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고발한다
이상호 지음 / 문예당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기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이야기 하나

몇 해 전 친한 친구가 잠시 모 종교신문사의 기자를 할 때였다. 그때 나는 친구가 기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친구를 통해 기자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덩달아 설레였었다. 그러나 친구는 간신히 수습딱지를 떼고는 기자직을 떠나고 말았다.

늘 수원행 막차를 아슬아슬하게 타야하는 피곤한 일상과 좋은 말 다 놓아두고 빈정대는 말만 골라서 해대는 사수의 냉혈함에 오랜 꿈이 아닌 어쩌다 시험에 붙어서 된 기자인지라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짧은 기자생활을 마감하던 그녀의 변, "햐아..! 기자는 너무 피곤해. 그리고 이루 말 할 수 없이 시건방지고 정의를 목숨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아.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암튼 내 적성엔 안 맞아."

이야기 둘

일본어를 공부하던 시절.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던 한 언니의 남편은 모 신문사 도쿄 주재기자라고 하였다.
"언니 남편이 기자라고? 정말?"

내 친구처럼 시작하려다만 기자가 아니라 진짜 기자의 길을 쭈욱 가고 있는 사람이라니 내 호기심을 충족 시켜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언니를 통해서 들은 그 기자 남편은 추호의 매력도, 전혀 감동적이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집에서는 완전히 0점에 가까웠다. 바쁘기는 왜 그리 바쁘고 술은 또 왜 그리 떡이 되도록 마셔야 하며 손이 한창 많이 가는 사내아이 둘을 둔 아비이건만 어쩌다 쉬는 휴일에는 손 하나 까딱 하길 하나. 거기다가 언니가 뭐라고 하면 말발은 또 왜 그리 센지 한마디로 감당이 불감당인 남편이었다.

이런 선입견 때문인가, 한때는 기자하면 정의의 사자쯤으로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기사야 어떤지 모르지만 기자의 인간성은 보통사람보다 결코 잘날 것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런 내 선입견을 일격에 날려버리는 기자가 있었으니 '시사매거진 2580'의 이상호 기자이다.

물론 이상호 기자 또한 무진장 바쁘게 사는 사람 같았다. 제대로 잠잘 시간도 없는데 제대로 된 아빠노릇 남편 노릇 할 시간이 어디 있으리. 그러나 다행히 그의 부인은 그를 잘 이해해주고 그가 기자 노릇 잘할 수 있도록 끝없는 보살핌과 배려를 해주는 타고난 기자 마누라 같았다. 이상호 기자의 복이리라.

이상호 기자의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문예당)를 재미있게 읽었다. 지난해, 언론이 최규선 사건으로 온통 도배가 될 때 그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최규선의 뿌리를, 근원을 보여주었다. 최규선의 출생과 성장 등 오늘날의 최규선을 만들어준 그 환경을 가감 없이 보여줌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기자가 이상호 기자였나 보았다.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못 다한 얘기 또는, 그 뒷 얘기, 기자로서의 고뇌 등을 소탈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상호 기자의 꿈은 '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리게 해주고,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고, 힘있는 자들의 위선을 꾸짖어주는 보도'를 하는 '무당 같은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라나. 그의 바램대로 그는 신내림만 받지 못했다 뿐이지 무당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는 어사 박문수다. 일요일 저녁 9시 뉴스가 끝나고 나면 '이번 주엔 또 어떤 얘기들'이 하며 시사매거진을 기대하는데 그는 늘 어사 박문수처럼 정의롭게 나타나서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곤 했다. 단지 마패만 없을 뿐인 이 시대의 어사 박문수 이상호 기자. 이런 어사 박문수 같은 기자 앞으로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