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 탱고를 찾아 떠나는 예술 기행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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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의 '망각_Oblivion'을 처음 들었을 때 아이러니하게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무엇을 잊고 싶었던 걸까? 탱고라는 것이 유럽을 떠나 아르헨티나에 온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사직된 춤과 음악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항구에서 머나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이 들리는 듯 하다. 남미에서 유럽은 얼마나 먼가.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반도네온의 애잔하고 긴 선율에 담아 유럽으로 보내고 싶었을 것 같다. 우울함에 깊이 빠지고 싶을 때, 망각만큼 슬프진 않지만 잘 알려진 'Por una cabeza(여인의 향기 OST 중)'와 피아졸라를 즐겨 들으며 백년쯤 전 남미의 항구에서 불기 시작한 탱고의 바람이 나에게도 닿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다른 책을 먼저 읽고 클래식과 음악 애호가로서의 독특한 행보에 감동을 받았다. 다른 저작을 찾아보던 중 탱고에 대해 쓴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이분의 설명으로 탱고에 대해 들어보는 건 어떨까? 여행기 형식으로 되어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탱고에 관한 사진이 많아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란 도시는 어렸을 때 부루마블 게임을 할 때 들어본 것과 보르헤스가 살았던 도시라고 알고 있던 걸 제외하면 접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나 매력적인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행자로서 좋은 면만 소개했을테니 책만 읽으면 이렇게 느끼는데 가 보면 다를 수도 있겠다. 탱고를 추는 사진은 빨리 움직이는 동작을 찍은 것처럼 선이 흐릿한 부분이 많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아쉬워서 탱고를 추는 장면은 제대로 된 사진을 구매해서 넣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런 사진을 계속 보다보니 탱고 춤의 동작이 살아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저자가 여행 중에 직접 찍은 사진들 중에 골라 싣어서 이렇게 되었나? 그렇다면 잘 나온 사진이 없어 무척 고심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마추어러스한 매력이 있는 사진들이다.

탱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피아졸라가 새롭게 탄생시킨 누에보 탱고, 아르헨티나 하층민의 음악이었던 탱고가 유럽(파리)를 경유하여 다시 수입된 후 상류사회에서도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 다니엘 바렌보임에 관한 이야기 등 음악 세계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지나간 일은 되돌아보면 우여곡절 끝에 좋은 결과를 낳았고, 흥미진진한 대목이 있지만 막상 겪는 과정에는 결말을 모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힘에 겨울 때가 많다. 탱고의 태생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도 같은 것 같다. 밤의 항구는 얼마나 추운가. 추위에 그리움이라니... 그 곳에서 탄생한 춤과 음악을 이제 전세계에서 즐기고 있다니.

책을 읽으면 탱고뿐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매력에도 깊이 빠져들게 된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유럽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고 독특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진과 함께 글을 읽다보면 언젠가 꼭 한 번 이 도시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지만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고 싶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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