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넘어 교육으로 - 누스바움 교수가 전하는 교육의 미래
마사 누스바움 지음, 우석영 옮김 / 궁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석박사 및 ICT 명품인재양성사업 대학원생 선발’

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하이브레인넷에서 온 DM에 있었다.

 

‘명품’인재란 무엇일까? 명품이라는 단어를 사람 앞에 붙여도 되나.. 사람이 도구화되어 스펙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이 문제되기도 했는데, 이번엔 명품 인재다. 명품 몸매란 말은 오래 전에 들어봤다. 그래도 그건 사람의 모습 중 눈에 보이는 일부만을 가지고 평했던 말이고, 명품 인재는 명품 몸매랑은 좀 차원이 다르지 않나.

 

한국뉴욕주립대학교에서 양성하겠다는 명품인재란, 논리수학지능이 뛰어나고 컴퓨터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높은 수준의 지식을 습득한 전문가? 그래서 소수 인력으로 고난이도의 프로젝트를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가?

 

그런데 혹시, 컴퓨터과학에 관해서는 탁월하지만, 자신이 수행하는 일의 유익이 어떤 사람들에 관계된 일인지, 이 일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과 어떻게 관계되는지, 일의 사회적 맥락이나 문제점, 대안을 파악할 수 있는지 등 기술 바깥 차원의 문제는 고민하지 않는 인재를 ‘명품인재’라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교육의 목표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되고 있다. 인간이 경제 성장을 향한 도구화되어 가는데 교육이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이같은 전세계적인 교육의 철학적 방향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사회가 경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므로 교육에서 이를 등한시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경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주체도 '사람'이 모인 '사회'인데, 교육이 사람과 사회 -이 책에서는 민주주의라고 표현함-의 기본적인 가치를 전수하는 것을 점점 도외시하고 실용적인 기능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국가 발전, 경제 성장의 도구로 보고 쓸만한 인간을 골라 실용적 기술만을 탑재시키려 하고 있다.

 

인문, 예술 등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맛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자라서 형성할 사회는 지금보다 더 험한 곳이 될 것이다. 불평등의 가속화, 민주주의의 위기 등 익숙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떨까. 보편적 사회 구성원들의 기저에 타인에 대한 존중 대신 혐오가 자리잡게 되고, 나와 우리가 아닌 다른 대상은 극복과 경쟁의 상대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 된다. 공감과 소통이란 더 높은 뜬구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번역이 어렵게 된 것인지, 원문이 난해한 것인지 읽기가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았다. 학계의 논문성 글을 대중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때로는 거친 음식이 몸에 좋은 것처럼 울림이 참 큰 글이었다. 변역자인 우석영 선생님의 옮긴이의 글도 우리 사회를 향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인고의 시인 타고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를 '동방의 어쩌구..'로 표현했다하여 어렸을 때부터 이름은 들어보았는데 1910년대에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을 최근에 알게 되며, 원래 이런 문학성으로 유명한 인물이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처럼 영향력있고 소신있는 학자이었고 교육자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타고르'의 명성이 우리나라에는 편집되어 알려진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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