀 눈썹 휘날리시던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이라면 아실까,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잠깐, 그런 걸 알아서 무엇하겠느냐고요? 글쎄요. 그렇게 따지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나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은 "조선의 서민들", "미쳐서 미친" 사람들, "책만 보던 바보들"을 알아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생각하면 또 복잡하고 담배 한 대 물고 싶고, 술 한잔 하며 토론을 나누고도 싶은데 그럼 또 괜히 이야기 길어질 것 같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이유가 아닐까요. (고매한 이유들은 제쳐두고) 바로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책이 그렇습니다.

색색의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듯 "조용하고 아름다운 조선의 도읍 한성에서 근대 상업도시로 급변하는 경성의 모던 풍경을 한데 담"은 책은, "전차와 백화점을 앞세운 근대의 달콤한 유혹, 그 속에 숨겨진 경성 상계의 흥망성쇠" 바로 그 "근대의 급속한 전개와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의 생생하고도 치열한" 삶을 그려냅니다.

생각해 보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동안 별 다른 변화 없이 고요하던 경성, 하지만 근대화의 바람은 몰아치고 제물포 개항으로 쏟아진 화려한 신문물,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을까요? 자, 이제 도시가 들썩입니다. 그 도시 안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갑니다(백화점에 간 이상 씨, 전차를 타던 구보 씨, 전당포에 결혼반지를 맡기던 염상섭씨 등등). 그렇게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물론 그 엄청난 변화는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지요. 어때요, 흥미롭지 않으세요?

* 이런 분께! : 역사를 좋아하신다면, 역사에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으시다면, <상도>말고 또? 라고 하신다면,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인 한국 자본주의가 강제적인 개항과 이권의 이전투구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궁금하시다면…(!)
* 이 책도 함께! :



 

 



그리고 여기, 또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이미 올 초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국사傳>의 두 번째 이야기! (KBS TV에서도 여전히 절찬리에 방영중이지요)

기왕의 한국사와 다른 점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바로 통사가 아니라 인물 중심의 열전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열전 형식의 책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이 책의 특징은 "리얼 휴먼스토리로 가득한 전(傳)에 주목"했다는 것.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다들 아시겠지만 역시나 가장 재미있는 것은 사람 이야기죠.

그렇다면 2권에서는 어떤 인물들을 다루고 있을까요? 올 초 '옥토끼가 달을 바라보고 노래하는' 제 운수를 점지해주신 토정 이지함, 연산군이 광기어린 목소리로 "처선아~"라고 부르던 내시 김처선, 매주 월요일 10시면 만나는 이산 정조 등 우리 역사 속 '유명짜'한 인물들부터, 그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더없이 소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뒷표지에 이런 말이 적혀 있네요. "한국사의 씨줄과 날줄이 된 숨은 인물 찾기!")

사실 저는 '열전'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맹꽁이 서당>이 먼저 떠올라요. 토정 이지함 선생 역시 윤승운 화백 특유의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제 기억 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사실 윤승운 화백의 인물은 다들 비슷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구분되는 디테일이 있었던 거죠) 어린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참 한심하죠)

* 이런 분께! : 1권을 보셨다면, 1권을 아직 안보셨다면, 동명의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역사 속 인물들이 궁금하다면
* 이 책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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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 있는 지구

 북극의 곰을 좋아하세요? 언젠가 근엄하기로 소문난 독일 국민들이 아기곰 '크누트'가 커버리자 (더이상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비통에 잠겼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새하얀 아기 북극곰은 분명 사랑스운 존재이긴 해요.

하지만 그것은, (동물을 대상화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엄마 곰 아기 곰> 같은 촉감 그림책을 만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하얀 털을 쓰다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만… 

저 역시 마냥 귀엽게만 보던 북극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다큐멘터리 [살아 있는 지구]의 '혹독하고 고독한 극지방' 에피소드 때문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먹이를 찾아 떠나는 북극곰 일가를 보게 된 것이지요.

과연 북극의 삶이란 혹독하고도 고독해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북극곰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자연 그대로의 북극곰의 모습. 바다표범을 공격하고, 하얀 털에 빨간 피를 뒤집어쓰고, 다시금 먹이를 찾아 찬바다를 헤엄치는 북극곰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따름.

오직 살아남기 위해 빙산에서 빙산으로 헤엄치던 북극곰은 때때로 다음 목적지에 채 닫기도 전에 힘이 빠지곤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산들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북극곰의 죽음에 우리 모두 일말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우리가 책임이 있는 것이 비단 그 뿐만은 아니겠지만요). 이렇듯 [살아있는 지구]는 제게,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같은 집을 공유하며 살고 있음을 새삼 새기게 했어요.

