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가족 - 중산층 가족의 입시 사용법
김현주 지음 / 새물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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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2 문자메세지와 생애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읽을 수 있다. 중년 부모들은 휴대폰 문자 창을 통해 자녀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속마음이 재촉하는 것보다 한 박자 느린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또한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소박한 애장품에 대한 답변에서 보듯이 자녀의 성장 여정을 마음에 기록하고 보관하는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깊은 애정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부모의 참된 자랑과 가족의 긍지에 대해, 사색의 힘에 대해 자녀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만난 부모들은 거인과 같은 아버지, 희생적인 어머니라는 전통적인 부모상 대신 코칭 전문가로서의 부모상을 모색한다.

 

p** 그런데 부모들은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 그런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졸업장을 받아 든 후에 이 모험적인 여정에 나서기를 바란다. 혹시 고려한 길이 여의치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대학 졸업장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뒷심이 되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길은 끝까지 치열하게 이루어내지 못하면 평범한 샐러리맨보다 못한 허망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p104 그런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의 실패가 가족 전체의 실패로 여겨짐에 따라 자녀가 특정 학벌을 취득하기 위해서 부모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 총동원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어떤 뜻있는 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자녀에게 경쟁 대상인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의 부모와도 동시에 상대해 경쟁하라는 뜻이 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자괴감을 대체로 공감하는 대부분의 신세대 자녀들은 공부의 중요성만큼은 잘 인지하고 있다. 공부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공부밖에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특정 분야에 매료된 소수의 자녀들을 제외하고 공부는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들에게 대학 진학은 돈도 많이 벌고 힘들지 않게 살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징검다리다. 공부는 곧 대학 진학, 대학 진학은 곧 돈과 성공을 뜻한다.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갈등이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도 공부를 둘러싼 관계 맺기 문제와 관련된다. 부모들은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돈 많이 벌라는 직설적 표현을 한 적이 없건만 자녀들의 머릿속에는 돈이 최고야라는 뜻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떠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중산층 이하로 살게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한다.

 

p135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국가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적주의와 엘리트주의는 보편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 낙원이라 불렸던 프랑스와 독일의 교육체제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적응하는 과정으로서 부모의 자녀교육열 또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고유명사의 성격마저 띠고 있는 교육열에 대한 시각은 특수성 프레임으로부터 일정 부분 빠져나와야 한다. 특수성 프레임에 갇힌 사유는 한국 사회의 교육열이 노정하는 왜곡의 지점을 올바른 각도에서 마주하지 못하고 냉소주의에 빠지게 할 뿐이다.

 

p208 이렇게 상반된 교육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 두 나라는 나란히 최상위권 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우선 핀란드의 교육적 성과는 국가의 교육철학에 따라 전사회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다시피 한 교육지원 체에의 변화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단 한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는 핀란드의 복지제도와 교육철학의 성과인 것이다. 반면 한국의 교육적 성과는 교육의 무게를 국가가 아닌 가족이 사교육을 통해 온전히 짊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국가는 다만 이러한 집안 간의 전면적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판관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p** 결국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량의 지식 정보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한 창의적 성격의 지식이다. 창의적 지식이란 결핍을 극복하는 능력, 본질에 집중하는 힘, 뿌리와 날개를 동시에 지니는 능력,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p191 부모들의 모호한 열정인 인서울대학은 과연 투자에 걸맞은 교환가치를 우리에게 제공해줄까? 이미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래사회의 변화상을 이해하면 그것에 대한 답은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람대접 받고 살려면 괜찮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개도 수긍할 것 같은 이런 논리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괜찮은 대학을 나오면 지금 당장 번듯한 직장을 갖지 못해도, 결혼 적령기를 조금 넘겨도, 인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도 대충 감안이 되는 분위기다. 어쨌든 모든 것은 괜찮은 대학에서 시작된다고들 생각한다. 뭐 반드시 일류대를 보내 최고의 직업을 갖고 남들이 선망하는 자위에 오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발붙이고 살아가기 위한 기본을 하기 위해서는 괜찮은 대학을 나와야 하니까 그걸 위해서 힘들더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거라고 말한다. ‘인서울대학을 위한 입시가족의 모습이다.

 

자녀의 대학 입시가 가족의 주요 이슈인 우리나라 많은 가정의 모습을 표현한 단어가 책 제목인 입시 가족이다. 단지 자녀가 고등학생인 2,3년 동안이 아니라 자녀가 태어나고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치는 모든 과정에서 입시가 가장 중요한 화두이고 초점이다. 입시 때문에 유아들도 교육의 장에 내몰리고 초등학생들의 여가 생활, 청소년기의 모든 생활도 입시에 의해 정렬된다. 괜찮은 대학을 들어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다. 대학 교육에 대해 어차피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대학의 합격통지서가 인생의 정점이 된다.

 

신앙을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고 배우고 믿는 사람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다. 자녀가 없던 시절 피상적으로는 대학이 인생의 최고의 목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막상 자녀를 키우는 대열에 들어서고 보니 모두들 느끼는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신앙을 토대로한 공동체에서도 목사를 필두로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지 않나, 대학은 가야 하지 않나 말한다. 한국의 최고 종교인 대학교를 누구나 마음 속에 약간은 모셔 두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입시가족과 내 이상인 그냥 가족 사이의 어딘가에서 가끔씩 이쪽, 저쪽으로 기울며 스스로 자책하거나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준 면에서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적어도 이상을 추구한다고 말하며 그렇게 살지 않는 나의 모습을 잘 비추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추구하는 이상 보다는 그런 내 모습을 잘 아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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