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 (리커버 에디션)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처절한 정원은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9)의 시구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 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에서 따온 문구이다. 프랑스 현대시의 심장이라 불리는 기욤 아폴리네르는 캘리그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보니 시인이 죽은 지 올해가 백 년이 되는 해다.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비처럼 내리는 그림으로 표현한 이미지를 보니 캘리그램이 무엇인지 감이 온다. 이 제목이 인용된 시 전체를 알 수는 없지만, 비참한 현실에도 존재하는 인간미를 비유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치 시대 프랑스에 있던 레지스탕스의 활동과 관계된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실화인지 픽션인지 이 책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검색해보니 실화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줄거리가 간단하지만 가슴에 하는 충격을 준다. 책 리뷰에 줄거리를 언급해도 좋지만 왠지 이 이야기는 줄거리를 생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결말을 모른 채 읽고 느끼는 감동이 다를 것 같다. 

 

전쟁의 폐허에도 피어나는 꽃처럼 인간의 숭고한 아름다움은 이렇게 뜻밖이고 극적이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또 다른 비극과 쌍곡선을 그리듯 만나지는 않지만 같은 모양으로 비껴간다. 프랑스 친독 인사 모리스 파퐁의 재판 이야기가 그것이다. 모리스 파퐁은 2차 대전 중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던 시기에는 나치에 협력하고 해방 후에는 레지스탕스로 둔갑한 기회주의자다. 다행히도 모리스 파퐁은 1998년 재판에서 10년형을 언도받고 80세가 넘는 나이에 복역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3년 만에 신병을 이유도 형 집행이 정지된 채 2007년 사망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폐허에서 피어난 아름다움도 이렇게 발견이 되어 읽히고 널리 퍼진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일의 조짐이 있기는 하다. 최근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일 년 만에 안태근 전 검사장이 1심에서 검찰 구형대로 징역 2년이 선고되었다. 재판 거래를 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대법원장 양승태도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부디 대법원까지 재판이 무사히 진행되고 정권이 바뀌지 않아 죄값을 치르길 고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