하여 이 다큐멘터리를 설명하는데 "BBC 제작-제작비 300억-제작기간 4년-에미상 4개 부분 수상" 등의 수식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꿈틀대는 지구에서 살아왔고- 살아가는, 우리의 빈약한 상상을 뛰어 넘는 동물들의 치열한 삶에 그런 수식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여 이 동명의 책에도 별다른 수식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영상매체에서 인쇄매체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것, 오히려 책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십분 살려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는 것, 그 정도로만. 시원한 판형에 아름다운 사진만으로 보는 이를 뿌듯하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 이런 분께! -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위대한 아름다움이 궁금하다면
* 이 책도 함께! - <자연의 빈자리>, <인간 없는 세상>


2. 지젝이 만난 레닌

물론 인간 역시 지구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동물이고, 비록 혹독하고 고독한 극지방은 아니더라도, 그 삶이 평탄할리만은 없죠. 실은 고민 투성이에요. 자, 그러면 문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많은 대답이 있어왔고, 또 있겠지만 여기 한 번쯤 생각해 볼 대답이 있습니다.

"레닌을 재현실화한다는 생각에 대한 공중의 첫 번째 반응은 물론 빈정거리는 폭소다. 마르크스는 좋다. - 오늘날에는, 심지어 월 스트리트에도, 여전히 마르크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힘을 완벽하게 묘사한 상품의 시인 마르크스, 우리 일상 생활의 소외와 물화를 보여준 '문화 연구'의 마르크스. 그러나 레닌은 - 안 되지, 농담이겠지!" 라고 스스로 책을 시작하는 지젝.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레닌일까요?

지젝이 주목하는 부분은 "오늘날의 좌파가 진보 운동의 시대 전체의 종말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1914년 레닌의 시대에 "진보에 대한 목가적이고 부르주아적인 믿음만이 아니라, 그것과 동행했던 사회주의 운동도 사라졌"던 "세계 전체가 사라진 재앙"과의 역사적 유사성입니다.

그리하여 지젝은 이렇게 말합니다.

"'레닌'은 낡은 교조적 확실성을 가리키는, 노스탤지어에 젖은 이름이 아니다. 정반대다. 우리가 건져내야 할 레닌은 낡은 좌표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상황, 재앙에 가까운 그런 새로운 상황에 내던져지는 근본적인 경험을 했던 레닌이며,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크스 주의를 다시 만들어내야 했던 레닌이다. (중략)

핵심은 레닌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키르케고르적인 의미에서 레닌을 반복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에서 똑같은 충동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레닌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노스탤지어에 젖어 '좋았던 옛 혁명기'를 재상연하자는 것도 아니고, 낡은 강령을 '새로운 조건'에 맞게 기회주의적-실용주의적으로 조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조건에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914년의 재앙으로 오랜 진보주의 시대가 정치·이데올로기적으로 붕괴한 뒤에 혁명적 기획을 다시 만들어낸 레닌의 행동을 현재의 세계적인 조건에서 반복하자는 것이다."

어때요? 우리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스타) 철학자 지젝의 제안이. 1부는 1917년 2월혁명이 일어난 직후부터 10월혁명이 성공하기까지 쓴 레닌의 핵심 텍스트 중 지젝이 직접 편집한 텍스트가, 2부는 이러한 레닌의 사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로 되살려내는 지젝 자신의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현실과 맞닿은 주제와, 정영목 씨의 유려한 번역으로 지금까지 번역된 지젝의 어느 책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입니다.

* 이런 분께! - 지젝이 좋다(싫다/궁금하다)면, 21세기에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궁금하다면
* 이 책도 함께! -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혁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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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상 가득 쌓인 책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곤 합니다. 이를테면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가?" 하는 고전적인 질문. 하지만 그것은 결국 수많은 책들 중, 살아남아 독자들에게 가닿는 책이 얼마나 될까, 하는 안타까움에 더 가깝겠지요.

분명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책은 좋은 책입니다. 물론 그 역은 참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왜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좋은 책들 중 어떤 책들은 끝까지 살아남고, 어떤 책들은 그렇지 못할까요?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질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아마 '적자생존' 이라는 한 단어일 것입니다.

