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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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양털로 만든 해머가 강철로 만든 현을 때려 소리가 나게 된다.

그렇게 음악이 된다.

제목이 무척 매력적이다.

양과 강철 그리고 이라니.

 

주인공 도무라가 고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피아노 조율사를 처음 만난 이후 피아노 조율이라는 세계에 매료되어 조율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열일곱 살에 무언가에 매료되어 그 길로 들어서는 것부터 비현실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신비의 세계로 한걸음 들어서면 소설이 시작된다. 어려서 선택한 직업에 잘 안착하는 건 쉽지 않다. 피아노 음이 조율을 통해 자리를 찾아가듯 주인공 도무라도 자신의 자리를 천천히 찾아간다. 일본 소설만이 그릴 수 있는 단조로우면서도 매력적인 독특함이 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여운이 있는 일본 영화나 소설이 떠오르는 그런 분위기다. 소설도 한 편의 그림이나 음악같은 느낌이다.

 

피아노 소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 피아노 소리를 두고 이렇게 다채롭게 표현한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감각과 감성이 풍부하지 않아 음악이면 그냥 음악, 악기는 그냥 악기이다.

p33 온도가 달랐다. 습도가 달랐다. 음이 발랄했다. 동생의 피아노에는 색채가 가득했다.

pOO 단숨에 윤택해졌다. 선명하게 뻗는다. 다랑, 다랑, 단발적이었던 소리가 달리고 엉켜 음색이 된다. ... 잎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숲으로, 산으로, 이제 막 음색이 되고 음악이 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보다 이야깃거리가 많다. 본 영화 중에 피아노를 소재로 것들이 떠오른다. <피아노>, <피아니스트> <말할 수 없는 비밀> . 집에 피아노가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랜드피아노가 가까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나는 그랜드피아노를 쳐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학원에 다니면서 친 게 전부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악보가 없으면 칠 수 없으니 집에 있는 피아노 말고는 쳐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초등학생 때 몇 년 피아노를 배우고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 엄마는 그 때 더 보내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하셔서 나의 아이가 다섯 살 때 우리 집에 피아노를 사 주셨다. 그래서 수십 년 만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보았다. 간단한 악보는 보고 칠 수 있는데, 어렸을 때 이삼년 배운 것 치고는 몸이 많이 기억하는 것 같다. 내가 칠 수 있는 악보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이다. 다른 데서 –라디오 등- 이 곡을 들으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걸 느낀다. 앞으로 살면서 그랜드피아노를 쳐 볼 기회가 올까. 그랜드피아노의 자태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매혹적이다. 보고만 있어도 특별한 감정이 드는 것 같다. 혹시 만약에라도 그랜드피아노를 갖게 된다면 그 때는 성심성의껏 조율을 하면서 잘 관리하리라. 조율을 할 때면 양과 강철의 숲이 생각날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집에 들여놓은 그 피아노를 조율한 적이 있었다. 조율사가 왔을 때 내가 집에 없었는데, 그 때 계셨던 시어머니 말로는 조율사는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다 마쳤다고 하면서 멋있는 곡을 한 곡 연주했다고 한다. 피아노를 엄청 잘 치셔서 깜짝 놀랐다고. 그 분은 어떻게 조율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걸까. 가끔 중고 피아노 삽니다/팝니다’, ‘피아노 조율 전문등을 붙이고 다니는 트럭을 볼 때가 있다. 물론 가끔이다. 그럴 때면 이분들은 어떻게 악기상 또는 조율사를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직업이 악기를 다루는 것이라면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예술의 세계에 몸담고 사는 것일까. 주인공 도무라처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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