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
장왕록 지음, 장영희 엮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장왕록 박사는 서울대에서 34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문학자이자,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인 장영희 박사의 아버지로 알려진 분이다. 장영희 박사는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안고도 학문적 성취와 학생들과 교감하는 교수로서 인정을 받았다. 결정으로 세 차례의 암투병을 하면서도 수필과 칼럼 등을 통해 세상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고 2009년 작고 전까지 「내 생애 단 한번」,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등의 에세이를 출간해 이목을 끈 학자이다.

 

몇 년전 친구에게 선물받은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장영희 박사를 알게 되었고 글을 통해 아버지인 장왕록 박사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도 읽었는데 오래전이라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화려한 표지 이미지가 기억에 남았다. 그녀가 ‘기적’으로 해석한 ‘삶’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이미지였다.

장영희 박사의 책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밝고 긍정적일 뿐 아니라 고난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온기와 통찰이 있었다.

 

그녀의 에세이에 생후 1년만에 찾아온 소아마비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엄마 등에 업혀서 학교를 다녔고 화장실 가는 일 때문에 일정 시간 간격으로 학교를 꾸준히 드나드신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가 태어난 1952년도에 소아마비 1급 장애를 가지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까지, 그녀가 그리지 않은 부분에 얼마나 많은 엄마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을까 차마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책들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어디에도 그 위대한 엄마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장왕록, 장영희 부녀는 영문학계 부녀 학자로 이름나 있었지만 장왕록 박사가 성실하게 교수직을 감당할 수 있고, 장영희 박사를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워낸 일등공신인 그녀의 엄마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글쎄 당시 꼼꼼하게 읽지 않아 혹시 스쳐지나갔을지 모르지만, 책장을 덮고 난 후 그녀의 엄마의 이름은 무엇일까 물음표가 그려졌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읽은 장왕록 박사의 책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장왕록 박사 작고 이후 장영희 박사가 아버지의 글과 아버지를 추모하는 몇 분들의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라 머리말, 에필로그 등이 없었다.

책 내용은 장왕록 박사의 문학 연구 여정에서의 에세이들을 모은 글이다. 이 책에서 신기한 것은 심한 장애를 가진 딸을 둔 아버지로서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장영희 박사의 어머니가 철저하게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하여 아버지가 깊이 느낄 기회가 없었거나 장영희 박사가 워낙 의연하게 살아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 박사과정 진학을 거절당할만큼 당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제한이 심했을텐데 아버지는 어떻게 이렇게 초연한 문학의 길을 가셨을까.

어쩌면 문학이기에 그 아픔을 다 품고 승화시킬만한 여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학이 숲이고 문학이 예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이 책에도 없는 장영희 박사의 어머니의 이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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