*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다윈주의라는 유령이

저는 방금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만약 다윈이 없었다면 그 단어를 지금처럼 쓸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이 용어 자체는 영국의 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먼저 사용한 단어라고 합니다만.) 세대, 변종, 유전, 개체, 친족, 변이… 등도 마찬가지. 물론 다윈의 영향력은 단어 몇 개의 문제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지만요. (“다윈은 최근 회춘했다”)

19세기는 다윈의 세기였고, 그것에 동의하거나 말거나, 그 이후로 세계는 변해버렸습니다. 심지어는, 문학까지도. 바로 <다윈의 플롯>이 다루고 있는 지점입니다. 이른바 진화론과 문학의 만남!

영문학자인 저자는 <종의 기원>의 언어를 분석, 그 엄청난 영향력은 "다윈이 생각하는 데 필요한 언어를 찾느라 애쓴 소산"이라는 발견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다윈이 생각한 관념은 사회의 틀 밖에 있었으므로 당시의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것.

그래서 다윈은 ‘은유’의 방법으로, 모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론을 ‘서술’ 합니다. 과학적 언어로 쓰이지 않았기에, 또한 이야기로 풀어서 쓰였기에 그것은 다윈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많은 의미를 담게 되었고, 상상력의 보고가 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자가 주로 다루고 있는 작가는 조지 엘리엇과 토마스 하디에요. 그들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지 않아 무척이나 아쉽지만, <다윈의 플롯>은 그 자체로 충만한 지적 자극을 전해줍니다. 과학과 문학(사)의 ‘쏘쿨’한 만남. 


그렇다면, 진화론은 또 무엇과 만날 수 있을까요?  여기, 또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타고난 반항아>는 한 가지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대변혁을 가져오는 혁신적인 사상을 내놓으며, 왜 어떤 사람들은 그에 격렬히 반대하며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것일까?" 바로 계급이론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도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었던 흥미롭고도 난감한 질문.

그렇기에 저자의 주장은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그 단순함으로 허를 찌릅니다. 다윈의 '분화의 원리'를 가족 안으로 끌어들인 저자는, 부모의 보살핌이라는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형제들은 성장하며 자기만의 전략을 익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나는 외아들인데…", "우리 형은 첫째인데 왜 반항을 할까?"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책 안에 '거의 모든 경우'가 다 들어 있습니다. 괜히 870쪽이 아닌 것이지요.

문제에 접근하는 신선한 관점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을 6,566명의 전기적 자료의 분석을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방법론은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미덕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커다란 미덕은 바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 900여 쪽의 책이 쉽게 읽힌다니,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요?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다고요? 그래도 들고 다닐만 하던걸요;)


* 한 길 사람 속, 그 속이 궁금해?


 

 

 

 

이번 주에는 유난히 많은 심리학 책들이 출간 되었습니다. <무삭제 심리학>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며, 우리도 잘 모르는 우리의 마음과 더더욱 모르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후회하지 않는(조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기 계발형 교양 심리학' 도서 입니다. 번역서가 아닌 국내 저자의 글이라 더욱 쉽게 와닿네요.

<괴짜 심리학>에 이어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 된 <바보들의 심리학>은 우리의 '편견'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편견이 우리를 가두고 또 조종하고 있는지를 -나의 편견이 내 자신을 혹은 타인의 편견이 우리를- 흥미진진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개론서라기 보다는 '편견'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이라는 말이 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침내, 제4권 <인간의 상과 신의 상>을 끝으로 <융 기본 저작집>이 완간 되었습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출간에 힘써주신 출판사 및 여러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국내에서는 프로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흘히 다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융을 훨씬 더 좋아해요. 뭐랄까, 그 거대한 구상이. 혹시라도 융의 사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쉽게도 절판된) 로고스 총서 중 <>이나 야코비가 쓴 <C.G. 융 심리학 해설> 혹은 <한 권으로 읽는 융>을 권합니다.

융이 나왔다면 프로이트도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프로이트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는 표지가 주는 인상처럼 <프로이트의 비밀>은 시종 유쾌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책입니다. 프로이트의 소파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프로이트의 일생과 그의 사상의 기본 지식들을 가볍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게 그려냅니다.


* 세계를 망친다. 아메리칸 갱스터-


 '세계 깡패' 미국을 비판하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 되었습니다.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은 '한 반미' 한다는 국내 저자들이 쿠바.베네수엘라.북한.이란 등 미국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던 7개의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전세계적인 '미국화'를 비판합니다. 유쾌한 제목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은 현직 MIT 교수가 쓴 '자기비판서'입니다. 조지 부시, 뉴욕 타임스, 갱스터 랩, 패리스 힐튼 등…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들을 통해 미국인 조차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의 악행을 고발합니다. (하워드 진이 서문을 썼습니다!) 

 (내용만큼이나 비슷한 이 두 표지. 모두 디자이너 오필민 씨의 작품이라고 해요)

그리고 여기, 미국의 깡패짓 중 '음식으로 장난치기'를 비판하는 또 다른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2001년, 전세계인을 경악케 했던 9.11 테러 당시 사상자 3000명. 하지만 같은 해 비만으로 생을 달리한 미국인은 40만 명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지적하는 <독소>는 우리의 식탁에 가해지고 잇는 미국의 음식산업 실태, 그 테러를 고발합니다. 

<도살장>은 그 중에서도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에 집중합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육류'로 가공되기 위해 도살장에 가야하는 소, 돼지, 닭…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테러. 비윤리적인 동시에 비위생적인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광우병 만큼 공론화 되어 있진 않지만, 그보다 더 깊고 독한 현실을.

(광우병에 대한 책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미친 소가 온다!"를 참고하세요)


* 그리고…

그리고도 참 많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개봉에 발맞춰 출간된, 존스 교수(시간 강사?)가 찾아 헤맸던 유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월간 미술 기자로 재직중인 저자  자신이 그 시리즈의 '오덕후'!), 조선의 문장가로 꼽히는 이건창의 글을 옮긴 <조선의 마지막 문장> 등… 더 싣고 싶은 책들도 많지만, 눈물을 머금고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배가 이미 가득 찼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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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or credits 2011-12-2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야하는 소, 돼지, 닭…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테러. 비윤리적인 동시에 비위생적인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광우병 만큼 공론화 되어 있진 않지만, 그보다 더 깊고 독한 현실을.
 

사막이 있습니다. 하얀 모래 대신 까만 글자들로 가득한, 그런 사막. 누군가 그 위를 걸어가네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갈 그 길을, 그러나 걷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홀로인 채로. 빠르게 걷는 사람도 느리게 걷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걷고 있다는 사실.

들숨과 함께 마셔지고 날숨으로 뱉어진 글자들은, 그러나 종종 그의 가슴 속에 남기도 합니다. 심장의 박동과 함께 혈관을 도는 글자들, 글자들, 글자들. 가끔은 사막 특유의 거친 바람이 불어오지만, 그 바람의 끝에는 언제나 무수한 글자들이 하늘 높이 날아 반짝반짝 빛나기 마련.

그래서 우리들은 계속해서 걸어갑니다. 손끝에, 머리에, 심장에 그 글자들을 고이고이 담고. 때론 기침처럼 터져 나온 글자들이 일기장을 적시기도 해요. 때론 작은 미로가, 정교한 건축물이, 바람처럼 가벼운 웃음이, 아름다운 시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사막은, 점점 더 깊어지고요.

하지만 밤은 찾아오기 마련. 누구라도 쉬지 않고 걸을 수는 없고, 그렇게 홀로일 수도 없습니다. 글자들이 모여 단어가, 문장이, 그리하여 한 권의 책이 되듯이. 휴식과 친구는 같을 수 없지만 꼭 닮은 점 하나는 휴식만큼 친구가, 친구만큼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걷다 지치면 앉을 곳이 필요하고, 혼자가 지치면 친구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이 작은 서재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읽느라 이미 충분히 지치셨겠지만…)

앞으로 이 서재에는 제가 맡은 분야의 책들을 꽂아 갈 생각입니다. 모든 분들이 만장일치로 추천하는 책도, 저 혼자만 사랑해 마지않는 그런 책도,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만났으면 하는 그런 책들을.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진 마세요. 그냥 잠시 숨을 고르듯, 홀로 잠들기 외로운 밤 책 한 권 손에 집듯, 그렇게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퇴근 전 한 시간]에서는 그 날 들어온 따뜻한 신간 중 한 권(혹은 두 권, 때때로 세 권…)을 소개합니다.
- [이번 주도 만선]에서는 그 주에 들어온 책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 [무의식의 책갈피]에서는 제 무의식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책들을 종종 끄집어 낼 예정입니다.

너무 잡설이 길었네요. 이것으로 어줍잖은 서재에 대한 지루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아 참, 저는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고 있는 금정연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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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tz 2008-05-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인문에서 사회, 역사, 과학까지! 정말 광범위한 분야를 맡고 계시네요.. 앞으로 재미난 글 기대할게요!

활자유랑자 2008-06-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pitz 님 / 고맙습니다. 다만 너무 기대는 하지 않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